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첫 공식 기자회견..."젊은 경찰·군인 태도 인상 깊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강은 6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룸 노벨상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분도 그랬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강은 기자회견에 앞서 사회자가 최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언급하며 "이번 주 어떠셨냐"라고 묻자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시작된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과거의 계엄 상황과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것이 생중계돼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면서 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강은 "맨몸으로 장갑차 앞을 막았던 분도 보였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며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버티려는 모습, 군인들이 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라고 돌이켰다.

또 "젊은 경찰 분들, 군인 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라며 "아마 많은 분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한국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언어에는 강압적으로 그걸 눌러서 길을 막으려 한다고 해도 잘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며 "그런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이 지난 10월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후 공식 회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이 2014년 발표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 위원회 안나-카린 팜 위원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한강의 작품을 잘 모르는 독자는 '소년이 온다'부터 읽어야 한다"라고 소개했다.

팜 위원은 "이 작품은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는 언제나 얽혀 있으며, 이런 사건(광주 민주화 운동)의 트라우마는 여러 세대에 걸쳐 남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한강은 이날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유해도서 지정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상 첫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스페인의)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은 작가 개인이 아닌 "문학에 주는 상"이라고 해석하며 문학이 가진 본질적인 힘을 강조했다.

그는 "문학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자기 내면에 깊게 파고들어 가는 행위여서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긴다"며 "문학은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당시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6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각종 '노벨 주간' 행사에 참석한다. 10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해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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