[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 부문 수상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금녀의 영역’ 방산 분야 여성 인재 확대·양성 기반 닦아

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 부문 수상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 부문 수상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오래도록 ‘금녀의 영역’이던 방위산업 분야에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최초’의 역사를 쓰는 한편, 더 많은 여성이 장벽을 넘어 업계에서 꿈과 능력을 펼칠 기반을 닦았다.

‘2024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 진흥 부문 수상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ADD) 수석연구원 이야기다. 1989년 ADD에 합류한 그는 ADD 설립 이래 첫 여성 수석연구원으로 일찍이 주목받았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당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던 ADD가 여성에게도 채용의 문을 연다는 소식에 지원, 합격했다. 소총, 자주포 등 무기 개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지만, 그 시절 사격장에 가면 “왜 여자가 여기에 오느냐”는 남성 동료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다. 20여 년 전만 해도 ADD의 여성 연구원들은 임신 소식을 자연스레 알리고 배려를 받기는커녕 연구소 화장실에 숨어 간식을 먹곤 했다.

경영 업무를 맡게 된 주 수석연구원은 변화의 물꼬를 틔웠다. ADD 여성위원회를 최초로 신설해 여성 인력 양성, 제도/환경 구축 및 여성 승급/보직자 확대를 추진했다. 임신한 여성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도록 모성보호실도 만들었다. 다른 공공·민간 연구원도 뒤따라 여성위원회와 모성보호실 신설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의 성평등 인식 확대에도 한몫했다.

“여성만을 위한 활동이 아닙니다. 기관 차원에서 여성 인력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고, 여성도 주위 동료 여성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래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 발전시켜가는 길이지요.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만들어가기를 권합니다.”

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 부문 수상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2024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진흥 부문 수상자 주성진 국방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그는 여성과학기술인 단체와 정부 부처를 오가며 여성과기인의 전문능력 향상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국방부장관 표창, 과학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 여성공학기술인대상(산업부 장관 표창) 등도 받았다. 은퇴를 바라보는 지금도 대전시 과학기술자문, 교육부 자격정책심의위원 등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여성과학기술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살아온 세월이 30년이 넘었습니다. 선배님들 하시는 일에 박수 치고 자리 지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해, 이제는 후배들에게 격려 보내는 위치가 됐어요.”

그는 “여성성과의 저평가, 유리천장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어딜 가나 제가 여자 화장실을 독차지하던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어떤 회의에 가도 나 말고도 여성이 또 있다는 것이 별로 신기하지 않다. 후배 여성들이 탄탄히 올라오고 있어서 희망적”이라고 했다. “여성이 고위직이나 임원급에 더 많이 포진해 여성과학기술인들의 근무 환경과 제도가 향상되도록 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도 했다.

앞으로도 자신과 같은 고경력 여성과학기술인들의 활동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많은 여성들이 제도적으로는 은퇴를 하지만 아직 활동해야 할 일들이 많고 기여할 부분도 많습니다. 본인의 전문분야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국가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게 하고, 국내외 후진 양성, 과학문화 확산 등 다양한 사회 기여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을 다져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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