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 ⓒ경북여성정책개발원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원장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상북도와 지역 여성들, 기업 간의 협력을 강화해 여성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와 도전이 가능한 정책을 설계할 계획입니다.” 

하금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은 경북 지역 여성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하 원장을 여성신문이 만나 지난해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하 원장은 경북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전자계산기공학과 공학석사, 컴퓨터공학과 공학박사를 받았다. 구미대에서 컴퓨터정보전자과 교수, 여성정책연구소장, 지식정보원장을 지내고 (재)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연구개발본부장으로 활동했다. 현재 (사)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회 수석부회장, (사)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경상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사 및 사회분과위원회 위원장, 경북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1997년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연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하 개발원)은 27년 동안 경북여성들의 지위향상을 위해, 양성평등문화 확산에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난 2021년 4월 제12대 개발원 원장으로 취임한 하 원장은 ‘포용과 협력적 소통’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여성가족정책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입니다. 청년, 중장년, 경력단절 여성, 다문화 여성, 장애 여성, 농어업 등 대상별 맞춤형 지원으로 포용적인 정책을 실현하는 한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적 소통과 함께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참여적 거버넌스를 실천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지역 여성들의 실제적인 요구를 반영한 ‘데이터 기반 여성가족정책’ 설계도 주문했다. 경북 도내 332개 읍·면·동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특화산업 맞춤형 여성일자리 창출 등 데이터를 기반해 정책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농촌지역 여성들을 위한 농업·관광 융합형 창업 프로그램과 디지털 마케팅 및 AI 등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여 취·창업으로 연결되어 도민들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얻었어요.”

지난해 경상북도가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하자 개발원은 ‘저출생 대응 TF팀’을 구성했다.

“저출생대응 일·생활균형 문화 확산에만 머물지 않고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제도적 장착 마련에 노력했고 성과를 냈지요. ‘저출생대응 돌봄 패러다임 재구성과 양성평등정책 실행력 강화’ 등의 성과로 단순한 변화가 아닌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도약의 한 해였습니다.”

하금숙 원장은 경상북도의 저출생과의 전쟁과 관련, '저출생과 전쟁혁신회의' 제20차 회의에서 ‘데이터가 말하는 경북청년’을 주제로 발표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하금숙 원장은 경상북도의 저출생과의 전쟁과 관련, '저출생과 전쟁혁신회의' 제20차 회의에서 ‘데이터가 말하는 경북청년’을 주제로 발표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도내 22개 시·군별 출산율 및 인구구조변화 등 데이터분석 결과를 토대로 출산장려금지원과 보육비지원확대 등 경제적 지원 방안을 제시했으며 공공보육시설확충과 프로그램확대모색, 경력단절예방제도개선 및 결혼·출산인식전환을 TF팀의 목표로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임신에서 초등학교 생애주기별 맞춤 통합지원 사례연구, 가족친화인증 중소기업 사후관리, 저출생과 전쟁 100대 실행과제 정책분석, 아동·여성친화도시 확대, 맞돌봄·맞살림 활성화 방안, 이민친화기업 육성 등에 중점을 두고 저출생 원인부터 분석했어요.”

저출생문제가 사회적, 경제적 복합적 요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경상북도 역시 경제적 부담과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양육비와 주거비부담이 큰 상황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이 높다.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 경영혁신 방안과 대내외 산적해있는 현안에 대안을 마련하는데도 집중해온 결과, 취업지원과 돌봄공백 해소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도‧농간 돌봄 수준 격차 해소를 위해 62개 돌봄시설과 1,661명 아동들에게 찾아가는 우수 돌봄프로그램도 보급했다.

“농촌지역 비율이 높은 경북은 타지역에 비해 일자리 기회가 적고, 육아지원 시설이 부족하여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되었죠.”

경북 청년의 결혼· 출산에 대한 인식 및 요구도 연구‧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청년친화적인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난임부부를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했다.

저소득층 부모를 위한 건강보험 혜택, 출산 후 의료비 지원, 주택 지원 등 사회적 안전망 강화, 공동체 차원의 돌봄 협력체계 마련으로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에 관한 연구 결과는 경북도에서 추진한 ‘K보듬6000’ 출범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되었다.

