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TBS 라디오에서 통합당 성명에 의문 제기
2018년에도 미투 정치공작 가능성 말해 뭇매
여성단체 “공론화한 사람들의 노력 무시 행위”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22일자 방송 장면.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논란을 둘러싼 사건 당일 그의 행적이 기록된 780여 장의 사진을 블랙하우스에서 단독으로 입수해 이를 분석했다'고 소개했다. ⓒSBS방송 캡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2018년 3월 22일자 방송 장면.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논란을 둘러싼 사건 당일 그의 행적이 기록된 780여 장의 사진을 블랙하우스에서 단독으로 입수해 이를 분석했다'고 소개했다. ⓒSBS방송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가미투 운동에 이어 ‘N번방’ 사건에 대해 또 다시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는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래통합당에서 우리 당에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거 매우 이상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분야만 오랜 세월 파온 저로서는 이것은 정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의 N번방 연루자가 나올 테니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키라는 이야기”라며 “어느 순간 튀어나온 발언이 아니라 성명을 내지 않았냐. 이건 고민해서 만들어진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원석 미래통합당 선대위 상근대변인은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N번방 사건 TF 대책위원회’ 구성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은 N번방 사건을 비롯한 각종 성범죄 사건과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교안 대표의 무관용 원칙과 관련해 우리 당 인사가 유사한 성범죄 사례와 연루될 경우 출당 등의 초강력 조치를 통해 정계에서 완전히 퇴출실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에 대해 “민주당의 N번방 연루자가 있을 예정이니 정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라는 메시지를 예언처럼 하는 것”이라며 “공작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 소재를 놓친다는 것은 선거공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즉각 반발하며 논평을 냈다. 황규환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막말도 이런 막말이 없다”며 “피해자들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 사건’마저 정치 공작 운운하며 선동에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부대변인은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희대의 성범죄조차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당의 성ㅊ명마저 공작으로 몰아가려는 인식이 황당함을 넘어 인간적 연민까지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인 김어준이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래통합당에서 우리 당에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거 매우 이상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방송인 김어준이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미래통합당에서 우리 당에 N번방 연루자가 있다면 정계에서 완전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거 매우 이상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의당도 즉각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김진아 여성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그간 김어준은 성범죄 이야기를 할 때면 이를 정치와 연결지어 본질을 흐리기 일쑤”라며 “김어준의 이러한 행태는 실제로 존재하는 성범죄의 피해 여성들의 고통에 공감하기보다는 이를 정치적인 논리 그 이상으로는 해석하지 못하는 그의 성인지적 둔감함과 무능함, 그리고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그동안 몇 차례 민주당 등과 관련된 성폭력 문제가 불거진 때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2월24일 김씨는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미투(#Metoo) 운동에 관해서도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씨는 “미투 운동과 같이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범죄 뉴스가 많다. 그런데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섹스는 주목도 높은 좋은 소재이고, 진보적인 가치가 있다”며 “그러면 (어떤 세력들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 매체에 등장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8년 3월 정봉주 전 국회의원도 2011년 12월 렉싱턴 호텔 식당에서 당시 대학생이던 피해자를 성추행을 했다는 미투가 터져나왔다. 사건이 알려지자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정 의원이 해당 호텔에 간 적 없다는 취지로 그날 행적을 촬영한 사진 780장을 단독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 정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방문했던 카드 내역서가 발견됐다. 시청자들은 김씨에 대해 “성폭력 가해자인 정 의원에 유리한 증거만 집중 노출해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편파 보도를 했다”며 시청자 게시판에 김씨의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했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결국 폐지됐다.

김씨의 ‘정치공작’ 언급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김어준씨가 N번방의 가해자를 두고 정치공작에 걸려든 억울한 사람으로 말하는 데는 3초가 걸렸지만 N번방이 공론화 되고 '박사' 조주빈이 잡혀 공개되기까지는 수백만 명의 서명과 1년 넘는 기간이 걸렸다”며 “무수한 사람들의 노력과 수사과정 전체를 재차 무시하고 도전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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