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테크(쓰레기+재테크)’ 사업 늘리는 기업·기관들
종이팩·투명페트병 배출하고 현금성 포인트 받고
지자체도 나서...제주도·서울 강동구·해남군 등
재활용품 유가보상제 실시
분리배출하면 지역상품권·종량제봉투 제공

전문가 “쓰테크, 교육·인식개선 효과 높지만
재정 여건 등 고려해야...지속가능성이 관건”

최근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쓰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은정 디자이너

지난 21일 찾은 서울시 양천구의 PD 한 분리수거 배출함. 종이팩 3개를 바코드를 배출함 바코드 리더기에 찍었다. ‘삑’ 소리가 나더니 휴대전화 ‘오늘의 분리수거’ 앱에 3포인트가 적립됐다. 30포인트가 모이면 장바구니를, 600포인트로는 고체치약을 살 수 있다.

최근 올바른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쓰테크(쓰레기+재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기관·지자체가 늘고 있다. 잘 버리면 경제적 보탬이 되는 쓰테크 방법을 소개한다.

종이팩·투명페트병 배출하고 현금성 포인트 받고

여성신문 기자가 IoT 배출함을 이용하고 있다. ⓒ여성신문
서울 강서구 A아파트 단지에 있는 분리배출함 ⓒ여성신문

전국 6개 광역시(서울·경기·광주·세종·울산·부산)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식음료 브랜드 등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바꿔주는 분리수거함이 184개 있다. 환경분야 스타트업인 오이스터에이블이 2016년 개발한 IoT 배출함이다. 주민센터나 공단 등 공공시설 1층 로비나 아파트 분리수거장 등 곳곳에 설치됐다.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양천구 시설관리공단) 1층 로비에 있는 배출함을 찾았다. 종이팩의 바코드를 리더기에 찍고 배출함에 넣었더니 휴대전화에 1포인트가 쌓였다. 출입자 관리 업무를 하는 김모(41)씨는 “이용객이 정말 많다. 가득 차서 못 넣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A아파트 단지에는 8개의 배출함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투명페트병만 배출할 수 있었다. 분리배출을 마치고 4포인트를 얻었다. 30포인트를 모으면 장바구니, 선풍기 커버 등을, 3000포인트를 모으면 피자 한 판을 얻을 수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 앱을 통해 자신이 배출한 물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오늘의 분리수거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아이쿱생협’은 생수 제품 ‘기픈물’. 다 쓴 종이팩을 다시 매장에 가져오면 재생휴지를 주거나 마일리지 20원을 적립해준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아이쿱생협’은 생수 제품 ‘기픈물’의 포장재를 4월부터 종이팩으로 바꿨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국 자연드림 매장에서 판매하며, 다 쓴 종이팩을 다시 매장에 가져오면 재생휴지를 주거나 마일리지 20원을 적립해준다.

오귀복 아이쿱생협 사업연합회 상무는 “기후위기를 대처하기 위해 플라스틱 감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종이는 휴지나 달걀판 등 자원순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역상품권부터 종량제봉투까지…지자체도 뛰어든 쓰테크

제주도 재활용도움센터 ⓒ제주도

지자체도 재활용품 유가 보상제에 나섰다. 제주도는 1월부터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폐건전지와 캔, 종이팩, 투명페트병 4개 품목을 분리 수거해 도내 재활용도움센터로 가져오면 1kg당 10ℓ 종량제 봉투 1장을 준다. 4월22일 지구의날 등 환경 관련 기념일에는 이벤트로 1kg당 10ℓ 종량제 봉투 10장을 준다. 이벤트를 진행한 4월 한 달간 재활용품 수거량이 3월보다 약 44.5%P 증가했다.

정근식 제주도 자원순환관리팀장은 “분리수거도 주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것이다. 이에 ‘자그마한 보상을 해주자’는 취지에서 보상제를 시작하게 됐다”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도 4월부터 ‘강동 더(THE) 드림’ 사업을 진행 중이다. 휴대폰에 ‘에코투게더’ 앱을 설치한 뒤 관내 종합사회복지관에 방문해 쓰레기를 배출하면 된다. △투명페트병은 개당 10원, 그 외 품목은 1kg당 △플라스틱 10원 △알루미늄 캔 500원 △철캔 50원 △의류 80원 △서적 70원 등이다. 배출이 끝나면 휴대전화 앱으로 포인트를 받거나, 계좌로 보상을 받는다.

전남 해남군은 3월부터 재활용품 유가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군청을 방문해 쓰레기를 배출하면, 지역상품권인 해남사랑상품권 또는 계좌로 보상을 받는 식이다. △투명페트병은 개당 10원, 그 외 품목은 1kg당 △플라스틱 10원 △알루미늄 캔 500원 △철캔 70원 △의류 250원 △종이팩 100원 △서적 70원 △종이 50원 등이다. 폐형광등이나 건전지 등을 배출하면 종량제 봉투와 화장지도 지급하고 있다. 군민들이 분리수거를 하고 3월15일부터 5월21일까지 받은 보상은 156만9000원이다. 두 달간 투명페트병은 3만8208개, 플라스틱은 201.42kg, 캔은 189.45kg, 종이는 3633.84kg, 의류는 3541.39kg, 빈 병은 304.3kg 수거됐다.

정현수 해남군 환경교통과 차장은 “재활용품 유가보상제를 통해 배출한 물건은 100% 재활용된다. 주민들이 깨끗하게 헹궈 오기 때문이다. 유가보상제를 하지 않았으면 그냥 버려질 수 있는 자원들이 제도를 통해 순환된다”면서 “보상제를 통해 주민은 이익을 얻고 지역은 탄소중립에 다가서는 동시에 기후위기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쓰테크, 교육·인식개선 효과 높지만 지속가능성이 관건”

환경·자원순환 전문가들은 쓰테크 정책의 교육·인식 개선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꾸준히 따지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분리배출 캠페인이나 교육 차원에서 쓰테크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재활용품이 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면서도 “기존 재활용품 분리배출 시스템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분리배출한 재활용품을 팔아서 번 수익보다 주민에게 돌려주는 돈이 더 커질 수 있다. 지자체는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분리배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단독주택에 맞는 분리수거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했다. 배 교수는 “현재 공동주택의 경우 분리수거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만, 단독 주택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분리수거 유인책이 단독주택 위주로 시행되면 현 제도의 사각지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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