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
미국 청소년 자살률 7%… 연간 13만명 감소
대만, ‘가족이나 친구 중 성소수자 있다’ 41%

2019년 5월 24일부터 대만에서는 성소수자가 결혼할 수 있게 됐다. 법제화 후 거의 1년이 지난 2020년 5월 23일까지 대만에서는 4021쌍의 커플이 결혼했다. ⓒTEC
2019년 5월 24일부터 대만에서는 성소수자가 결혼할 수 있게 됐다. 법제화 후 거의 1년이 지난 2020년 5월 23일까지 대만에서는 4021쌍의 커플이 결혼했다. ⓒTEC

지난달 태국에서 동성혼 법제화가 되며, 전 세계적으로 39개국에서 동성혼이 가능해졌다. 동성혼이 세계적으로 가능해진 것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때문만은 아니다. 동성혼 법제화가 국가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동성혼 법제화 이후 성소수자들의 자살률이 낮아지고, 사회 전반에 걸쳐 차별과 낙인이 완화되면서 공중 보건 지표가 개선됐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고려대 보건과학과(박사수료)는 “동성혼 법제화가 된 국가들에서는 유의미하게 자살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2017년 미국의사협회지인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동성혼 법제화 이전 해에 비해 법제화 이후 자살 시도를 보고한 청소년이 전체 청소년에서는 7%, 성소수자 청소년에서는 14% 감소했다. 이를 15세에서 19세 사이의 미국 청소년 인구에 환산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연간 13만4,446명 감소하는 결과다.

서울 마포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다인 기자
서울 마포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다인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도 동성혼 법제화 이후 청소년 자살률 감소는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청소년건강저널(Journal of Adolescent Health)에 실린 1991년부터 2017년까지 OECD 36개국의 국가별 자살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동성혼 합법화 이후 청소년 자살률이 17.8% 감소했다. 특히 남성 청소년 자살률은 19.9% 감소하며, 여성 청소년(10.9%)보다 더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동성혼 법제화가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줄여 성소수자들의 우울과 자살시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 활동가는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제도적 차별이다. 이런 차별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있고,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한국의 경우 성소수자들은 사회적 낙인과 편견으로 우울과 자살 위기에 놓여있다. 2021년 성소수자인권단체 다움이 성소수자 청년 3,9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5%가 ‘최근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했다. ‘최근 1년간 실제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고 답한 비율은 8.2%였다.

동성혼 법제화는 제도적 변화를 넘어 성소수자를 차별하던 사회 전반의 의식을 바꾸는 ‘마중물’이라는 것이 이 활동가의 설명이다. 그는 “단순히 법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평등과 인권을 향해 나아간다는 메시지다. 분명 사회 분위기도 변하고,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제도의 변화가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끌어낸 것은 대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대만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됐다. 하지만 당시 대만 국민들이 대다수는 동성혼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2018년 대만 동성혼 대국민 투표 당시 ‘민법상 혼인을 남성과 여성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이 72%를 넘겼다. 하지만 2021년 대만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동성혼 수용률’이 60.4%로 크게 증가했다.

혼인평등권 운동을 중심에서 이끈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활동가들을 지난 4월 8일 서울 마포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만 시우, 웡웡, 조이스 텅, 레오 첸. ⓒ신다인 기자
혼인평등권 운동을 중심에서 이끈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활동가들을 지난 4월 8일 서울 마포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만 시우, 웡웡, 조이스 텅, 레오 첸. ⓒ신다인 기자

대만은 이제 동성혼 법제화한지 5년차에 접어들었다. 혼인평등권 운동을 중심에서 이끈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Taiwan Equality Campaign, 이하 TEC)이 실시한 ‘동성혼 법제화 5주년 여론조사 결과(2024 同婚 5 週年民調簡報)’에 따르면, 부모의 60.6%가 자녀가 성소수자여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올해 답했다. 이는 2020년보다 11.4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가 정치에 참여해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률은 올해 66.7%를 기록했다. 같은 단체에서 지난해 발간한 ‘혼인평등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婚姻平權如何改變社會)’에 따르면 ‘친한 가족이나 친구 중에 성소수자라고 밝힌 사람이 있다’고 40.8%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지난 4월 웡웡 TEC 프로젝트 기획자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성혼 법제화 이후 성소수들이 돌출된 존재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 존재 자체가 인정받고, 생활 속에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한국도 혼인평등 소송에 본격 뛰어든다. 10일 오전 성소수자 단체 ‘모두의 결혼’은 11쌍의 동성부부와 함께 한국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해 혼인평등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혼인평등소송은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행정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으로 동성 간의 혼인신고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다투게 될 예정이다.

참고 자료
1. Raifman, J., Moscoe, E., Austin, S. B., & McConnell, M. (2017). Difference-in-differences analysis of the association between state same-sex marriage policies and adolescent suicide attempts. JAMA pediatrics, 171(4), 350-356.
2. Perales, F., & Todd, A. (2018). The health and wellbeing of Australian lesbian, gay and bisexual people: A systematic assessment using a representative sample. Australian and New Zealand Journal of Public Health, 42(4), 395-400.
3. Taiwan Equality Campaign, (2024) ‘2024 同婚 5 週年民調簡報’
4. Taiwan Equality Campaign, (2023) ‘婚姻平權如何改變社會 —— 台灣通過同婚後的三年期社會追蹤報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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