“2024년 신규사업인 경상북도 다자녀 가구에 이사비 지원, 나의 직장동료 크레딧 사업, 중소기업 육아기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초등부모 10시 출근제 등은 여성경력유지에 개발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양성평등은 개발원의 지속적인 과제이자 목표다.

“양성평등핵심정책으로 양성평등 환경조성 실천사업 제안, 농촌지역 양성평등문화 확산, 경북지역 고려인 맞춤형 자녀 돌봄 서비스 강화 등에 주력했어요. 지역별·세대별·생애주기별로 1,623명이 양성평등 의식 및 문화 확산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저변 확대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하 원장은 4년 동안의 성과로 ‘2023년 양성평등진흥유공 국무총리표창’과 여성가족부 새일센터 성과평가에서 7년 연속 최고등급인 ‘가’ 등급을 받은 것, 일‧가정양립 및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가족부로 부터 2년 연속 우수기관 표창 등을 꼽는다. 

“저출생 대응 경력보유여성 맞춤형 취·창업 교육과 기업 맞춤형 여성전문인력을 양성해 6,856명 구직상담 및 2,378명이 취·창업하는 성과를 거두었어요. ‘새일참견’과 같은 취업·창업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젊은 세대와도 적극 소통하고 있습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컨설팅 및 교육 등 가족친화경영을 활성화하여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경북을 만들고자 도내 중소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개선 및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컨설팅 및 교육 등 가족친화경영을 활성화하여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경북을 만들고자 도내 중소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개선 및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경상북도 성평등지수제고를 위한 연구에 이어 ‘경북형 여성리더발굴 및 양성방안연구결과 ‘경상북도 여성리더 육성에 관한 조례’ 제정에 기여했다.

“조례에 근거해서 경북여성 뉴리더 양성과 경북WE리더 아카데미 사업을 확대해 다양한 영역의 160명 지역 여성리더를 양성하였고 네트워킹 및 멘토링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성과 및 실천 활동을 기반한 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년(2023년˜2024년) 연속 ‘한국 ESG 대상 공공기관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경상북도는 도‧농‧어업 등이 공존하는 곳이다. 저출생·고령화·지방소멸 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경북은 다양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농업, 어업, 임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농업에서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과 스마트 농업 기술 도입, 어업에서는 수산물 가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농업 기술 교육,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고령 여성들의 건강관리와 사회적 역할 확대, 다문화 가정 여성 및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과 직업훈련, 지역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그간 여성농어업인 실태분석 및 지원방안, 경북 사회적농업 여성참여 활성화 방안, 경북 농촌보육서비스 전달체계 운영 활성화 방안, 여성농업인 지위향상을 위한 과제 등 여성 농어업인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노동 환경에 관한 조사 및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실태조사결과 경북지역 농어촌 여성들은 노동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농어촌 인프라 부족으로 건강과 안전, 복지 등 전반적인 삶의 질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농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심층 현장연구 강화, 복지 증진, 직업훈련, 그리고 경영 컨설팅 등이 시급합니다.”

경북도내 산업단지가 밀집된 도시 지역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 중심의 일자리가 주를 이루지만 면 단위 지역의 농산어촌 중심 지역에서는 농산어업 및 소규모 지역산업 위주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를 감안하여 개발원에서는 경북도 면 단위 지역의 특성과 산업 기반을 반영한 맞춤형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어업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지위 제고, 젊은 세대의 참여 촉진, 여성농어업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여성의 농어업 경영 참여와 의사결정력 강화, 친환경 농어업실천에서 여성의 기여 강조, 농어업 여성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원하기 위한 촘촘한 의료 서비스 제공 등으로 더 나은 삶의 질 제고 전략개발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일‧삶‧쉼이 조화로운 양성평등 행복 경북’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의 비전이다.

“경상북도의 여성정책과 양성평등 방향성이 그 맥을 같이 합니다. 지역의 전통과 현대적 가치를 조화롭게 반영하는데 중점을 두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참여확대, 여성과 남성 모두 평등한 기회를 갖는 등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경상북도는 유교적 전통가치관으로 여성들이 사회적, 경제적 활동에 제약을 주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걸림돌로, 경력단절을 초래한다. 특히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는 제한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여성 리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양성평등을 실현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큰 도약과 성장’을 2025년도 목표로 정했다. “‘미래를 대비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디지털로 일하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이 단순히 정책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다하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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