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관계폭력처벌법 신속한 국회 심사 촉구’ 기자회견
“국회, 친밀관계폭력 법안 발의만 해놓고 방치” 비판

“제 가족의 죽음은 국가가 위험을 알고도 제때 개입하지 못한 구조적 실패의 결과였습니다. 이 비극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합니까. 얼마나 더 많은 가족이 이 고통을 겪어야 법이 움직입니까. 국회가 결단을 해야 합니다.”
2023년 7월 발생한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 사건의 유가족이자 범죄피해자연대 활동가인 이경숙씨의 호소다. 이씨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개최된 ‘친밀관계폭력처벌법 국회 심사촉구 기자회견’에서 “국회가 법안을 내놓기만 했을 뿐 실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의 신속한 심사를 촉구했다.
앞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지난 9월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법률안(친밀관계폭력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교제관계 등 친밀한 관계 전반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규율할 수 있도록 법안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법의 패러다임을 ‘가정 유지’에서 ‘피해자 보호’로 전환하며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이씨는 “현재 국회에는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막기 위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그 법안들을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 핵심 내용을 정식 상임위 심사나 공청회에서 깊이 있게 논의한 적은 거의 없다”며 “발의만 해놓고 방치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은 대부분 사소해 보이는 신호로 시작되지만 반복되면 큰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초기부터 위험을 차단하는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 대표는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용 대표는 “국회에 발의된 친밀관계폭력 관련 법안의 상당수는 별도의 특별법을 신설하거나 스토킹 처벌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며 “그러나 관계에 기반한 폭력에 제대로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 공백을 막으려면 가족 구성원과 교제 관계 등 친밀한 관계 전반을 규율하는 포괄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친밀관계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정폭력처벌법의 패러다임을 가정 유지가 아닌 피해자 보호로 전환하고 법의 적용 대상을 가족 구성원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도 “혼인, 교제 등 관계에 따라 법 적용이 나뉘어서는 안 된다”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관점을 제대로 정립하고 비슷한 유형의 모든 친밀한 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신변 보호 제도로 피해자의 안전 확보에 국가 공권력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찰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만나는 관련자들의 제대로 된 교육 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여성폭력추방주간(11월 25∼12월 1일)을 앞두고 열린 이번 기자회견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범죄피해자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이 공동 주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