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지킨 2030 여성 5인 인터뷰

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 3층 강당 사전투표소에 주변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지난 5월 30일 서울 종로구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 3층 강당 사전투표소에 주변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일. ‘광장’을 지켰던 여성들은 응원봉 대신 투표 용지를 들었다. 이번 조기 대선는 지난 겨울 광장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123일 동안 시민들은 광장에 나와 ‘성평등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고 외쳤다. 그 맨 앞줄엔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든 2030 여성들이 있었다. 여성신문은 광장을 지킨 2030 여성 5인에게, 어떤 마음으로 투표소를 찾았는지 물었다.

1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성평등은 시대적 과제…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로”
-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국장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현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에 참여했던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직국장은 “그 추운 겨울을 지나 사전투표소에 들어서니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쳤다. 그는 “광장에서 시민들은 윤석열 퇴진만을 외치지 않았다. 123일간 퇴진 이후의 평등한 사회를 상상하고, 이야기했다. 그 결과 오늘의 조기 대선이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임 국장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성평등 공약이 실종되고, 여성 혐오성 발언이 공개적으로 오간 상황을 지적하며 “성평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장을 지나면서 시민들이 성평등을 얼마나 열망하고 있는지 느꼈다. 새 정부는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실현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성평등이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2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단상에서 여성혐오적 언행이 동료 시민을 불쾌하게 만들고 여성과 소수자가 집회라는 공간을 떠나게 한다며 광장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페미당당
지난 12월 7일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단상에서 여성혐오적 언행이 동료 시민을 불쾌하게 만들고 여성과 소수자가 집회라는 공간을 떠나게 한다며 광장에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페미당당

“이번 선거는 내 것 같지 않았다”…미완의 정치로 느껴진 대선
-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7일 여의도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서 “페미니스트와 함께해 성평등으로 국론 결집을 이루자”며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심 활동가의 발언에 수많은 여성들과 소수자단체가 함성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정작 대선 당일, 심 활동가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언젠가는 간절하게 나를 위해 투표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밍밍한 마음으로 한 표 행사했다”고 전했다. “직접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내 것 같지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탄핵 시위 집회 현장에서 휘날리는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민주동덕 민주주의를 위하여' 깃발.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연합
탄핵 시위 집회 현장에서 휘날리는 '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민주동덕 민주주의를 위하여' 깃발.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연합

“학내 민주주의도 회복돼야” 
- 권서연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공동대표

지난 광장 한편을 지켰던 깃발은 ‘민주동덕’ 깃발이다. 권서연 동덕여대 재학생연합동대표는 지난달 30일 사전투표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번이 인생 첫 대선이라며 “처음하는 대통령 선거였고, 시국적으로는 내란 이후의 대선이라 무게감이 달랐다. 사회를 바꾸고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한 표를 행사해서 감개무량했다”고 했다.

권 대표는 학내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국가의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이 시점에서 학내 민주주의가 돌아오지 않는 모순은 있을 수 없다”며 “사회가 더 좋은 방식으로 개혁되는 첫 출발이 될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로 소개했던 김유진(가명)씨는 탄핵 이후에도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X 캡처
지난해 12월 12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로 소개했던 김유진(가명)씨는 탄핵 이후에도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X 캡처

“우리는 2등 시민이 아니다”
- 광장 시민 김유진(가명)씨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달 29일 투표를 했다고 밝힌 김유진(가명)씨는 “성소수자 의제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표일지라도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새 정부를 향해 “민생의 민자(民)에 소수자와 약자가 함께 한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며 “우리는 2등 시민이 아니라 똑같은 한 표를 갖고 주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고공농성장에서 날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고, 성매매 집결지에서 밀려나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을 잊지 말라”고 했다.

앞서 김씨는 12월 12일  윤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주변의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해당 영상은 X(구 트위터)에서 500만회 이상 조회되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새 정부는 차별과 혐오에 단호히 맞서야”
- 이재정 광장을 잇는 윤퇴청 대표

이재정 ‘광장을 잇는 윤퇴청’ 대표 역시 사전투표날인 지난달 30일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투표장 안에 섰을 때 “드디어 대선이다. 그동안 고생한 게 헛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23일간의 싸움 끝에 드디어 대선이 왔다. 민주주의를 다시 쓰는 선거”라며 새 정부는 광장의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 정부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요구했던 가치들을 반영해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에 단호히 반대하는 정부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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