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언론 보도’
[기자의 눈]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언론 보도’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0.04.02 09:19
  • 수정 2020-04-02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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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을 둘러싼 보도 경쟁
‘악마’…가해자 죄질 흐리는 표현
사안 아닌 유명인 중심 보도
적나라하게 파헤친 피해 사실
트래픽 위한 기사 지양해야
가해자의 죄질을 흐리고 사안에서 벗어난 기사 제목들. ⓒ여성신문

텔레그램 내 집단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에 대한 공분이 높아지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선정·자극성이 높은 기사 등으로 언론의 2차가해가 우려된다. 

가해자의 불필요한 정보에 주목할수록 범죄의 심각성이나 처벌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지난 3월 24일 긴급지침을 발표했지만 과열된 보도 경쟁 탓에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지침에서는 “인터넷 트래픽을 위한 낚시성 기사 생산을 지양하고, 경쟁적인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러한 용어는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주빈의 신상공개 후 보도 경쟁은 더욱 가중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 분석에 따르면 SBS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처음 공개한 3월23일부터 30일까지 8일간 ‘N번방’으로 검색된 기사는 총 2898건, ‘조주빈’으로 검색된 기사는 총 2477건이었다. 특히 조주빈의 신상공개 후 조씨의 범행과는 상관없는 학창시절, 사적 활동 등에 주목해 헤드라인을 잡고 우후죽순 보도됐다.

가해자의 죄질을 흐리게 하는 단어도 난무했다. 25일 검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조주빈은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언론은 그가 말한 ‘악마’라는 표현에 주목해 이를 그대로 사용해 기사를 내보냈다. 

사건의 심각성보다 유명인을 중심으로 한 보도 행태도 문제적이다. 포토라인에 선 조주빈은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조주빈’ 대신 그가 당시 언급했던 ‘손석희 JTBC 사장’, ‘김웅 프리랜서 기자’,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장악했다. 

더욱 심해지는 황색 언론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월 26일 논평을 냈다. 이들은 “대중이 관심 가질 만한 사건이 생기면 맹렬하게 보도하다가 관심이 가라앉았다 싶으면 순식간에 외면해 버린 ‘냄비언론’의 책임도 크다”며 “이제라도 언론은 ‘N번방’ 사건에서 드러난 위기 청소년 문제, 피해자 영상 문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방식의 성착취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 모색에 적극 나서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적나라하게 나열하는 기사는 가해자의 범행 본질 흐리기보다도 더욱 문제적이다. 이미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2018년에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든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에는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 소재로 다루거나,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가해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특히 피해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선정적 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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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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