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교수의 『저속노화 마인드셋』
환절기에는 몸도 마음도 괜시리 부산스러워 진다. 이럴 때 나를 추스르는 방법 중에 하나가 독서다. “마음의 속도가 결국 몸의 속도를 만든다.” 이 말은 정희원 교수가 『저속노화 마인드셋』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로, 노화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지만 삶의 속도를 조절해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자는 따뜻한 제안이 담겨있는 말이다.
정희원 교수는 노년내과 의사로서 오랜 임상 경험을 토대로, 현대인이 너무 빠른 속도에 내몰려 ‘가속노화’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비판한다.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난 그는 “빠르게, 더 많이”를 강요하는 사회적 습관이 오히려 우리 몸을 빨리 지치게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내놓은 해법이 ‘저속노화’, 즉 천천히 나이 드는 삶의 태도다. 이 책은 자신의 체험을 포함하여 느림이 주는 치유의 힘을 과학과 경험, 그리고 생활 속 지혜로 풀어낸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저속노화’에 대한 흔한 오해와 잘못된 통념들을 하나하나 재정의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회피하려는 인간 심리와 건강루틴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오해와 우리가 모르는 도파민의 두 얼굴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노화는 막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나이 드는 태도’를 갖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응이라고 소개한다. 둘째, 속도 조절을 위한 마인드셋 전환이다. 성과 중심 사회와 ‘빨리빨리’ 문화가 오히려 내면과 몸의 조화를 깨뜨린다고 본다. 마인드셋은 쉽게 말해서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일하는 방식이나 휴식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삶의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마인드셋”이 저속노화이며, 경쟁과 비교 보다는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태도를 제안한다. 셋째, 구체적 실천과 자기돌봄의 일상 루틴을 소개한다. 본인이 직접 실천해온 생활 패턴으로 수면, 식사, 움직임, 독서, 명상 등의 습관들이 모여 몸의 리듬을 되찾고 마음의 균형을 회복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하루 중 잠깐의 산책, 식사 시간을 여유롭게 즐기기, 잠자리에 들기 전 가볍게 호흡을 고르는 습관 등은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처절한 번아웃 경험, 의료 현장에서 본 노인 환자들 이야기, 특히 자신의 건강 위기 등을 고백하는 부분과 그럼에도 운동과 식사조절, 호른 연주 등 자신의 저속노화 루틴을 이어가고 있는 의지력이었다. 정희원 교수는 소위 ‘노잼’으로 보이는 매일 매일의 작은 습관들이 ‘도파민’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자신한다.
나는 올 해도 어김없이 건강관리와 운동을 새해 계획으로 세웠지만, 이런 것들은 너무 ‘노잼’이라 굳은 의지는 매번 꺾이곤 했다. 습관으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최근 ‘존2운동’을 접하고 실천하며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몸과 마음이 한 결 단단해진 것을 느낀다. 매일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만보걷기를 하고, 다시 돌아와 달린다.
만약 당신의 하루하루가 너무 숨 가쁘다고 느낀다면, 운동 좋다는 건 알지만 지속하기 어렵다면, 노년기에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싶다면, 그리고 마음챙김과 자기돌봄 라이프스타일에 관심 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