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여성 후보 14.2%
남성 편향 척박한 환경 속
‘성평등’ 들고 뛰는 비례후보들

(왼쪽부터)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5번 손솔 후보·녹색정의당 비례대표 9번 신현자 후보·조국혁신당 비례대표 9번 정춘생 후보·여성의당 비례대표 1번 유지혜 후보. 사진 = 본인 제공 / 그래픽 = 이은정 디자이너
(왼쪽부터)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5번 손솔 후보·녹색정의당 비례대표 9번 신현자 후보·조국혁신당 비례대표 9번 정춘생 후보·여성의당 비례대표 1번 유지혜 후보. 사진 = 본인 제공 / 그래픽 = 이은정 디자이너

4·10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는 공약 홍수 속에서도 여성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해 반여성적 공약을 내거는 정당이 있는가 하면 ‘성평등’, ‘성차별’ 자체를 언급하기 꺼리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하지만 ‘성평등’에 투표하고 싶다는 유권자들이 있다. 여성 유권자 절반 이상은 “선거에서 여성정책을 고려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남성도 20%가 넘는다.

22대 총선 출마자는 ‘50대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3월 22일 마감한 총선 후보등록 결과 남성 비율이 85.8%(600명), 여성 14.2%(99명)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6배 많다. 상승 곡선을 그리던 지역구 여성 공천 비율이 처음 꺾였다. 4년 전 총선 때 여성 비율 19.1%보다 4.9%포인트 하락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6.73%, 국민의 힘 11.81%, 녹색정의당 41.18%, 새로운미래 10.71%, 개혁신당 13.95%, 자유통일당 27.27%, 진보당 23.81%다. 녹색정의당이 유일하게 공직선거법 제47조 4항에 명시된 ‘여성 추천 30%’를 지켰다. 반면, 거대 양당은 당헌에 규정된 ‘여성 30% 목표’는커녕, 양당 공천관리위원장이 호언장담하던 “여성·청년 인재 공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출마자 평균 연령도 56.8세다. 4년 전보다 1.7세 늙었다.

14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성명을 통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인데, 올해 여성 지역구 공천 비율을 보면 22대 국회의 여성 대표성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체는 “50~60대, 평균 재산 27억을 가진 남성의 얼굴을 한 국회는, 여성주권자 나아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와 지향을 대변하기 어렵다”며 “여성대표성은 안중에도 없는 제22대 총선은 4월 10일 여성 주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고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짙다. 유권자 상당수는 투표 시 ‘여성정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월 공개한 ‘여성 유권자의 세대별 투표행태 변화와 정책 투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여성 유권자 52.7%는 ‘향후 선거에서 여성정책을 고려해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항목에서 남성도 34.0%에 달했다. 가장 필요한 여성정책을 묻는 항목에 여성은 ‘여성 폭력 예방 근절과 피해자 보호’(87.4%·복수응답)를, 남성은 ‘영유아 및 아동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79.0%)를 꼽았다.

남성편향 공천·반여성 공약에도 
‘성평등’ 앞세워 뛰는 후보들 

척박한 환경에서도 일부 비례대표 후보들은 성평등 의제를 앞세워 뛰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의 성평등 가치에 대해 한목소리로 ‘차별 해소’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5번 손솔 후보는 “성평등은 성별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해소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후보는 “여전히 여성을 향한 폭력은 계속되고 있고 SNS·온라인 등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은 더욱 진화된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돌봄을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고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고 고용 전반에 평등을 이루어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세상이 되기 위해 꼭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여성폭력방지법 개정’을 제시했다. 그는 “여성폭력방지법은 여성폭력을 협소하게 규정해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성 대상 폭력을 포괄하지 못한다”며 “여성에 대한 무차별 폭행·폭언·살인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젠더 폭력에 대해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9번 신현자 후보는 “거대 양당의 공천 상황을 여성 인권에 초점 맞춰서 살펴보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다”며 “주권자의 절반이 폭력과 차별에 고통받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후보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안을 다시 준비해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녹색정의당은 이미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만들었지만 발의하지 못했다. 제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만들 계획”이라며 “그다음으론 ‘여성 안전’, ‘성과 재생산 권리’ 관련 법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9번 정춘생 후보는 “모든 장벽과 편견이 제거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리고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성평등”이라며 “‘남자는 또는 여자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인식을 하나씩 줄여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통해 ‘성평등 임금공시제’ 법제화를 약속했다. 정 후보는 “성별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사용자가 임금 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현재 기업 자율에 맡겨져 있는 성별근로공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당 비례대표 1번 유지혜 후보가 생각하는 성평등의 가치는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모든 차별과 불합리한 처우를 타파하고, 박탈당한 모든 기회를 되찾는 것에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여성도 남성과 같은 국민으로서 권리를 보호받고 존중받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당은 모든 정책 공약에서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안전·노동 부문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 후보는 “먼저 안전 부문에서는 ‘여성테러방지법’을 제정해 여성혐오 동기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의무화하고, 디지털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신상 정보 유출도 의무적인 삭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성평등 의제를 내세운 비례대표 후보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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