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우 미국 보스턴 시장
1985년 대만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2021년 보스턴 첫 유색인종·여성 시장으로 선출

미국의 정치 신인 조란 맘다니(34)가 뉴욕시장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 무슬림 시장으로 당선되며 화제를 모으는 사이 조용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보스턴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시장 미셸 우(40)다.
우 시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치러진 보스턴 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아시아계 여성 정치인으로 새 역사를 썼다. CBS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 시장은 당초 이번 선거에서 조시 크래프트 후보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크래프트 후보가 지난 9월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사퇴하면서 우 시장은 단독으로 출마해 자동으로 당선됐다.
우 시장은 당선 직후 “누군가 공포를 조장하고, 끌어내리려고 애를 써도 보스턴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보스턴은 자유의 요람이자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라며 “이는 우리가 우리의 뿌리를 존중하고, 다양성에서 힘을 얻어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만계 이민자 2세인 우 시장은 1985년 일리노이주 시카고 출신으로 1980년대 초반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우 시장은 스스로를 부모님의 통역을 돕던 ‘전형적인 아시아 소녀’였다고 표현한다. 조용하고, 공부는 물론 피아노와 바이올린에도 능숙했던 그는 2003년 장학금을 받고 하버드대학에 입학했다.
우 시장은 어린 시절 그의 가정환경 때문에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의 조부모는 1940년대 중국 국민당이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이후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외성인(중국본토 출신 이주민) 세대다. 우 시장은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가족과도 정치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그는 과거 NBC와의 인터뷰에서 “집안 어른들에게 정치란 부패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며 “열심히 공부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고연봉 직장을 얻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하며 탄탄대로를 걷던 우 시장의 인생은 그의 어머니가 조현병을 앓으면서 달라졌다. 여기에 부모님의 이혼까지 겹치면서 그는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두 여동생을 돌봐야 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우 시장은 지역사회 및 지방정부의 중요성을 통감했으며 2009년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게 된다.

보스턴 역사상 첫 유색인종이자 여성 시장
우 시장은 로스쿨 입학 후 당시 교수로 재직 중이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만나면서 정치에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 시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첫 학기에 워런 교수를 만나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며 “로스쿨 3학년 때 워런 교수가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다. 이때 선거캠프에서 일한 경험이 나를 이 분야(정치)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워런 의원 역시 정치적 제자인 우 시장을 ‘가족’으로 표현하며 그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우 시장은 로스쿨 졸업과 워런 의원의 캠페인이 마무리된 이후 2013년 보스턴 시의원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보스턴 시의회에서 아시아계 여성 시의원이 당선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유색인종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시의회 의장을 지냈다.
그는 이 시절 하버드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이고, 젊고, 아시아계고, 보스턴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많은 이가 저의 출마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저희 가족이 겪었던 어려움과 비슷한 문제를 겪는 가정들을 위해 장벽을 허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유권자의 비중에 비해 정부와 주요 리더십 직위에서 여성 대표성은 여전히 낮다”며 “젊은 여성들과 소녀들이 이러한 자리에 있는 자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2021년 그는 보스턴 시장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간 보스턴에서 시장직은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노동부 장관으로 마틴 월시 당시 보스턴 시장을 지명하면서 킴 제이니 시의회 의장이 흑인 여성 최초로 시장 대행을 맡아 9개월간 시를 이끌기는 했으나 200년간 정식 시장직은 백인 남성이 독점했다. 그러다 우 시장이 36세에 보스턴 시장으로 선출되며 ‘여성 최초’이자 ‘유색인종 최초’의 보스턴 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주택문제 등 과제 산적…트럼프 행정부와도 대립각
우 시장이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규정한 적은 없지만 그는 여러모로 맘다니 당선인과 닮은 꼴을 보인다. 맘다니 당선인 역시 이번 선거 기간 중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로 우 시장을 언급했다. 우 시장은 초선 때부터 그린 뉴딜 정책 도입과 버스 요금 무료화, 주택 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내세워왔다. 임기 중 살인·절도 사건이 급감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뒀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보스턴글로브는 “보스턴은 공립학교 시스템 개선과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우 시장이 첫 임기 때 학교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지만 주거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다소 미흡한 성과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도 임기 중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우 시장은 이민자 정책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피난처 도시’를 자처하는 보스턴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보스턴을 향해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자 우 시장 역시 “보스턴은 물러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현재도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개최 도시에서 ‘안전하지 않은’ 보스턴을 제외시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 시장은 당선 소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올해 우리는 연방정부의 혼란과 잔혹함 앞에서 기로에 섰다”며 “압박에 굴복해 후퇴하고 방향을 바꿀 것인지, 이 나라를 세운 가치에 더 깊게 뿌리내릴 것인가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4년간 보스턴이 건립된 이래 줄곧 전해온 메시지를 다시 한번 보낼 수 있게 됐다. 바로 자유와 우리의 가족·친구·미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언제나 싸울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