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손 없는 여자’
[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손 없는 여자’
  • 최형미 여성학자
  • 승인 2020.11.27 11:06
  • 수정 2021-01-0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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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페미니즘을 만나다] ①이다감 박사 ‘여성의 손의 상징과 영성의 관계’
세계 곳곳서 발견된 ‘손 없는 여자’ 민담
여성이 손을 잃어가는 단계는
가부장제 사회에 편입되는 모습

[인간평등과 해방을 주창한 붓다의 가르침과 성평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과의 필연적인 만남으로 탄생한 불교 페미니즘. ‘성평등불교연대’가 주관하는 ‘2020 나를 정화하는 불교페미니즘 강좌’는 가부장성에 오염되고 왜곡된 교리들을 불교페미니즘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강좌 내용을 축약해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프랑스 영화 ‘GIRL WITHOUT HANDS’ 포스터.
프랑스 영화 ‘GIRL WITHOUT HANDS’ 포스터.

 

‘2020 나를 정화하는 불교페미니즘 강좌’ 첫 번째 강의는 지난 11월 18일 열렸다. 첫 강좌는 서울 불교대학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다감 박사의 ‘여성의 손의 상징과 영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강의에서 소개된 ‘손 없는 처녀’ 이야기는 듣기도 생소하지만 섬뜩한 느낌마저 있다. 상담심리사이며 구룹 투사 꿈작업 안내자인 이 박사는 여성들이 ‘손이 잘린 꿈’을 꾼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꿈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손 없는 처녀’ 민담이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걸쳐 퍼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손 없는 색시’라는 이름으로 인형극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이것을 여성의식단계를 보여주는 ‘원형’으로 해석하고, 이를 여성 정체성 발달 단계라고 표현했다. 

종, 십자가, 초, 향, 연꽃, 구유는 종교적 상징이다. 희생, 깨달음, 맑음, 그리고 소박한 영성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손을 영성과 연결한 사람이 있었을까? 중세시대에 죽은 성자들의 뼈다귀, 손톱, 머리카락 등이 성물로 거래된 적은 있었다. 성자의 몸 일부분을 간직하며 그의 정신을 되새기는 상징이었을 뿐, 사람의 특정신체를 영적인 것으로 여긴 것 같지는 않다. 몸과 더 멀어져야 영적으로, 이성적으로 된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우리의 언어와 사고를 가둬버린 이원론의 굴레는 몸을 부정하는데 뿌리를 둔다.

유럽의 ‘손 없는 처녀’ 설화를 담은 일러스트. ⓒPhilipp Grot Johann
유럽의 ‘손 없는 처녀’ 설화를 담은 일러스트. ⓒPhilipp Grot Johann

 

이 박사는 “손을 가슴에 얹어보세요”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따뜻한 손은 긴장한 마음, 일에 쫓기는 급한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기도하는 손, 절하는 손, 합장하는 손 등. 손은 우리 삶 전체에 영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손이 잘려나가는 꿈을 꾸는 여성은 누구일까? 그는 루마니아의 ‘손 없는 처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떤 방앗간 주인이 악마의 유혹에 빠져 자기 딸을 팔아버렸다. 딸은 슬퍼 울었지만, 아버지에게 순종했고 결국 악마에게 손을 잘라준다. 그 후, 딸은 보호해 주겠다는 부모를 떠나, 그를 사랑한 왕을 만나 결혼을 하고 은손을 선물 받는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모략으로 아이와 함께 숲으로 쫓겨나고, 아이와 7년간 숲에서 살아가며 신의 은총으로 진짜 손이 자라난다. 그리고 재생된 손으로 남편을 다시 만나 함께 살게 된다.“ 

이 박사는 여성이 손을 잃어가는 단계를 가부장제 사회에 편입되어가는 여성의 모습으로 해석했다. ‘노(No)’ 할 수 없는 여성, 폭력과 편견에 대항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을 모두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잘라준 희생적인 여성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아버지의 질서에 순종하며, 여성적인 것을 잘라버리고 남성적 가치를 따르는 여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가부장제 사회에서 희생적인 여성도, 남성처럼 지배적인 여성도 손 없는 처녀라고 보고 있다. 페미니스트 영성가 도요다는 영성과 창조성을 잃어버린 현대 여성을 손이 잘린 여성들이라고 말한다. 우리들의 모습이다.

‘2020 나를 정화하는 불교페미니즘 강좌’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다감 박사가 ‘여성의 손의 상징과 영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최형미
‘2020 나를 정화하는 불교페미니즘 강좌’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다감 박사가 ‘여성의 손의 상징과 영성의 관계’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최형미

 

‘손 없는 처녀’는 부모를 떠났지만, 타자의 도움으로 잠시 가짜 손을 갖는 반쪽짜리 독립을 한다. 그러나 결국 주변의 모략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돌봐야 할 아이만 데리고 숲으로 버려진다. 직장을 잃은 여성, 폭력과 마주 선 여성, 낙인찍힌 여성, 노인 여성, 장애 여성, 어머니가 된 여성, 여성들은 얼마나 쉽게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서 외면당하는지.

이 박사는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손 없는 처녀’는 신의 은총으로 아이를 기르고 나무를 껴안을 수 있는 손이 자라 왕비처럼 고귀한 존재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결론은 얼핏 보면 급하게 낙관적이고 논박 불가능한 신을 끌어들여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의존할 것이 없는 여성, 바로 그들이 세상의 권력과 조직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더 빨리 깨닫고 더 깊고 강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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