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 앞두고
모임넷, 임신중지 약물 도입 촉구 기자회견 열어

이재명 정부가 여성의 건강권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해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국정 과제로 확정한 가운데, 여성·시민단체가 하루빨리 유산유도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27개 여성시민단체로 구성된 ‘모두의 안전한 임신을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이하 모임넷)는 23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9월 28일)을 맞아 서울 종로구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날(9월 28일)은 1990년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여성들이 낙태죄 처벌(임신중지법) 폐지를 위한 시민 행동이 일어난 날을 기념하며 제정됐으며 2011년 '재생산권을 위한 여성 글로벌 네트워크(WFNRR)에서 이날을 국제 기념일로 선포했다.
건강사회를 위한약사회 서은솔 약사는 “임신중지 의약품의 안전성은 충분히 검토됐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미페프리스톤의 시판 후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누적 사용 750만건 중 보고된 사망은 36건에 불과했다. 이는 출산보다 훨씬 안전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지연은 여성들이 자신의 건강과 삶에 대한 기본적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여성의 신체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1년부터 임신중지는 비범죄화됐다. 그러나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꼽히는 임신중지 약물은 여전히 국내 유통되지 않고 있다. 국회가 6년째 후속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회에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임신중지 약물 심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월까지 현대약품은 식약처에 임신중지약품인 '미프지미소(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네 차례 품목허가 신청했지만, 유통이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 21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에 대한 심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면서도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고 현대약품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신속히 심사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는 사이 여성들의 건강권은 위협받고 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임신 중지 약물을 구입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741건, 5년간 3,242건이 온라인 불법 유통으로 적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임신중지 약물이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공혜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사무국장은 “지난해 가장 많았던 상담은 유산유도제를 어디서, 얼마에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며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방법은 유산유도제 사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수 제한, 특정 기관 처방, 비싼 약값, 건강보험 제외 같은 조건이 붙는다면 또 다른 장벽이 될 것”이라며 “도입은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서도 임신중지 후속입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7월 남인순 의원은 수술뿐 아니라 약물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포함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22대 국회에서 처음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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