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2일 개막
28일까지 38개국 총 132편 상영
‘올해의 보이스’에 김진주 작가·소란·춘천여성민우회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여성영화 축제 대장정에 돌입했다.

개막식은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광화문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변영주 감독과 봉태규 배우가 사회를 맡아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변재란 영화제 이사장 및 조직위원장은 “여성영화제는 지난 1997년 4월 1회 개최 이래로 관객들과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웃고 울고 함께 싸우고 도전하고 공감하며 오늘을 맞았다”며 “더 꿋꿋하게 끈질기게 여성영화의 역사로 다져진 근육을 키워 가겠다”고 했다. 또 “많은 여성 창작자들 덕에 여기까지 왔다. 협력과 연대의 손을 잡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숙경 집행위원장은 “예산은 줄었지만 각박한 가운데 에너지와 밀도는 더 커졌고, 버틸 힘을 모으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지지해 주시라”라며 “스태프들 모두 끝까지 안전하게 행사를 치를 수 있기를, 젊은 감독들이 영화를 틀고 관객과 만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겠다”고 했다.

국제경쟁 ‘발견’ 세션 심사를 맡은 파멜라 호건 감독은 “한국에 ‘웃음’을 주제로 한 여성영화제가 열린다는 걸 알고 뉴욕에서 날아왔다. 심사위원의 일원이 돼 기쁘고 영광이다”라고 했다. ‘아시아 단편’ 섹션 심사를 맡은 케냐 출신 지피 키문두 감독은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고, 이번 영화제가 우리 주위의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홍보대사인 ‘시우프스타’로 함께하는 배우·감독 겸 작가 손수현도 “다양한 모습의 웃음을 손에 쥐고 절망과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행이고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영화제의 대장정에서 저도 크게 웃다 가겠다“고 했다.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22일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도 열렸다.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22일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도 열렸다.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세아 기자

‘올해의 보이스’ 시상식도 열렸다. 수상자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생존자 김진주 작가, 퍼머컬쳐 농법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해온 ‘소란’ 유희정 퍼머컬처네트워크 대표활동가, 2019년 ‘N번방’ 사건 관련 가해자가 춘천지법에서 재판받은 일을 계기로 디지털성폭력 재판 방청연대·모니터링·문제 제기 등에 힘써 온 춘천여성민우회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19년부터 최근 1년간 여성 이슈와 현안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각 100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해 왔다. 상금은 한국여성재단이 후원한다.

수상자 김진주 작가는 영화제 측에 전달한 소감문에서 “이런 뜻깊은 상을 받을 줄 꿈도 몰랐다. 당시 저는 절박했다. 매시 매초 사건은 다르게 흘러갔고 하루하루 가늠할 수 없었다. 재판 이후 이 시간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주어질 생각을 하니 가만있을 수 없었다. 영원히 피해자를 표현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또 “‘나는 피해자가 되지 않아야겠다’보다 ‘나는 피해자를 도울 거야’ 생각하고, 서로 어울려 지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소란’은 “어제 밭에서 일하다 쐐기벌레에 쏘였다. 40일 가까이 무더위가 지속되고 기후위기가 가속되면서 이전엔 없던 일들을 밭에서 만나게 된다”며 “‘올해의 보이스’ 수상은 제가 자연에서 만나는 일들을 더 많은 분들께 이야기하란 뜻 같다”고 했다. 이어 “아름다운 밭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기후위기 극복법을 찾고 있다. 낙관이 있는 곳에서 대안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경순 춘천여성민우회 대표는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의 영혼과 육신을 철저히 파괴하는 범죄다. 가해자의 목소리만 높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검사나 국선 변호를 통해 약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여성이 죽어야만 겨우 귀를 기울일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간 함께해 온 활동가들, 여성단체들, ‘연대자 D’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절규가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날까지 지치지 않고 연대하겠다”고 했다.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오는 28일까지 CGV 연남, CGV 홍대, 씨네큐브 광화문 등 서울 곳곳에서 개최된다. 개막작 프랑스 소피 필리에르 감독의 ‘뒤죽박죽 내 인생’, 프랑스 영화계 ‘미투’(#MeToo) 운동에 다시 불을 붙인 배우 겸 감독 쥐디트 고드레슈의 ‘나도 말한다’ 등 국제적인 화제작들을 포함해 38개국 총 132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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