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 교수. 사진=The Nobel Prize
노동시장 내 성별 임금격차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사진=The Nobel Prize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여성주의 경제학자인 클라우디아 골딘이 받았다는 소식이다.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에 대한 역사적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된 골딘은 수상기념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위기징후로 저출생과 성별임금격차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여성의 지위와 성별임금격차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되어 왔다.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세계경제포럼)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는 전체 146개 국가 가운데 105위이고, 성별 임금 격차는 26년째 OECD 꼴찌로 지난해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2%였다. 거기다 작년 0.78에서 이제 0.6으로 하락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인구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사회의 위상과 현저하게 다른 이같은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성정책과 성평등 문제만 나오면 비난과 비판을 퍼붓는 사회적 분위기와 보수적인 퇴행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 부처들은 이 문제적 상황의 위기와 심각성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맥락도 없이 툭 튀어나온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시작한 현 정부의 여성정책 방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저출산이 심각한데 돌봄 정책을 강화하기 보다는 돌봄·의료·복지를 묶어 민영화하려는 시도와 함께 어린이집 예산 지원을 삭감하고, 지자체 차원에서는 그동안 구축한 여성관련 정책 기관이나 기구를 폐지하고 없애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합동평가지표에서 성별영향평가 지표를 삭제하겠다고 하고, 서울시는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삭감하고 통폐합하여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4년간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지켜온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 온 모든 성평등 정책과 성과를 와해시켜 버리고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백래시와 정치적 퇴행이 진행되는 동안에 여성들은 더욱 힘겨워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 자료를 보면,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인원이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울증으로 진료 받는 인원은 2022년 100만744명으로 지난 5년간 32.9% 증가했는데, 이를 자세히 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2배 많고, 연령별로 보면 2,30대가 많다. 특히 20대 여성은12만1천534명으로 그 비율이 가장 높고, 지난 5년간 증가율은 110.65%라고 한다. 인생에서 가장 활기차야 할 2,30대 청년의 우울 그리고 20대 여성들의 우울증 증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난 주에 한국여성학회와 지역대학 여성 연구소가 함께 개최한 여성학 교육과 지역 여성 현실을 진단하는 세미나에 참가했었다. 그런데 2,30대 여성들이 너무나도 지치고 힘겨워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다 평등한 세상을 열어가려는 학문적 노력과 관심이 지지받지 못하고, 오히려 다양한 공격과 비난에 노출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에 실망하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서 사회적 활동을 펼쳐가려고 하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는 사회가 과연 미래가 있을까? 지역에서는 여성정책 전담부서를 통폐합하면서 ‘행복국’ 혹은 ‘행복과’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사례들도 있다. 힘겹게 만들어 놓은 여성정책 생태계를 망가트리면서 행복이라고 명명하면 지금의 산적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지금 무너지고 있는 여성정책을 시급하게 다시 세워야 한다. 2,30대 청년이 보다 평등하게 노동하고, 평등하게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핏줄같이 얽혀져 있는 여성정책 생태계를 점검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순환하게 해야 한다. 정치적 수사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청년남녀들이 서로 반목하지 않고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소멸하지 않고 살아날 수 있다. 

강이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강이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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