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못미] 달리며 쓰레기 줍는 ‘쓰담달리기’ 뜬다
[지못미] 달리며 쓰레기 줍는 ‘쓰담달리기’ 뜬다
  •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7.10 09:19
  • 수정 2021-07-1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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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바다·산·강 지키는 ‘쓰담달리기’
건강·환경 모두 지키는 방법
정부·지자체·기업·시민단체도 주목
최근 다양한 캠페인 열려...“함께 달려요”
30분 쓰담달리기를 하면서 발견한 쓰레기들. ⓒ여성신문

30분 만에 20리터(ℓ)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의 2/3가량이 꽉 찼다. 담배꽁초, 폭죽 잔해, 과자 봉지, 컵밥 용기, 소주병, 수건, 돗자리, 라이터까지. 비가 조금씩 내리던 4일,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쓰담달리기’를 하며 본 해변은 ‘쓰레기 밭’이었다. 

30분 만에 20리터 종량제봉투를 채우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4일, 기자는 인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에 방문했다. 한 손에는 20리터(ℓ)짜리 종량제봉투를, 한 손에는 큰 집게를 든 채였다. ⓒ여성신문

쓰담달리기(플로깅)는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와 영어 단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로,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뜻한다. 2016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됐다. 국립국어원은 2019년 11월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했다.

30분 쓰담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발견한 쓰레기는 담배꽁초였다. 담뱃갑과 라이터도 발견됐다. 그다음 많이 보인 쓰레기는 폭죽놀이의 잔재였다. 스파클러 막대부터 종이, 플라스틱까지 쓰레기 종류도 다양했다.

해변에 놀러 왔다가 관광객들이 무심코 버리고 간 쓰레기들도 눈에 보였다. 컵밥용기부터 도시락용기, 과자 비닐봉지, 영수증, 종이컵, 소주병, 유리그릇, 물티슈, 물과 흙 범벅이 된 수건과 돗자리까지. 환경오염은 물론 미관상에도 좋지 않았다. 심지어 깨진 소주병이나 유리그릇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마침 돗자리를 펴고 놀다가 앉은 자리를 정리하고 가는 시민이 있었다. 박수희(가명·24)씨는 “해변에 놓인 쓰레기들을 보면 불편하고 찝찝하다. 해수욕장에 놀러 오는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모두 도로 가져간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해변 쓰레기 대부분이 없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30분간 쓰담달리기를 한 결과, 20리터(ℓ) 종량제봉투의 70~80%를 채울 수 있었다. 무게를 재보니 약 3kg 정도였다. ⓒ여성신문

30분간 1.97km 쓰담달리기를 한 결과, 20리터(ℓ) 종량제봉투의 70~80%를 채울 수 있었다. 무게를 재보니 약 3kg 정도였다. 어느새 무거워진 봉투를 들고 있자니 쓰레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쓰담달리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갈매기로 보이는 한 마리의 새를 봤다. 새 다리에는 파란색 비닐봉지(혹은 끈)가 묶여있었다. ‘혹시나 비닐이 다리를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떼 줘야 할까’ 고민하며 새에 슬며시 다가갔지만, 새는 이내 하늘 위로 높이 날아갔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에 아무 잘못 없는 동물들이 피해를 입고 있었다.

쓰담달리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 마리의 갈매기를 봤다. 갈매기 다리에는 파란색 비닐봉지(혹은 끈)가 묶여있었다. ⓒ여성신문

건강·지구·마음 지키는 쓰담달리기…“함께 달립시다!”

안정은 러닝전도사는 5~6월 ‘쓰담원정대’라는 쓰담달리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한강 주변 공원과 교량까지 98.25km를 뛰었고, 총 46명이 쓰담달리기에 참여했다. ⓒ안정은 러닝전도사
안정은 러닝전도사와 쓰담원정대의 모습 ⓒ안정은 러닝전도사

이처럼 쓰레기를 줍고 건강도 챙기기 위해 함께 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안정은 러닝전도사는 5~6월 ‘쓰담원정대’라는 쓰담달리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한강 주변 공원과 교량까지 98.25km를 뛰었고, 총 46명이 소규모 그룹(약 4명)으로 나눠 쓰담달리기에 참여했다. 쓰레기봉투 60개 이상이 꽉 채워졌다. 안 러닝전도사는 “지난해부터 한강공원에 쓰레기가 부쩍 많아졌다. 한강은 러너들이 사랑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곳을 깨끗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보물찾기 게임을 하듯 쓰레기를 찾을 수 있어 재밌다는 반응이었다. 안 러닝전도사는 “쓰담달리기를 하면서 깨끗해진 길을 돌아보면, 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쓰담달리기는 건강과 지구, 마음까지 지킬 수 있는 활동이다”면서 “서울 한강에서 쓰담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지역에서도 꾸준히 진행해볼 예정이다”고 전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6월 한 달간 ‘어스앤런’이라는 쓰담달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린피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6월 한 달간 ‘어스앤런’이라는 쓰담달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1만4000여명이 누적 2871시간 동안 총 6만801km를 쓰담달리기했다. 참가자가 500ml의 플라스틱 생수병 하나를 주웠다고 가정한다면, 총 210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한 셈이다.

정부·지자체·기업도 쓰담달리기 캠페인 주목

경기 의왕시는 4월21일부터 6월30일까지 ‘에코 플로깅 챌린지’를 진행했다. ⓒ의왕시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함께 나서서 쓰담달리기 캠페인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2019년 고용노동부, 피트니스플레이와 함께 플로깅 행사를 열었다. 전남 순천시는 2월부터 ‘쓰담쓰담 운동’을 열고, SNS에 쓰담달리기를 인증한 시민에게 자원봉사시간 1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는 3월19일부터 ‘동네마실 플로깅단’ 1400명을 뽑아 운영했다. 동네마실 플로깅단은 평소 자율적으로 비대면 쓰담달리기를 하다가 월 1회 ‘플로깅 데이(DAY)’가 되면 이웃들과 함께 쓰담달리기한다.

산림청은 6월17일 충남 청양군 칠갑산에 방문해 쓰담달리기를 실천했다. 산지정화 활동을 위해 산림청 직원 10명이 각자 50리터(ℓ) 쓰레기봉투를 들고, 칠갑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했다. 지역주민과 등산객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쓰담달리기를 유도하기 위해 직원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임채윤 기획운영팀 주무관은 “최근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쓰담달리기를 많이 시도해 산림청도 산림정화기간에 맞춰 쓰담달리기를 하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시는 4월21일부터 6월30일까지 ‘에코 플로깅 챌린지’를 진행했다. 의왕시 관내 기업과 시민단체 소속 시민 총 284명이 쓰담달리기 챌린지에 참여했으며, 수거량은 2650리터(ℓ)다. 이진선 의왕시 기후환경팀원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일환으로 쓰담달리기 캠페인을 기획했다. 앞으로도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물론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환경 파괴를 막기 어렵다.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만들고 처리하는 기업, 정부, 지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최근 플라스틱 일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아졌다”면서 “쓰담달리기는 개인 노력의 일환이다. 결국 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이를 생산하는 기업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정부·지자체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청 직원들은 6월17일 충남 청양군 칠갑산에 방문해 쓰담달리기를 실천했다.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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