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치러진 한국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야권이 압승한데 대해 외신들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의 2년에 대한 심판으로 평가했다.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많은 문제들을 불러온 통치 방식에 대한 국민투표로 간주됐다"고 전했다.
물가·대파
외신이 보는 한국 총선의 최대 쟁점은 물가였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유권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생활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서울의 한 식료품점(농협 하나로마트)을 방문해 대파 한 묶음에 875원(0.65달러)은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BBC는 이는 보조금 때문에 할인된 가격으로, 보조금이 없다면 보통 30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가격이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농민들이 파 다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대파는 민주당의 선거 운동에도 등장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도 윤 대통령이 한국 요리의 주 재료인 대파의 '합리적인 가격' 발언으로 실수를 되풀이 했다고 소개했다.
임은정 공주대 교수는 BBC에 "한국 유권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물가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서민들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말했다.
임 교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어느 쪽도 생계비 위기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노

AFP통신은 이날 한국 총선을 분석한 기사에서 12~1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국혁신당의 부상은 거대 양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의 규모를 보여준다 분석했다.
정치평론가 염승률씨는 AFP에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결과는 윤 대통령이 2년간 집권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자신의 통치 스타일을 바꿀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AFP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때 공약이었던 청년들에 대한 혐금 지원 정책과 무상교복, 무상출산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제안은 불평등과 폭등하는 집값, 청년 실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편에서는 이 계획들을 위해 나라 빚을 늘리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정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승리는 "침묵의 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미국 AP통신은 의사 정원을 늘리려는 의료개혁이 초반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급격한 노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의사들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의사들과 의대생 수천명은 학생들의 갑작스러운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며 사직서와 휴학계를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결국 환자들의 수술 지연 등의 다른 불편함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타협점을 찾으라는 요구에 직면했다.
김형준 배재대 교수는 로이터에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 등 대중적 인기 정책을 펴면서도 평론가들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정치적으로 온건한 중산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태도가 정책의 연착륙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역효과를 낳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흙탕 싸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선거를 앞두고,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적인 경쟁자들은 독설과 진흙탕 싸움을 주고 받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당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갈등은 깊어졌으며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데 수개월이 걸렸다.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야당의 이재명 대표를 집중 공격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이 대표가 부동산 개발(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부패 혐의와 자신이 시장으로서 구단주로 있었던 축구 클롭(성남FC) 관련 뇌물 혐의도 받고 있으며 이 대표는 모든 것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패프는 "김건희 여사가 목사로부터 디올핸드백을 받는 장면을 촬영한 몰래카메라 영상이 유포됐으며 김 여사측은 정치적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

외신들은 윤 대통령과 집권당 국민의 힘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과 대일 관계 등 외교문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안보와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과 일본과의 협력 강화를 강하게 밀어부쳤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집권할 것이고 그의 주요 외교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여당의 큰 패배는 윤 후보의 국내 의제를 후퇴시키고 진보적인 반대자들에 의한 정치적 공세의 강화에 직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 역시 윤 대통령이 긴밀한 관계를 추구해온 미국, 일본과 관계가 승패와 관련없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는 "한국의 강력한 대통령직은 국회가 대통령의 외교 정책 의제에 관여할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과 북한으로부터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정치적, 군사적 유대를 구축하고 이웃 일본과의 역사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 왔다.
일본의 교토통신은 "야당이 선거전에서 주장한 '정권 심판'에 많은 유권자가 찬성한 것 같다"며 "이번 선거가 5월에 임기 3년째에 들어가는 윤석열 정권의 '중간평가'로 자리매김 했다"고 보도했다. 교토통신은 "윤 대통령이 대일 관계 복구에 주력해 왔지만 한일 협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햇다.
일본의 한국 정치 전문가인 시즈오카 현립 대학의 오쿠토 히데키 교수는 일본 공영방송 NHK에 “야당의 반발이 있고 정치적 위험이 있는 결정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장래에 필요하다면 추진해 왔다"며 "그 중 하나가 대일 관계"라고 말했다.
히데키 교수는 다만 "분명히 민의가 나타나면 대통령도 정권여당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여러 정책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며 "윤 대통령과 정권이 구심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레임덕

NYT는 서울 특파원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5년 임기 중 남은 3년 동안 레임덕(lame duck. 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에 빠질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총선은 2022년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첫 총선이었다. 결과에 따라 향후 4년간 국회의 구성이 결정되지만, 두 경쟁 지도자에 대한 평가로도 작용한다.
로이터 통신은 치열하게 진행된 선거는 생활고와 정치적 실책에 대한 국민적인 평가로 규정했다.
로이터는 야권이 200석을 확보하면 거부권을 무시하거나 헌법을 개정하거나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문턱을 넘지 않더라도 예상되는 압승은 윤 장관의 경제 부양, 의료 제도 개혁 및 기록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에 장애가 될수 있다.
야권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 힘이 경제 정책과 물가 관리에 실패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이달초 AFP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레임덕 상태로 만들고 그 다음에는 데드덕(dead duck)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AP는 "여야 모두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없고 서로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3년간 한국의 정치적 교착상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야당 주도의 국회로 지난 2년간 정책 추진이나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며 "남은 임기 동안 변화가 없다면 제 일을 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