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젠더법의 현황

<양성평등정책 추진체계의 사령탑 :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기본법’은 양성평등정책의 추진체계로서 국무총리 소속의 ‘양성평등위원회’와 그 ‘실무위원회’, ‘시·도 양성평등위원회’,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 소속의 ‘양성평등정책책임관’과 ‘양성평등정책 전담전문인력’(담당관)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추진체계의 사령탑은 ‘여성가족부’다. 이번 호는 대선 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변천과 현재를 살펴본다.
<‘여성가족부’의 변천과 수난>
‘여성부’의 출범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의 신년사에서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해 역할이 크게 증대할 여성의 시대에 대비하고자 ‘여성특별위원회’를 ‘여성부’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여성특별위원회’는 김 대통령이 1998년 2월 취임 직후, 최초로 ‘정부조직법’에 근거를 두고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한 여성정책 전담 행정기구다. 이 위원회는 노태우 통치시대인 1990년 6월에 ‘국무총리 훈령’에 근거를 두고 최초의 여성정책 전담 행정기구로 활동한 ‘정무장관(제2)실’을 격상한 것이며, 위원은 민관합동으로 구성됐다.
‘여성특별위원회’와 ‘여성부’의 설치는 ‘남녀평등과 여성의 인권보장 및 사회참여, 인력활용’을 추구하는 ‘여성정책’을 통해 ‘민주화, 인권, 평등, 평화의 이념’에 기초해 국민과 국가의 발전을 구현하려는 김 대통령의 정책구상이자 선거공약의 이행이다. 여기에 국무회의 의결권과 집행력을 갖춘 강력한 여성정책 전담 행정부처를 요구한 여성주의 활동가들의 노력과 대통령 부인이자 여성주의자인 이희호 여사의 지원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자로서 여성부 설치방안 연구를 수행했다.
한편,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정부의 조직과 인원 증가를 최소화하고자 했다. 이에 많은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여성부는 여성정책의 기획·종합과 여성인력활용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정책실’, 성차별과 성희롱 예방과 권리구제 업무를 담당하는 ‘차별개선국’과 ‘남녀차별개선위원회’,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권익증진국’ 등으로 구성됐고 102명의 인원으로 출범했다.
‘여성부’에서 ‘여성가족부’로의 전환과 여성정책의 쇠퇴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대응과 가족정책을 중시했다. 그리해 2004년 2월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한 데 이어 3월 “보건복지부에서 수행하고 있던 영유아보육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이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했다. 2005년 3월에는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개편해 여성정책과 가족정책 업무를 관장하면서 가족정책에 예산과 인원을 더 많이 배정했다. 아울러 “차별개선업무를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한다”며 ‘여성가족부’의 ‘차별개선국’과 ‘남녀차별개선위원회’, ‘남녀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률’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여성정책 특히 성차별 개선정책은 쇠퇴했다.
‘여성가족부’의 수난과 양성평등정책의 쇠퇴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는 2007년 11월 개최된 여성정책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의 존치와 강화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작지만 유능한 정부”를 내세우며 여가부의 폐지를 시도했다. 이에 여성계와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자 2008년 2월 말,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여성부’로 개편하고, 소속 공무원 정원을 176명에서 109명으로 축소했다. 그런데 2010년 1월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다시 개편해 “청소년 및 가족(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를 포함)” 정책도 관장하게 하고 공무원 정원을 220명으로 증원했다. 그 후 박근혜, 문재인 통치시대를 거치면서 여가부의 소속 공무원 정원은 점차 증가해 275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2014년 5월 ‘양성평등기본법’의 제정으로 ‘여성정책’이란 용어가 ‘양성평등정책’으로 변경됐지만, ‘정부조직법’에는 반영되지 않았고 여가부에서 여성정책, 양성평등정책의 비중은 감소됐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여가부 폐지’를 내세웠고 집권 후 이를 추진했다.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여가부 존재 자체가 공정에 어긋나고 젠더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에는 ‘보건복지부’에 ‘미래인구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해 여가부의 양성평등 정책, 가족정책 관련 관련 업무를 이관하고, 여성고용정책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이관한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성계와 야당, 유엔의 항의에 부딪혀 2024년 7월 그 추진의 포기를 공식 표명했지만, 2023년 2월 20일 후 장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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