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의 발언] 22대 국회에 ‘연대의 여성정치’를 바란다

6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12층 그랜드볼룸에서 한국여성의정이 주최한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축하 어울모임’이 열렸다. (왼쪽부터) 조국혁신당 정춘생,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조국혁신당 김선민,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국민의힘 이인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민의힘 김희정, 국민의힘 서지영 국회의원.  ⓒ한국여성의정 제공
6월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 12층 그랜드볼룸에서 한국여성의정이 주최한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축하 어울모임’이 열렸다. (왼쪽부터) 조국혁신당 정춘생,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조국혁신당 김선민,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국민의힘 이인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민의힘 김희정, 국민의힘 서지영 국회의원.  ⓒ한국여성의정 제공

한국여성의정이 주최한 ‘제22대 여성 국회의원 축하 어울모임’이 지난달 27일 열렸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되어 이날 자리에 참석한 여성 의원들은 여야 정당을 넘어 여성정치의 역할과 연대를 강조했다.

여성신문의 기사를 보니 다음과 같은 말들이 이어진다. “정책적으로 여성들이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김희정 국민의힘 의원)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주인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 반드시 그 일을 이루겠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국혁신당 12명의 당선인 중 여성은 6명으로 50%다. 저희가 여성정책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겠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사실 22대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들의 제 역할을 기대할 만도 하다. 각 당의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지역구·비례대표를 합해 모두 60명의 여성 의원이 국회에 들어갔다. 21대 총선 때의 57명(19%)에 비하면 1% 늘어난 수준이다. 남녀 간의 비율로 따지면 여전히 부족한 숫자이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적은 숫자만은 아니다. 

문제는 이 정도 숫자의 여성 의원들이라도 제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지난 4.10 총선에서는 양성평등을 위한 젠더 관련 의제들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모두가 여야 진영 간의 대결에만 올인하는 선거가 되다 보니 우리의 삶에 필요한 다른 의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무리 여야 진영 간에 물러설 수 없는 선거였다 해도 ‘세상의 절반’이라는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의제들을 여성 정치인들부터 포기했던 것은 온당하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총선뿐 아니라 21대 국회 4년 동안 지켜봤던 바이기도 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이 조정의 리더십을 보이거나 젠더 의제들에 관한 연대를 도모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진영 간 대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비일비재하게 보였다. 

남성 의원들 이상으로 거친 증오와 독설의 막말들을 쏟아내는 일부 여성 의원들의 모습은 여성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 여야 정당들의 성비위 사건 때 여성 의원들이 보였던 미온적이거나 모순적인 언행들도 여성정치를 향해 ‘팔은 우리 정당으로 굽는다’는 비판적 시선을 낳았다. 여성정치가 남성정치보다 더 독한 언행을 보였고 여성 정치인들에게는 젠더 문제보다 진영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던져졌다. 

물론 21대 국회에서도 스토킹처벌법, 스토킹피해자보호법, 가사근로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같은 성과들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여성 의원들 고유의 역할에 대한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국민이 여성정치에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야 진영에 따라 갈려 거칠고 타협 없는 대치 속에서 섬세한 리더십으로 조정의 역할을 하는 리더십이 아니었을까. 특히 여성들이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들에 대한 차별 등을 해소하는 정책과 입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 의원들은 진영에 따라 갈라져 이같은 과제들을 위한 연대를 하지 않았다.

22대 총선에서 여성 다선 의원의 수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의 여성 초선 의원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치 신인들의 남녀 불균형은 앞으로를 생각할 때 큰 문제이고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할당제 요구가 벽에 부딪혀 있는 이유로 단지 그에 반대하는 ‘이대남’ 노선의 세력화만 꼽을 일은 아니다. 여성정치가 더 나은 것이 무엇이냐는 회의적 시선이 확산한 데 대한 여성정치 자신의 성찰과 변화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그날 모인 여성 의원들과 여성계 인사들은 “세상을 바꾸는 정치! 정치를 바꾸는 여성!”을 함께 외쳤다고 한다. 그런데 정치와 세상을 바꾸는 여성이 되려면 여성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여야 정파가 갈려서 싸우는 22대 국회가 되더라도 여성 의원들은 양성평등을 위한 의제들에 관한 한 연대하고 힘을 모을 책임이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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