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의 동향
2부 한국젠더법제사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조직이 운영되고 인간관계가 규율되는 법치국가에서 법령과 그에 따른 판례의 형성과 변화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신문은 법을 여성과 젠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젠더법 강좌]를 연재한다. 1부는 법과 젠더 및 성평등의 관계, 2부는 한국젠더법제사, 3부는 젠더법의 현황, 4부는 젠더판례를 주제로 한다. [편집자 주]

박정희 소장은 1961년에 5.16 군사정변을 주도한 후 1963년 12월 17일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1979년 10월26일 시해될 때까지 18년 넘게 국가를 통치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비상계엄조치와 유신헌법 등으로 민주공화 체제를 훼손하고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경제적으로는 근로자 특히 여성의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개발을 추진하여 고도경제성장을 이끌어 냈다. 그럼 헌정사에서는 제3공화국과 제4공화국 시대에 해당되는 박정희 통치 시대에 젠더법은 어땠을까? 1960년대와 1970년대로 구분해 살펴본다.
성매매 관련 법제정과 협약 비준
제2공화국 시대에 5.16 군사정변 주역들로 구성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사회개혁을 위한 사회악 일소” 작업을 추진했다. 그 일환으로 1961.11.9.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성을 파는 행위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이 되는 행위, 성매매업소 운영 관련 행위들을 모두 금지하고 제재하는 규정을 두었다. 그런데 이 법은 “윤락행위를 방지하여 국민의 풍기정화와 인권의 존중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했다. 이 법에서 ‘윤락행위’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영리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이 법의 초점은 성을 파는 윤락여성의 단속과 선도에 있었다.
1962.5.14. UN의 ‘인신매매 및 타인의 매춘행위에 의한 착취금지에 관한 협약’에 비준한 것도 주목된다. 이 협약은 “매춘행위(성매매)와 매춘을 목적으로 하는 인신매매에 따르는 해독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부합되지 않으며 개인과 가정 및 사회의 복지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명시했다. 그런데 이 협약은 성매매 당사자가 아니라 성매매업자들의 처벌과 성매매의 방지에 초점을 두었다.
‘헌법’ 의 ‘남녀동권 조문’ 삭제
1962년 12월 26일에 국가의 가장 기본법인 ‘헌법’을 전부개정하면서 ‘제헌헌법’이 명시한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며”라는 조문을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없애 버렸다. 한국 젠더법제사에서 가장 뼈아픈 쇠퇴를 초래했다. 이 조치는 1958.2.22 제정되어 1960년부터 시행된 ‘가족법’(‘민법’의 제4편과 제5편)에 대해 위헌적 입법이라는 비판이 고조되자 이를 봉쇄하기 위해 단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부장적 가족관계법의 강화와 미봉책
1962.1.15. 제정된 ‘섭외사법’은 대한민국에서의 외국인, 외국에서의 대한민국 국민의 섭외적 생활관계에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가를 규정한 법이다. 그런데 이 법은 혼인의 효력, 부부재산제, 이혼에 관하여 남편의 본국법에 따르도록 했다. 이 입법은 처와 자녀의 국적 변동을 남편과 아버지의 국적 변동에 따르도록 한 ‘국적법’(1948.12.20. 제정), 1958.2.22. 제정된 ‘가족법’과 함께 남성중심의 가부장주의에 기반한 가족관계 법체제를 강화시켰다.
그런데 1961.12.6. 제정된 ‘인사소송법’과 1963.7.1 제정된 ‘가사심판법’은 모두 “인격의 존엄과 남녀의 평등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법의 목적에 명시했다. 그러나 이 법들은 가족관계법과 관련한 분쟁을 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가족관계법이 가부장주의를 기본으로 했기에 “남녀의 평등”원칙은 실효성이 없고 장식적인 것이었다.
성별분업관·특질론에 기초한 여성의 사용 금지
1962.1.10. 제정된 ‘선원법’은 “선박소유자는 15세 미만자와 녀자를 선원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단, 동일한 가족만을 사용하는 선박에 대하여서는 예외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1969.11.10.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30개의 여성사용금지직종을 명시했는데 그 중에는 성별분업관·특질론에 기초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헌법’에 인격권 조항의 신설과 차별금지영역 확대
1962년의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이를 위하여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성별 등에 의한 차별이 금지되는 “정치적ㆍ경제적· 사회적 생활 영역”에 “문화적 생활 영역”을 추가했다. 현재 이러한 입법은 젠더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고 제재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모성보호법의 시행과 확대
1961.12.4.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60일의 유급 산전후휴가는 “산후에 30일 이상 확보되도록 한다”라는 단서를 붙였다. 그리고 1963.6.1. 제정된 ‘공무원복무규정’은 ‘특별휴가 ’란 조항에서 “임신중의 여자공무원은 그 출산의 전후를 통하여 60일이내의 휴가를 얻을 수 있다.”, “여자공무원은 매생리기마다 1일의 생리휴가를 얻을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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