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유엔기후변화협약과 우리나라의 대응 과제’ 토론회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충돌로 폐막을 연장한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하면서도 경제 역동성도 함께 고려한 기후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높다는 것으로, 원전이 현실적 대안 중 하나로 고려됐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과 우리나라의 대응 과제 -COP29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환경노동위원회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환경정책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협약과 세계 속 대한민국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탄소 누적 배출량 1%에 불과하다. 누적 기준 영국보다 훨씬 적다”며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높은 나라임에도 평균적인 탄소중립을 하고 있으며, 결코 못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무리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지난 2021년 8월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3조를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며, 이를 통해 우선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20여 년에 걸친 약 5조 달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무리한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다 보니 전력 수급 계획도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을 포함해 이 같은 목표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며 “낮은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KEPCO)의 적자에서 전력인프라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화력발전의 증가를 요구하는데, 무리한 NDC는 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고 화력발전을 줄이도록 요구해 둘 간의 충돌이 일어난다. 그렇다 보니 전력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환경부를 중심으로 2차 NDC 만들고 있는데 1차 목표도 무리한 상황에서, 2차 목표는 1차 목표를 다시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며 “외교 역량을 집중해 이를 국제사회에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 대안으로는 ‘원전’을 꼽았다. 박 교수는 “앞으로 AI 등 전력 수요 급증할 것이다. 따라서 전기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2050 탄소중립, 우리나라의 국내·국외적 기후대응 전략 제안’을 주제로 발표한 전인성 국민의힘 전문위원은 “앞으로 AI, 전기차 등으로 전기 수요 폭발할 텐데 재생에너지는 ESS가 뒷받침되지 않아 힘들다”며 “원전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위원은 “COP29에서 31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을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에 동참했다”며 “결국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가지고는 기후변화 대응에 어렵다는 현실론이 확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우리나라 전기요금의 3배를 지불하고 있다”며 기업과 시민들에게 “미래세대를 위한 비용 지불을 감수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지난 19일 정부의 여야 합의로 통과된 원전 예산 확대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탈핵·종교·시민사회 36개의 연대단체인 탈핵시민행동과 원자력안전과미래는 원자력 예산 삭감을 요구하면서 “소형모듈원전(SMR)은 안전성도 경제성도 검증되지 않는데 2천여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정신나간 일”이라며 “연구개발(R&D) 예산마저도 새로운 원전 개발과 연구에만 쓴다면 다른 연구는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지난 12일 2139억원 규모의 원전 개발 및 지원 관련 예산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보다 1억원 늘어난 규모다.
토론자로 참여한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까지 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해 온 선진국들은 누적 배출량을 줄이지도 않으면서 다른 국가에 강요하고 있다”며 “한 만큼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현재의 에너지정책이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풍력을 사용하면 바람이 부는 날 다 같이 불고 아닌 날에는 전력이 없어 비용이 폭등한다”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려면 전력시스템 설계비용까지 그 비용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아무도 돈 낼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하자고만 한다”고 말했다.
친에너지 국가으로 간주되는 독일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독일은 석탄으로 다 돌린다. 에너지정책 엉터리고 유럽경제는 망하기 직전”이라며 “이런 나라가 우리나라의 롤모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 에너지 협약이 민주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해 재활용에 철저하게 신경 쓰지만 미국은 전혀 하지 않는다”며 “탄소감축 담함이 이뤄져야 하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2030년이 오면 ‘배신자’라고 자백하는 국가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