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먹고 자란 성착취③] 소라넷 회원 100만명 감방 대신 N번방 갔다
[무관심 먹고 자란 성착취③] 소라넷 회원 100만명 감방 대신 N번방 갔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4.02 07:50
  • 수정 2020-04-1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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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부터 다크웹까지
디지털 성착취 범죄 급속 확대
소라넷 본 사람은 처벌 0명
운영자만 솜방망이 처벌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 몫

[무관심 먹고 자란 성착취] 2020년 3월17일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100여 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금전 대가를 받고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 '박사방'에 유포한 '박사' 조주빈(25)이 검거됐다. 경찰조사 결과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박사방'에는 최고 1만 명이 대화에 참가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50만원에 이르는 돈을 지불하고 채팅방에 참가했으며 성착취 영상이 올라올 때면 누가 더 모욕적인 말을 하는지 경쟁했다. 1990년대 저화질 8mm 캠코더로 촬영한 성착취 영상이 청계 상가에 나올 때 제대로 뿌리 뽑지 못한 디지털 성착취는 소라넷과 다크웹을 거쳐 오늘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산업화 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①'N번방' 새로운 '박사' 또 있다… ‘디지털 집단 성폭력’ 도입 필요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290
②N번방 피해자 “제 잘못 없는 것 맞죠?”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515
③소라넷 회원 100만명 감방 대신 N번방 갔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749
④성착취 타깃된 ‘일탈계’는 왜 자기 몸을 전시하나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7949

 

일명 '빨간마후라 비디오'로 불리는 남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 불법촬영 비디오를 보고 자란 남성들은 소라넷과 다크웹 웰컴투비디오를 거쳐 텔레그램 N번방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처벌받은 남성은 없었다.ⓒ여성신문
일명 '빨간마후라 비디오'로 불리는 남고생 집단 성폭행 사건 불법촬영 비디오를 보고 자란 남성들은 소라넷과 다크웹 웰컴투비디오를 거쳐 텔레그램 N번방에까지 이르렀다. 그동안 처벌받은 남성은 없었다.ⓒ여성신문

 

지난 3월 텔레그램 집단 성착취 사건 N번방이 사회를 흔들었다. 31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팀이 ‘박사’ 조주빈(25)이 법무법인 태윤 김호제 변호사를 선임하고 4차 조사를 받았다고 알렸다.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태윤은 사이버 테러가 이어져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모두 폐쇄했다. 누리꾼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성폭력,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이 그랬듯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결국 사법부의 허술한 부분을 이용해 빠져나갈 것이라며 분노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가해자들이 검거 된 후 받게 될 처벌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앞서 있었던 수많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이 받았던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 된다면 또 다른 성착취 범죄를 낳게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와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소라넷’이 1999년 개설 후 2016년 폐쇄되기까지 만18년이 걸렸고 2019년 9월 활동을 시작한 ‘박사’ 조주빈이 검거되기까지 약 7개월이 걸렸다. 100만 회원을 자랑했던 소라넷에서 처벌받은 사람은 운영자 단 1명뿐이다. 처벌받지 못한 소라넷의 후예들이 박사들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디지털 성착취 범죄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매번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1997년 7월 알려진 ‘빨간 마후라’ 사건이 그랬다. 서울 송파구에서 7명의 남고생이 A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 복제해 유포한 사건이지만 가해자들 전원 음란물 제작 혐의로 3개월~1년의 소년원 생활만 하고 풀려났다. 심지어 피해자 A까지 같은 혐의로 4개월간 소년원 생활을 했고 그의 사생활이 2000년 초반까지도 언론을 통해 샅샅이 보도됐다. 2000년에는 프로듀서 김모씨가 가수 B씨와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동의 없이 퍼뜨렸다. 피해자 B씨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가해자 김씨는 사건 직후 미국으로 도피해 당장의 처벌을 피했다. 그가 잡혀 처벌을 받은 것은 아동강간 등 13개 혐의로 미국 내에서 체포된 이후다. 2016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분이 일어나 사이트 폐쇄와 운영자 검거까지 이루어진 ‘소라넷’은 당시 경찰발표에서 회원수가 100만 명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은 “일반 회원 중에서도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처벌하겠다”고 밝혔지만 처벌 받은 사람은 지난해 10월 징역 4년에 추징금 0원을 선고받은 공동 운영자 1명뿐이다. 지난해 생후 6개월 유아까지 성착취 대상으로 삼은 아동 성착취 영상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해 4억의 수익을 챙긴 손모씨는 고작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N번방 디지털 성착취에 가담한 ‘박사’ 조주빈과 채팅 참가자들은 모두 “우리는 잡히지 않는다”는 자신감에 뭉쳐있었다. 2019년 11월 텔레그램 성착취가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들은 해당 기자의 SNS 계정을 찾아내 신상정보를 박제해 협박하며 조롱했다. 조씨의 검거 이후에도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남은 ‘박사방’에서는 “돈 거래를 하지 않았으니 괜찮다”, “주범이 아니니 괜찮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소라넷에서 텔레그램까지, 사이버 성폭력의 패턴과 이동경로에서 보이는 이들의 남성성은 ‘좀비’에 가깝다”며 “법원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임을 사회에 알려야 한다”고 소리높였다.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경래의 시사타파’에 출연해 “(N번방 사건과 관련해)지금까지 미온적인 대응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여러 가지를 고려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추 장관은 서울고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빚은 참사임을 통감 한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전날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도 아동·청소년 성착취 범죄에 관행처럼 이어졌던 낮은 판결과 양형 기준에 반성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과거 판결 기준을 반성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N번방 사건’ 관련자 처벌에 대해 “호기심 등에 의해 방에 들어왔는데 막상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활동을 그만둔 사람들에 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벌 자체는 대표를 처벌하고 구속했지만 관련 사람들에 대해선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모 변호사는 “무료 맛보기방에서도 범죄가 있다면 판단이 복잡할 수 있다. 유료방 또한 실시간으로 대화가 오가는 채팅방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단순하게 입장한 전원을 신상공개하는 시의 처벌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박사’ 조주빈, ‘갓갓’ 정모(38)씨, 로리대장태범(17) 등 주범과 그들에 협조한 운영진 외 채팅방에 참여한 사람들 또한 형법상 ‘공동정범’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공동정범의 요건은 △공모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 2가지로 사전 모의과정 없이도 암묵적 상통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본다(대법원 판례2012도4662). 또한 무료 채팅방에서 성착취물을 감상한 이용자에 대해서도 텔레그램의 대화방에 있는 동영상은 시청하면 자동으로 휴대전화에 임시파일로 저장되므로 시청과 동시에 불법촬영물 및 음란물 소지로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

조은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채팅 참여자들은 대화방을 가입하며 상당 자금을 제공하고, 성착취 영상물 시청을 통해 조씨의 제작 행위를 지지하고, 품평과 적극적 의견 표출을 통해 성착취 영상물 제작을 의뢰한 자금제공자이자 주문자, 소비자들”이라며 “가담 정도를 불문하고 운영진의 행위를 부추긴 ‘공범’”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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