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비밀정원] 여성에게 정치 권하지 않는 사회
[정치의 비밀정원] 여성에게 정치 권하지 않는 사회
  •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 승인 2021.02.08 08:00
  • 수정 2021-02-22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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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비밀정원(secret garden of politics)’은 유권자는 알 수 없는, 정당 내에서 일어나는 후보 영입과 선출의 비밀스런 과정을 묘사하는 말입니다. 사실 우리는 정치에서 ‘성별(sex/gender)’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습니다. ‘정치의 비밀정원’은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정치현상을 분석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정치의 알려지지 않은 성별화된 특징들을 드러내보고자 합니다.]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여성신문

 

정치적 야망(political ambition)에 있어 성차(gender gap)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온 정치학자인 로리스와 팍스가 잠재적으로 선거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법조계·산업계·교육계·정치계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정치적 야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여성은 42%만이 출마를 고려해본 적이 있는 반면, 남성은 56%가 출마를 고려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여성은 55%가 출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은 73%가 출마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18-25세 청년 집단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는데 여성청년은 63%가 출마를 고려해본 적이 없는 반면, 남성은 43%만이 그러한 생각을 했으며, 여성청년의 51%가 스스로 출마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청년은 31%만 출마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당의 성별화된 정치인 충원 

정치적 야망에 있어 성차는 여러 요인들로 설명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설명 중 하나가 전통적인 사회화(traditional socialization)이다. 즉 남성은 공적(정치) 영역, 여성은 사적(가정) 영역과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스럽고 올바른 것이라고 간주되는 방식으로 여성과 남성이 사회화되었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정치가 권유되지 않았고 따라서 여성의 정치적 야망이 남성보다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로리스와 팍스의 다른 분석을 살펴보면, 남성과 유사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은 정당 관계자들로부터 후보출마 요청을 남성보다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정당의 정치인 충원이 성별화된(gendered)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당 지도부나 관계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여성을 후보로 추천하는 경향이 더 높다는 결과가 있다. 이는 성별화된 사회화보다 정당의 성별화된 정치인 충원 방식이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러한 문제는 정당 내 의사결정기구의 인적구성을 성균형(gender balance) 원칙에 따라 재구성하면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동체 위한 권력으로 정치 상상하기

한편, 앞서 언급한 연구들은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을 놓치고 있는데 정치가 타인에 대한 지배나 통제를 행사하기 위한 권력 쟁취라는, ‘남성적인 에토스(masculinized ethos)’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슈나이더 외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정치가 권력 쟁취가 아닌, 공동체 지향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이해될 때 여성들의 정치적 야망이 더 상승했고, 여성과 남성 간에 성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과 남성이 정치에 참여하는 동기가 다를 수 있으며, 따라서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기존과 다르게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해준다.

지금까지 정치의 기본값(default)은 남성/성이었고, 이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배제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해왔다. 예전에는 남성화된 정치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 남성이 설정한 기준에 맞추려고 애썼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그 기준을 문제 삼고,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은 젊은 세대의 여성/페미니스트들이 해야 한다. 누군가를 지배·통제하기 위한 권력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권력으로 정치가 작동하도록 청년 여성/페미니스트들 안에 잠자고 있는 정치적 야망을 깨우고,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작업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내년 2022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Girls, Be Ambitious!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부대표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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