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국방과학연구소·한전 등 상위 납부 기관
복지부·고용부 산하기관도 예외 없어…제도 실효성 논란
한국저작권보호원·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은 고용률 크게 상회

지난해 공공기관 276곳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아 253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으로 정해진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못한 결과 매년 수백억 원대 혈세가 부담금으로 쓰이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779개 공공기관 가운데 276개 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3.8%를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이 납부한 부담금은 총 253억 8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장애인 의무고용률 제도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해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이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고용 인원에 비례해 부담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제도 취지와 달리 공공부문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부담금 납부 상위 기관을 보면 서울대병원이 20억 5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방과학연구소(14억 6500만원), 한국전력공사(11억 6500만원), 전남대학교병원(9억 9100만원), 한국원자력의학원(9억 5700만원), 한국산업은행(9억 41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 산하 기관들조차 의무고용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국립중앙의료원(2억 9000만원), 국립암센터(1억 1000만원), 대한적십자사(8400만원) 등 보건복지부 산하 9곳이 부담금을 냈다. 또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도 7800만 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나 제도의 상징성과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장애인 고용률을 크게 상회하는 기관도 있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무려 44.4%의 고용률을 기록했고, 대한장애인체육회(17.3%), 한국도로공사서비스(16.9%), 국가생명윤리정책원(12.8%), 한국장애인고용공단(11.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일부 기관의 적극적 노력이 제도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저작권보호원의 경우 2021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을 맺고 온라인 불법복제물 모니터링 직무에 장애인을 대규모로 채용했다. 공공기관이 장애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해 고용 확대를 실현한 대표 사례다.
연도별 부담금 추이를 보면 △2022년 327개 기관 348억 8000만원 △2023년 299개 기관 279억 9700만원 △2024년 276개 기관 253억 8800만 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매년 수백억 원대 부담금이 발생하며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미화 의원은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단순히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부담기초액 기준 상향 등 제도 전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부문이 앞장서 중증장애인의 특성과 장애 유형에 맞춘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적극 확대하고,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