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여친 - 내 곁의 여성친화도시 ②]
여가부 선정 ‘2021 우수기관’ 서울 도봉구
‘성평등 건강도시’ 전국 첫 선언
양말공장 여성 노동자 등
다양한 주민 건강 파악·개선 초점
“여성이 동네 ‘건강리더’ 되도록 돕겠다”
젊은 감각의 교육·문화사업도 주목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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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가 2021년 9월 1일 도봉여성센터 대강당에서 ‘성평등 건강도시, 도봉’ 선포식을 열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도봉여성센터 차미리사홀 앞에 서 있다. ⓒ도봉구 제공
서울 도봉구가 2021년 9월 1일 도봉여성센터 대강당에서 ‘성평등 건강도시, 도봉’ 선포식을 열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도봉여성센터 차미리사홀 앞에 서 있다. ⓒ도봉구 제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가 2021년 하반기 추진한 여러 성평등 지원사업들.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홈페이지 캡처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가 2021년 하반기 추진한 여러 성평등 지원사업들.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홈페이지 캡처

젊고 참신하다.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프로그램을 둘러본 소감이다. 여성폭력에 맞서는 자기방어술 워크숍, 온라인 여성영화제, ‘차별 없는 영상 콘텐츠’ 공모전·상영회, 다양한 젠더를 포괄하는 성교육.... 여성, 청년, 노인, 성소수자도 아우르는 품 넓고 재기발랄한 기획이 많다. 지역 ‘여성센터’는 취업 지원이나 가벼운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위주고, 4050 중년 여성을 위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 도봉구는 다르다. 다양한 교육·네트워크·문화확산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설에도 신경 썼다. 최근 리모델링해 나이, 장애, 성적 지향, 성 정체성을 떠나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추가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홍보에도 힘쓰며 젊은 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에 이어 (사)여성이만드는일과미래가 위탁 운영 중이다. 

“자기방어 워크숍 참가자의 80%가 2030 세대였어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사업을 추진하고, 온라인 영화제를 준비하면서도 이게 될까 싶었는데, 티켓 매진 행렬에 일주일간 1500명 넘게 관람했어요. 도봉에서 살만하다’는 SNS 피드백을 보면 지역민들에게 힘이 되는 사업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기쁩니다.” 박찬애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관장의 말이다. 

서울 도봉구가 2021년 9월 1일 도봉여성센터 대강당에서 ‘성평등 건강도시, 도봉’ 선포식을 열었다. ⓒ도봉구 제공
서울 도봉구가 2021년 9월 1일 도봉여성센터 대강당에서 ‘성평등 건강도시, 도봉’ 선포식을 열었다. ⓒ도봉구 제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가 2021년 12월 개최한 ‘몸 다양성 워크숍’ 현장 모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제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가 2021년 12월 개최한 ‘몸 다양성 워크숍’ 현장 모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제공

도봉구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젠더전문관’을 둔 지자체다. 공직 사회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전문가다. 주요 사업을 성인지 관점으로 평가·조정하고 정책 자문을 제공한다. 간부 성인지 교육도 맡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했던 정현지 씨가 2019~2020년 1대 젠더전문관으로 일했고, 2022년 2월 현재 서민순 전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젠더전문관을 맡고 있다. 

2021년엔 전국 최초 ‘성평등 건강도시’를 선언했다. 성평등과 건강을 모두 챙겨야 구민의 삶이 달라진다고 봤다. 도봉구 주민의 51.3%가 여성이다. 시니어(50~64세) 비중도 26%로 서울에선 높은 편이다(통계청, 2021). 도봉구, 노원구 등 강북은 타지역보다 의료접근성이 낮은 곳으로 꼽힌다. 도봉구가 ‘전 구민이 평등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도시 실현’을 목표로 민·관·학 ‘건강 네트워크’를 구축,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여가부 선정 ‘2021 여성친화도시 우수기관’에 올라 1월 25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서 젠더전문관은 “여성들이 동네의 ‘건강리더’가 돼 건강증진 방안을 주체적으로 찾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사업을 기획,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관 주도 사업만으론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예컨대 도봉구 전체적으론 여성 노인이 많지만, 창동만 보면 2030 1인가구 여성 비율이 높습니다. 주민들의 건강 수준과 요구를 섬세하게 살필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을 키우려 합니다.”

△덕성여대, 동북여성민우회,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여성분과, 청년네트워크, 시민참여단 등으로 구성된 민·관·학 건강동아리 △성평등 건강 관련 정책포럼 개최 △여성친화형 도봉 보건지소와 연계해 ‘도봉여성네트워크’ 구축 △일상 속 성평등 건강 이야기 공모전 및 전시 등도 추진해왔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장인 남윤신 덕성여대 교수,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도 머리를 맞댔다.

올해는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건강한 노후를 위한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 도봉구는 1970년대부터 양말공장이 밀집한 지역이다. 한때 국내 양말의 80%가 여기서 생산됐다. 나이 든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 실태를 파악해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 포럼도 열 예정이다.

서울 도봉구가 2021년 6월 24일 도봉구청 자운봉홀에서 제4기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위촉식을 열었다. ⓒ도봉구 제공
서울 도봉구가 2021년 6월 24일 도봉구청 자운봉홀에서 제4기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위촉식을 열었다. ⓒ도봉구 제공
서울 도봉구 우이천로 344에서 우이천로 499(숭미파출소~삼산교회)에 이르는 ‘차미리사길’. ⓒ도봉구 제공
서울 도봉구 우이천로 344에서 우이천로 499(숭미파출소~삼산교회)에 이르는 ‘차미리사길’. ⓒ도봉구 제공

도봉구는 여성 역사 문화 컨텐츠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차미리사를 기리기 위한 ‘차미리사길’(우이천로 344~우이천로 499 구간) 조성, 한글창제의 숨은 인물인 세종대왕 둘째딸 정의공주 등이다. 서 전문관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가려졌던 여성 인물사를 적극 발굴하고, 내재된 성평등 의미를 홍보, 지역 여성들에게 자긍심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도봉여성 역사인물 모니터링단 운영 △도봉여성 역사인물 재조명 학술대회 개최 등도 이어간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의 수혜자는 지역민만이 아니다. 뻣뻣했던 남성 공무원들도 달라지고 있단다. 취재원들은 “여성 전문가들의 정책 조언을 경청하고 반영하려 힘쓴 남성 공무원들”, “육아휴직을 결심한 아빠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 전문관은 “여성친화도시는 개별 정책의 목표와 더불어 성평등이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사업 전 과정에서 고려해 보려는 것이다. 여성만이 아닌 모두에게 좋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가 2021년 5~9월 운영한 ‘도봉구 우리동네 젠더스쿨’ 오리엔테이션(OT) 현장 모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제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가 2021년 5~9월 운영한 ‘도봉구 우리동네 젠더스쿨’ 오리엔테이션(OT) 현장 모습. ⓒ도봉구성평등활동센터 제공
여성가족부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 여성친화도시 정부포상 수여식 및 협약식’을 열었다. 서민순 도봉구 젠더전문관(왼쪽)을 포함한 도봉구 공무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가족부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 여성친화도시 정부포상 수여식 및 협약식’을 열었다. 서민순 도봉구 젠더전문관(왼쪽)을 포함한 도봉구 공무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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