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2024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발표
순제작비 30억 이상 상업영화 여성감독 13.5%
‘시민덕희’ ‘대도시의 사랑법’ 등 흥행작
‘땅에 쓰는 시’ 등 독립·예술영화도 여성감독 활약
상업영화 여성 촬영감독 3년 연속 0%

2024년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창작자들의 참여 비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에서는 ‘남성 감독-남성 주연’ 비율이 80%가 넘고, 상업영화에서 여성 촬영감독은 3년 연속 0%를 기록해 여전한 성별 불균형이 드러났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2024년 한국영화 성인지 결산’ 보고서를 보면, 2024년 한국영화 실질 개봉작 182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 핵심창작인력의 비율은 감독 24.0%, 제작자 25.6%, 프로듀서 35.0%, 주연 48.1%, 각본가 34.7%, 촬영감독 8.9%로 집계됐다. 2023년도에 비해 모든 직종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높아졌다. 감독을 제외한 모든 직군에서 빈도 역시 증가했다.

특히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비율이 2023년 2.7%(1편)에서 2024년 13.5%(5편)로 크게 반등했다. 이중 애니메이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를 제외한 ‘시민덕희’, ‘그녀가 죽었다’, ‘파일럿’, ‘대도시의 사랑법’ 등 4편은 모두 흥행 순위 30위 안에 오르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영진위는 “5편 모두 여성 주연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는 점, 여성의 도전과 성장을 그리거나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과 폭력을 조명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다양한 층위의 여성 서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고 봤다.
독립·예술영화 분야에서도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미랑 감독의 ‘딸에 대하여’, 임선애 감독의 ‘세기말의 사랑’,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 정지혜 감독의 ‘정순’, 김다민 감독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등이 주목받았다. 정다운 감독의 다큐 ‘땅에 쓰는 시’는 관객 약 2만 3천 명을 동원, 2024년 여성 감독 독립영화 중 최고 관객 수를 기록했다. 양지혜 감독의 ‘괜찮아, 앨리스’도 관객 약 2만 1천 명을 모았다.
보고서는 2024년 상업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들이 각기 다른 경력 단계에 있다는 점도 의미 있게 조명했다.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은 5번째 작품을 선보인 중견 감독이며, 김세휘 감독은 스크립터 출신으로 ‘그녀가 죽었다’가 첫 연출작이자 장편 데뷔작이다.
‘파일럿’ 김한결 감독과 ‘시민덕희’ 박영주 감독은 단편영화로 경력을 시작해 독립·예술영화에서 두각을 보이다가 상업 장편영화로 데뷔했다. 영진위는 “두 감독의 사례는 우리가 지속해서 독립·예술영화에서 여성 감독들을 주목하고 양성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제작비 30억 넘는 상업영화 80% ‘남성 감독-남성 주연’
‘여성 감독·각본가-여성 주연’ 경향도

보고서는 여전한 성별 불균형도 지적했다.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 상업영화에서는 ‘남성 감독-남성 주연’ 비율이 81.3%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촬영감독 직군의 경우 상업영화에서 여성 촬영감독이 3년 연속 0%를 기록했다.
또 독립·예술영화계에서 여성 감독의 수가 2021년 51명에서 2024년 39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영화계 다양성 증진을 위해 독립·예술영화 여성 감독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창작 환경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독과 각본가의 성별이 주연 캐릭터의 성별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 감독이 작품을 연출할 경우 여성 주연을 기용할 확률이 76.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여성 각본가가 각본을 쓴 경우 여성 주연 캐릭터가 등장할 확률도 75.6%로 높았다. 영진위는 “여성 주연과 여성 서사 증진을 위해서 여성 각본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시사하는 결과”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