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사과문 올린 그날 돌아봐야... 잘못 인정해야 고통 끝나”
“안희정, 사과문 올린 그날 돌아봐야... 잘못 인정해야 고통 끝나”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8.20 21:51
  • 수정 2022-08-2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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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 ‘미투운동 중간결산’
“분노도 공감도 중요하지만… 필요한 건 용기의 확장”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신용우 안희정 사건 증인 등 참석

“불의를 불의라 말하면 실패한 인생을 산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가지게 되지 않길 바랍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은 단순히 개인이 개인에게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권력과 그 무리들이 진실의 편에 선 사람들을 얼마나 짓밟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안희정 사건 증인 신용우씨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미투운동 중간결산 - 지금 여기에 있다’를 열고 미투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는 시간을 가졌다.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금 여기에 있다' 미투 운동 중간결산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신용우 안희정 성폭력 사건 증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홍수형 기자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미투운동 중간결산 '지금 여기에 있다'가 열렸다. 왼쪽부터 신용우 안희정 성폭력 사건 증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소속 성평등교육 활동가, 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홍수형 기자

‘성찰빼고 돌아올 때 - 가해자 처벌 후 복귀 전 공동체의 숙제’를 주제로 열린 세션 1에서는 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다. 패널로 참여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의 증인이었던 신용우씨(안희정 전 지사 전 수행비서)는 “안희정 사건을 거치면서 권력에 맞서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됐다”며 SNS에 올린 저희 가족사진이 안희정 지사 팬클럽에 뿌려지면서 가족의 안전에 위협을 겪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희정 전 지사를 향해 “안희정 전 지사의 첫 페이스북 입장문 그대로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했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지난 시간을 복기해보고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페이스북 사과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페이스북 사과문.

안 전 지사는 2018년 3월 5일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자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다”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법정에서는 입장을 뒤집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의 기득권과의 싸움이라고 지적하면서, “많은 가해자들은 정치적, 문화적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고. 미투를 외친 사람들은 기득권에 맞서서 용감하게 저항하고 폭로하고 목소리를 내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노도 중요하고 공감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피해자의 용기에 대한 확장”이라고 말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개최한 '지금 여기에 있다' 미투 운동 중간결산 토론회에서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개최한 '지금 여기에 있다' 미투 운동 중간결산 토론회에서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활동가는 본인이 속한 연극계의 예시를 들며 “이해관계를 보지 않으면 가해자가 출소를 하든 돌아왔을 때 가해자가 다시 쥐고 흔들 수 있다”며 “제가 속한 연극계같은 경우에는 이해관계를 들여다보기를 껄끄러워 하지만, 이를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공통 질문으로 “한국사회가 폭력의 경험 이후에 공동체의 성숙이라는 의미로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까?”를 던졌다. 장혜영 국회의원은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는 구호를 많이들 이야기하는데, 돌아갈 일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일상에 대한 폭력이었기 때문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일상을 창조해내는 게 과제”라고 답했다. 이산 성평등작업실 이로 활동가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를 세세하게 쪼개서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플로어에서는 광주 지역 연극계 성폭력 가해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와 연대한 배우 장도국 씨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 동료들도 있는데 이들이 공론화 과정 이후에 겪는 피해들에 대한 고민들도 같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제는 동료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연대자인지, 피해자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광주에서는 지역 극단 대표와 연출 등 연극인 3명이 신인 배우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고발이 나온 바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금 여기에 있다' 미투 운동 중간결산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보라 국회여성정책연구회 회장, 박다해 한겨례21 기자 ⓒ홍수형 기자
20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KOTE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금 여기에 있다' 미투 운동 중간결산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보라 국회여성정책연구회 회장,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홍수형 기자

이어진 세션 2에서는 ‘‘피해 부정’의 시간, ‘2차 피해’ 해결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박다해 한겨레21 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이보라 국회여성정책연구회 회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보라 회장은 “(2차 피해가 명시돼있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2018년에 제정됐지만, 선언적인 법안이고 실질적인 내용은 없다. 내용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밝혔다.

송란희 대표는 “법에 2차 피해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며 “이를 강제하는 수단이 없는데, 이걸 모두 제도화·법제화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김현영 소장은 “2차 피해가 크게 일어나는 사건은 우리 사회의 환부를 제대로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혜정 부소장은 “현재 장애인 이동권이나 교육권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도 하고 있는데, 성폭력이나 여성폭력에서의 2차 피해 개념이 다른 사회권을 확장해나가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혹은 보편성을 띌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감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진행을 맡은 세션3에서는 ‘피해자는 일상으로 : 달라진 우리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권수정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 허·들 허들을넘는여자들 에디터, 주연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 활동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성폭력 당사자의 시선에서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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