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다양성지수 분석]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영향
여성임원 2019년 3.9% → 2024년 7.3%
여성 등기임원 늘었으나 사외이사에 쏠려
여성 직원 26.2%로 성비 불균형 여전
여성 근속연수, 남성의 75%...평균연봉도 남성의 68.7% 그쳐

국내 500대 기업의 다양성지수가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기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 여성 임원이 꾸준히 증가해, 여성 임원 비율이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단, 여성 고용 비중, 연봉 격차, 근속연수 변화는 크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층부 변화’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민인이노베이션(WIN)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내 주요 기업 다양성지수 평가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다양성지수는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53개사를 대상으로 △남녀고용 비율 △근속연수 차이 △연봉 차이 △남녀임원 비중 △등기임원 내 남녀비중 △고위임원 남녀비중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매긴다. 올해 이들 기업의 양성평등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4.7점으로 2019년 51.7점 비해 3.0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업종 내 우수기업 평가결과와 전년 대비 개선 우수기업을 각각 선정했다. 산업분류표의 22개 업종을 △생활용품(생활‧의류‧유통‧상사‧ 운송) △금융(금융지주‧은행‧보험‧증권‧카드) △소재(철강‧석유화학‧에너지‧2차전지) △기계(자동차‧조선‧기계설비) △ICT서비스(IT전기전자‧IT서비스‧통신) △건설(건설 및 건자재) △공기업 △제약 등 8개로 분류했다.
다양성지수 업종별 우수기업으로 신세계인터내셔널, 신한지주, 영원무역, 유진기업, 크래프톤, 풍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미약품, 한세실업, 현대케피코 등 10개사가 선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 금융, 생활, ICT서비스 순으로 다양성 점수가 높았다. 건설, 공기업, 기계 등은 점수가 낮았다.

항목 중 가장 크게 향상된 부분은 여성 임원 비중이었다. 5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중은 2019년 3.9%에 불과했으나 2024년 7.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자본시장법 통과 후 2021년 5.5%, 2022년 6.3%, 2023년 7.0%, 2024년 7.3%로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등기임원 여성 증가율은 더욱 높았다. 2019년 2.9%였던 여성 등기임원이 올해는 11.3%를 기록하며 3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한 등기임원 대부분은 사외이사들이었다. 2020년 5.5%였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올해 16.4%로 10.9%포인트(p) 커졌다. 반면 여성 사내이사 비중은 2020년 2.0%에서 올해 3.8%로 1.8%p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장 개선이 더딘 부분은 여성 직원 비중이었다. 조사 대상 대기업들의 여성 직원 수는 2019년 34만651명으로 전체 직원(130만571명)의 26.2%였으나, 팬데믹을 지나며 2020년 26.4%, 2021년 25.1%, 2022년 25.5%로 축소됐다. 이 기간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 생활용품 업종에서 인력을 줄인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여직원 비중이 26.2%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 직원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여성 직원 고용 비중은 정체됐지만 남녀 근속연수 차이와 남녀 연봉 격차는 자본시장법 전후를 기점으로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남성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2018년 11.3년에서 2023년 11.6년으로 길어진 사이, 여성 직원은 8.1년에서 8.7년으로 소폭 늘었다.
근속연수 차이가 줄어듦에 따라 연봉 격차도 줄었다. 같은 기간 남성 직원 평균연봉이 8천360만원에서 1억160만원으로 19.4% 늘었고 여성직원 평균연봉은 5천290만원에서 6천980만원으로 27.1%p 상승해 남성 대비 7.7%p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여전히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 대비 75%에 머무르고 여성 평균연봉도 남성의 68.7% 수준으로 성별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지희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여성 임원 증가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 임원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