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0.2% 여성 임원이 말하는 회사생활 비결은?
LG화학 0.2% 여성 임원이 말하는 회사생활 비결은?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0.11.27 07:00
  • 수정 2020-11-26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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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0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부문 수상자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상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광학 코팅필름 전문가
장영실상 3번 받고 특허만 90개 넘어
사원으로 출발해 상무까지...비결은 “네트워킹과 소통”
‘제20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 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 ⓒ본인 제공
‘제20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 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 ⓒ본인 제공

1989년 8월, KAIST 학부를 조기 졸업하고 ‘락희화학(현 LG화학)’에 입사했다. 공부보다 “눈에 보이는 연구”가 더 재미있었다. 여성 연구원은커녕 여사원조차 찾기 힘들던 시대였다. 쟁쟁한 석박사 출신 남성 인재들을 제치고 학사 출신으론 처음으로, 여성으론 두 번째로 연구위원에 올랐다. 32년간 LG화학에서 연구개발에 전념하면서 디스플레이용 코팅 필름의 국산화, 연매출 약 5000억원의 사업화 성공에 기여했다. 그의 이름이 포함된 특허출원서만 90여 개다. 27세 때 국내 최고의 산업 기술상인 ‘장영실상’을 받아 최연소 수상자 기록을 썼다. 여성으로는 드물게 세 번이나 장영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제20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산업 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 이야기다.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여성과학기술인에 주는 상으로, 수상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상장과 포상금 1000만원을 받는다.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광학 코팅필름 전문가
장영실상 3번 받고 특허만 90개 넘어

장 수석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광학 코팅 필름 전문가다. 강화 유리처럼 충격에 강하며, 더 가볍고 접기 편한 코팅 소재를 더 싸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햇빛이나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도 스마트폰·TV 화면이 잘 보이도록 하는 반사방지 필름의 코팅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입자 상분리 기술, 입자 응집 제어 기술 개발에도 힘썼다. 해외 기업들보다 10년 이상 늦게 뛰어든 부품 소재 산업 부문에서 LG화학이 선도업체로 떠오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장영실상(1995년, 2004년, 2017년)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는 ‘이달의 엔지니어상’(2014년) 등 많은 포상을 받았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강국이라고 하지만 부품 소재는 일본산 등 수입산 비중이 커요. LG화학은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산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조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은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한 결과, 지금 세계 시장 점유율 2등 수준으로 발전했어요. 저나 몇몇 사람의 힘만으론 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 R&D 부서원들, 현장 엔지니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20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서울시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산업 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이 시상대에 섰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제20회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시상식이 지난 23일 서울시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렸다. 산업 부문 수상자인 장영래 LG화학 수석연구위원이 시상대에 섰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사원에서 상무까지

32년간 회사생활 비결은 “네트워킹과 소통”

장 수석연구위원은 유리천장이 지금보다 훨씬 두껍던 시기에 업계에 뛰어들었다. 사원으로 시작해 상무까지 올랐다. 2020년 현재 LG화학 내 여성 임원은 전체의 4%, 임원급 연구 전문가는 전체 연구원의 0.2%뿐이다.

“여성이 소수였을 때 입사했어요. 사업부 사람들이 절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려워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지만 사실 성차별을 느낀 적은 없어요. 예전엔 여성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빨리 얻었던 것 같아요. 여성이 소수라서 조금만 잘해도 눈에 띄기 쉬웠고, 최선을 다해서 성실히 일하면 대가를 얻을 확률도 높았어요. 물론 여성들이 괜히 움츠러들고 낯을 가리게 되는 분위기도 있었죠. ‘워킹맘’으로 살 생각도 못 했고요. 선배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잘 버텼기에 저희 세대가 조직에 들어와 리더가 될 수 있었고, 저희가 노력한 결과 더 많은 여성 후배들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32년간 회사 생활을 이어온 비결을 묻자 “기업 이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보람, (학계에 비해) 다이내믹한 업무 환경 덕에 오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네트워킹과 소통에 힘썼어요. 현장 엔지니어들도 제게 어려운 점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평등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공장도 수시로 방문하고, 고객도 많이 만났어요. 해외 고객의 경우 컨퍼런스 콜이나 현지 마케팅 담당자를 통해 어떤 게 필요한지,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 꼼꼼히 들으려 했습니다.”

코로나19로 그가 32년간 쌓아온 업무 체계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화상회의와 이메일만으로는 다양한 사람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기 어렵지만, 일상을 재정비하며 일의 본질을 고민하고, 뒤에 올 여성들을 위해 더 나은 길을 터줄 방법을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예전보다 주니어급 여성 연구원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롤모델이 필요한 시기죠. 저도 조직 내 여성 역량 강화 프로그램, 대화의 창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 경쟁력과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잘 고민해서 진로를 정하길 바라요. 거기에서 남과 다른 나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계속 발굴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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