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법을 우습게 알고 학대 반복"

“더 잔인한 아동학대 사고 나올 것”

14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 양부모 재판 결과를 보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여성신문

“죽은 정인이 인권은 없고 양부모 인권만 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한 양모, 양부가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시민들은 분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14일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행위를 방관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 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다른 아동학대 범죄자들이 보고 배울 거예요. 아동학대해도 징역 5년 받는다고.”

지난해 6월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한 키즈카페에서 유모차에 탄 정인이와 양모를 우연히 만난 이수진 씨는 현장에서 허탈감을 드러냈다.

그는 장례도 못 치른 정인이를 기리기 위해 영정사진을 든 채 상복을 입고 나왔다. 

 

이수진씨가 정인이 영정사진을 닦고 있다. ⓒ여성신문

이 씨는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몰랐다. 애들을 죽여서 양부모가 더 벌을 받을 줄 알았다. 아이는 온몸이 부서지면서 죽었는데 그거 다 보고 있던 양부가 징역 5년을 선고받는 게 말이 되느냐. 죽은 정인이 인권은 없고 양부모 인권만 지켜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범죄자들이 보고 학습할 것이다. 아동학대에 가담하고 학대를 방관해도 징역 5년을 선고받는다고. 아이 죽여도 무기징역 살다가 나오면 된다고. 더 잔인한 아동학대 사건이 나올 수 있다. 정인이 아팠던 거 생각하면 이런 판결이 나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부모 재판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한 시민들. ⓒ여성신문

19개월 자녀가 있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구인혜 회원은 “아동학대로 사형 판결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형 판결이 나와서 경종을 울려주길 바랐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양부에게 어떻게 징역 5년을 선고했는지 정말 원통하다.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사람들에게 ‘아동학대를 해도 5년밖에 안 받으니 학대해도 된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호소했다.

임난형 회원은 “양모는 무기징역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양부는 전혀 예상 못 했다. 검찰이 구형한 7년 6개월도 적다고 생각했는데 5년으로 형이 확 줄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가 계속 반복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형이 가볍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 탓에 사람들이 법을 우습게 알고 학대를 반복한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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