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 위험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논란이 미 정치권은 물론 세계의 보건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현지시각)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 일관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WHO는 성명을 통해 "아동기 백신 역시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며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에 결정적인 과학적 연관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WHO는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일관된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WHO는 아동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 역시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 결과 모두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WHO는 백신 접종이 지난 50년간 최소 1억 5천400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근거 없는 접종 지연이나 방해가 지역사회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성명을 내고 “타이레놀과 자폐 연관성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의약감시 기관이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2024년 한국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유전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안준용 교수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서 “너무 비과학적이고 어이가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내에서는 타이레놀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공화·사우스다코타)는 CNN 인터뷰에서 "타이레놀 사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의료계 인사들이 엄청나게 많다. 광범위한 주장을 펴려면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이번 발표가 가져올 잠재적 파장을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 상원 의원(공화·루이지애나)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엑스(X)에 "이 문제를 다루고 보건복지부를 지원하려는 열망을 이해한다"면서도 "압도적인 증거들은 이것(타이레놀의 자폐증 유발)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성들이 임신 중 통증을 관리할 선택지가 사라질까 봐 걱정된다"고 적었다.
그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자폐증의 원인을 밝히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입각해 여성들에게 고통을 감내하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요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측에서는 진화에 나섰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날 뉴스네이션 인터뷰에서 "개인 사정에 따라 다르다"라며 "케네디(보건복지부 장관)가 말하는 근본적 주장은, 이 약들이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과학이 어디로 이끄는지 그 과학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타이레놀의 부작용을) 조금 더 유념하라"는 취지였다면서 "궁극적으로 뭔가를 복용하는 것은 상황 특정적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명한 소아신경외과 의사인 벤 칼슨 박사(트럼프 1기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는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약병 라벨에 있는 경고문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고려돼야 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물 복용의) 이익 대 위험의 비율은 많은 개인적 정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결정은 당신의 의료 제공자와 함께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