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플레이션(Weddingflation)’은 결혼(Wedding)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결혼과 관련된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최근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가운데, 명품 소비 트렌드가 결혼 문화와 결합하면서 결혼 비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결혼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평균 결혼 비용이 2억 1227만원으로 집계됐다. 결혼자금으로 1억원 미만을 지출한 경우는 37%, 3억원 이상을 지출한 경우도 31%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20~64세 금융소비자 5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 온라인 설문로 진행됐다. 조사 항목에는 주택 마련 비용, 혼수·예물 등 이외 비용이 포함됐다. 특히 주택 마련 비용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많은 예식장이 폐업하면서, 예식업계의 가격 책정이 불투명해지고 결혼 비용 또한 천차만별로 변했다. 지난해 10월 25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결혼비용 보고서’(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 예식장 비용은 전년(1057만원) 대비 21% 상승한 1283만원이었다. 또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도 전년(333만원) 대비 8% 오른 360만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혼집 마련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혼수·예단·예물 등 전통적으로 여성이 부담하는 비용도 여전히 적지 않다.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지만, 남성은 ‘집’, 여성은 ‘혼수’를 마련해야 한다는 관념이 여전히 존재한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비부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결혼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예비부부들이 저축을 소진하거나 대출을 받으면, 이후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웨딩플레이션 속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예비부부들은 결혼식을 간소화하거나 신혼여행을 생략하는 등 결혼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기존의 전통적인 결혼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비혼’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하는 경향도 보인다.
정부는 결혼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결혼 서비스 업체의 가격과 서비스 항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가격표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로써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비용을 사전에 파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 인천시,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공공 예식장을 빌려주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공공시설 추가 개방을 통한 청년 맞춤형 예식 공간 제공방안’을 발표해 전국 공공시설 48곳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웨딩플레이션은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사회 전반이 결혼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