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지원센터→직장여성지원센터
“사전 협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관이 지향하는 목적이나
가치 담지 못한 졸속 행정 비판

‘한글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시장 최민호)가 외래어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세종여성플라자와 직장맘지원센터 등 관내 8개 시설의 이름을 우리말로 바꾸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글명칭 변경이 각 시설의 고유 정체성·가치·지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새 이름으로 바꾸면서 발생하는 예산 낭비와 행정적 혼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는 지난 16일 △여성플라자는 ‘여성활동지원본부’ △직장맘지원센터는 ‘직장여성지원센터’ △복합커뮤니티센터는 ‘행복누림터 △로컬푸드가공지원센터는 ‘우리농산물가공지원센터’ △도도리파크는 ‘도도리공원’ △세종형 쉐어하우스는 ‘세종형 공유주택’ △전의게스트하우스는 ‘전의여행자숙소’ △세종묘목플랫폼은 ‘세종묘목마당’으로 8곳의 명칭을 우리말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여성신문 취재 결과 세종여성플라자와 직장맘지원센터를 담당하는 시의 여성정책팀은 해당 기관 및 여성계와의 협의가 충분치 않았음을 인정하며 재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명칭 변경을 담당하고 있는 시의 문화예술과 김회산 과장은 21일 여성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관내 시설 명칭 전수조사, ‘한글사랑위원회’ 회의, 시민 대상 설문조사, 시설별 소관부서와 시의회의 의견 청취 등을 거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세종여성플라자와 직장맘지원센터는 시의 명칭 변경 의견 요청에 ‘현행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기관 관계자는 “한글 명칭 사용이라는 큰 틀은 동의하지만 절차상 매끄럽지 않았다”며 “실무선에서 공문도 아닌 문자로 대안 이름 ‘보기’ 중에서 반드시 하나를 골라달라고 요청받은 적이 있었을 뿐, 기관 명칭이 이렇게 바뀌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견수렴 차원이라고 생각해 응답을 했을 뿐인데, 16일 공문을 통해 기관 이름이 바뀐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며 “아직 공문을 받지 못한 시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6일 열린 세종시의회에서도 시의 졸속 행정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이순열 시의원은 시 문화체육관광국을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캠핑장, 웹툰 캠퍼스, 세종테크노파크, 세종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을 기계적으로 한글화하면 문제가 많아진다”고 지적하면서 “시설 명칭 변경은 각 시설의 목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현 시의원도 “한글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좋은 취지에서 하는 것은 맞지만, 고유명사는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종여성플라자 명칭 변경 시 간판·명함·홍보물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예산 문제를 지적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세종시의원으로 일하면서 세종여성플라자의 건립을 이끈 이영세 세종인권마당 이영세 상임대표는 17일 세종시 지역언론인 ‘뉴스피치’ 칼럼을 통해 기관 명칭 변경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성플라자는 여성들이 다양한 주제로 만나고,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활동지원본부’라는 명칭은 현실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민호 시장의 공약인 직장맘지원센터 역시 육아·가사를 하면서 임금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기관으로 설립됐다”며 “직장여성지원센터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관인지 모호해진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관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과 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