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벌려] 정치인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 판벌려] 정치인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 승인 2020.08.22 06:50
  • 수정 2021-01-05 0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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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한국여성정치연맹이 '슬기로운 정치생활 ①여성청년 정치인'을 개최했다. ⓒ홍수형 기자
“나는 나로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정치하고 싶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떠들며 단호히 말해야 했 다. 정치인이기에 감당해야만 하는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사진은 지난 5월 ‘페미니스 트 정치’를 표방하는 여성 청년 정치인들이 발언하는 모습. ⓒ홍수형 기자

“본인이 안사람으로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총선을 앞두고 한 노조와 간담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노조에 참석한 대부분은 중년 남성이었다. 여러 질문들이 오가고 그간 정의당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거짓말처럼 그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당황스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당시 심 대표는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괜찮은 안사람을 집에 두었습니다.”  

대선 후보였어도, 당 대표가 되어도, 정치 경력이 있어도 받아야 하는 질문이 이렇다니 씁쓸할 뿐이었다. 심상정 대표의 답변은 그렇게 내가 말해야만 버티고 싸울 수 있는 정치판의 현실임을 보여줬다.  

여성 단체에서 활동했던 나는 다양한 여성 정치인들을 만나왔다. 정당도 다르고 지역도 다른 이들의 공통된 경험은 위에 언급한 장면과 닮아있다. 한 여성 정치인은 “차라리 결혼이라도 했다면 이상한 소문이라도 안 났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살았다고 얘기해도 ‘결혼하면 떠날 사람’으로 본다”며 “결혼했으면 ‘아이 낳고 일 못할 사람’으로 평가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민들을 만나며 대응하는 것도 정치인의 역할이다. 다양한 유권자를 만나 나를 소개하고 정치할 만한 사람으로 설득하는 것 역시도 정치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적인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를 두고 여성 정치인이 감당해야할 것으로만 여긴다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사회는 과연 어떠할까.

90년생 여성으로 정의당 여성본부장을 맡고, 21대 국회의원 비례후보로 활동하면서 나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고 싶었다. 진중해 보이고 싶었고, 책임을 지는 정치인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약하지 않고, 쉽게 지침을 토로하는 사람이 아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내가 겪은 일에 대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파악하기보단 내가 견뎌야 할 것들 혹은 소화시켜야 할 것들로 여기기 바빴다.

총선이 끝나고 스토킹도 겪었다. 나를 지지한다는, 본적도 만난 적도 없는, 알지도 못하는, 당원도 아닌 사람이었다. 돈을 보내고 전화와 문자가 이어졌다. 정의당 의원을 만나고 싶다며 한 의원실에 연락해선 나와의 있지도 않은 친분을 설명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루는 나를 봤는데 인사를 못했다며 문자와 연락을 하기도 했다. 그날, 나는 아직 현관문을 나서기도 전이었다.

불쾌하면서도 두려운 일들이 연이어졌다. 그러나 나는 이 일상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분 나쁜 일 정도로 생각하며 견뎌야 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에게 말하면 약한 정치인으로 비춰질 것 같아.”

이 정도 생각까지 들었을 때는 허탈했다.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고 소개해왔고 스토킹 처벌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나였다. 그런 나조차도 마주하는 이 같은 현실이 개탄스러웠고 그 틈에 강한 정치인으로 살아남고 싶다는 욕망에 씁쓸했다. 내가 청년여성으로서 건강하게 정치하는 것은 내 삶의 왜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 걸까. ‘내가 안전하고 당당하게 정치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이 안전한 사회에 가까워지는 길일 것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의 정치를, 내가 겪은 일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로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정치하고 싶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떠들며 단호히 말해야 했다. 정치인이기에 감당해야만 하는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적어도 그 전선에 명확히 서서 비좁은 이 정치판에 내 몸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탈색한 ‘어린 여자’ 대변인으로 국회를 누비며 나로서 성장하고 이 판을 벌리고 흔들고 깨는 일상을 누리는 것. 원피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을 걷고, 차별적인 말들에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정의당의 청년여성 정치인들 곁에서 말이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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