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개막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서
신작 ‘키메라의 땅’ 음악극 세계 초연...김택수 작곡

길 샤함·아델 앤서니 부부 협연·소전서림 문학 콘서트 등
문학·클래식·현대음악 경계 허무는 공연 다수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 음악축제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에서 직접 내레이터로 나선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 음악축제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에서 직접 내레이터로 나선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올여름 한국 음악 축제에 선다. 자신의 신작 소설에 김택수 작곡가가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을 최초 공개하는 무대에 직접 내레이터로 나선다.

오는 8월22일 개막하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이다. 강경원 총감독이 이끄는 글로벌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음악 축제다.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 제목답게 동시대 클래식 음악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8월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질 ‘키메라의 시대: 신인류의 상상적 미래’다. 베르베르가 올여름 국내 출간을 앞둔 자신의 소설 『키메라의 땅』을 바탕으로 작곡가 김택수가 새롭게 작곡한 ‘키메라 모음곡’이 세계 초연된다. 베르베르는 이 무대에서 자신이 직접 쓴 내레이션을 들려주며 소설 속 세계관을 음악과 함께 펼쳐낸다.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포스터.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포스터.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일 열린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1일 열린 ‘제8회 힉엣눙크! 뮤직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키메라의 땅』은 제3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자 앨리스 키메라가 인간과 동물의 DNA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인류의 이야기다. 인간과 박쥐가 결합한 하늘을 나는 종족, 돌고래와 섞인 바다 종족, 두더지와 섞인 지하 종족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혼종이 돼 새로운 능력을 얻는 대신 자연의 균형 법칙에 따라 다른 부분이 퇴화한다. 베르베르는 “폭력의 주기를 반복하지 않는 신인류를 만들어내고 싶었다”며 “겉모습만이 아니라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택수의 ‘키메라 모음곡’은 바로크 모음곡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각 혼종을 서로 다른 악기로 표현하는데, 물의 혼종은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가, 공기의 혼종은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땅의 혼종은 세종솔로이스츠의 바이올린이 담당한다. 모든 혼종이 합쳐진 살라만더는 전 연주진이 함께 표현한다. 베르베르는 “각 악기가 하나의 문장이 되어 서로 연결되며 영화음악 같다”고 평가했다.

11세에 비발디의 피콜로 협주곡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베르베르에게 음악은 특별하다. 평소 카페에서 헤드폰으로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쓴다고 한다. 특히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즐겨 들으며 『타나토노트』를 썼고, 『키메라의 땅』을 쓸 때는 바흐의 ‘아리아’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언어에는 장벽이 있지만 음악은 보편적 언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베르베르는 자신의 역할을 “사람들을 모닥불 옆에 모아 두고 이야기를 펼치는 선사시대 이야기꾼”이라고 표현했다. “글을 쓰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바로 볼 수 없는 것이 늘 아쉬웠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생생한 반응을 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했다. 또 관객들이 김택수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이 11세에 비발디를 접하며 겪은 ‘스탕달 신드롬’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키메라의 시대’ 공연은 서울 외에도 광주, 세종, 부산, 대구에서도 열려 전국 관객들이 베르베르를 만날 수 있다.

길 샤함·아델 앤서니 부부.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길 샤함·아델 앤서니 부부.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길 샤함·아델 앤서니 부부, 국내 첫 협연

8월26일에는 현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길 샤함과 그의 아내이자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아델 앤서니의 협연이 펼쳐진다.

10세에 데뷔해 40년 넘게 정상급 커리어를 유지해 온 샤함은 세종솔로이스츠 창립자인 강효 교수의 제자이자 오랜 협력 파트너다. 앤서니는 세종솔로이스츠 창단 후 12년간 리더를 맡아 온 단체 역사의 상징적 인물이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나란히 협연자로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아브너 도만의 ‘슬퍼할 때와 춤출 때’ 아시아 초연작을 선보인다.

소전서림에서 펼쳐지는 문학과 음악의 만남

9월5일에는 서울 강남구 복합문화공간 소전서림에서 문학과 음악의 특별한 만남이 펼쳐진다. T.S. 엘리엇의 장편시 ‘네 개의 사중주’ 낭독과 베토벤 현악사중주 132번 연주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엘리엇은 편지에서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작품 132를 공부하는 것은 나를 지치지 않게 하며, 죽기 전에 그 작품을 시로 표현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네 개의 사중주’는 베토벤 작품처럼 5부로 구성돼 있으며, 형식적 모방을 통해 음악성을 담아냈다. 초월적인 화해와 이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연은 영어로 진행되며, 8월29일 봉준수 서울대 교수, 채현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사전 강의와 함께 깊이 있는 인문학적 탐구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올해 축제에선 한국계 기타리스트 지지의 데뷔 리사이틀(8월22일), 첼리스트 여윤수의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9월2일), 영유아를 위한 ‘베이비 콘서트’(9월3일), 테크놀로지와 음악의 만남을 모색하는 ‘NFT 살롱’(9월 1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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