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투 김지은 “나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외치고 싶었다
[인터뷰] #미투 김지은 “나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외치고 싶었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0.05.30 09:30
  • 수정 2020-05-3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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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해생존자이자 연대자 김지은씨
성폭력 고발 후 554일 기록 책으로 펴내
한 온라인 서점 “민감한 책” 광고 거절
변하지 않는 단단하고 높은 벽 실감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고통스러워…
상담원 교육 받고 새 길 찾는 중”
2019년 9월 9일 대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유죄를 확정하자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여성신문 
2019년 9월 9일 대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유죄를 확정하자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활동가들과 변호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여성신문 

 

‘김지은’. 이 평범한 이름 석 자는 이제 누군가에게는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변화의 디딤돌이 됐다. 2018년 3월5일 “살기 위해” 세상을 향한 첫 번째 ‘말하기’를 선택한 김지은(35)씨는 지난 2년 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그런 그가 고통을 뒤로 하고 “세상을 향한 두 번째 말하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새긴 『김지은입니다』는 출간 직후 “펼치면 놓을 수 없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책은 싸움의 기록이자 생존의 기록이다. 김지은씨는 첫 ‘미투’ 이후 대법원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3년6개형을 확정지은 2019년 9월9일까지 꼬박 554일을 기록했다. 그는 법정에서는 “왜 거부하지 않았냐”는 식의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재판부의 편견과 싸워야 했고, 법정 밖에서는 ‘악녀 프레임’으로 악성댓글(악플)을 일삼는 안희정 지지자들의 모욕을 견뎌야 했다.

야멸찬 2차 가해를 당하면서도 그는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부조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데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그간의 기록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여성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 응한 김지은씨는 “연대와 지지 덕분에 지금도 하루하루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받은 것을 다시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피해생존자인 김지은씨는 이제 연대자라는 위치에 섰다. 56년 만에 미투를 외친 최말자씨의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김지은씨는 서면을 보내 “더 이상 홀로 고통 속에 있지 않도록 손을 잡고 피해자 곁에 굳건히 서 있겠다”고 연대를 다짐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전문적으로 돕기 위해 상담원 과정도 이수했다.

김지은씨의 ‘말하기’에 용기를 얻은 또 다른 피해자들이 숨겨야 했던 자신의 피해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해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세상은 터져버릴 것이다”라는 시인 뮤리엘 루카이저의 말처럼 김지은씨의 ‘말하기’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김지은씨
김지은씨

 

“열심히 살아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희망 주고 싶어요”

 

-『김지은입니다』를 펴내고 두달 가량 흘렀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습니다. 책을 세상에 내놓고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많은 독자분들께서 보내주시는 관심과 응원에 감사했어요. 출판사로 메시지를 직접 보내주시거나 온라인에 올려주시는 서평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보았어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는 말씀들이 제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한편으로는 책이 출간된 후 악플들에 또 다시 시달리기도 했어요. 책에 ‘별점 테러’를 하거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되는 도서를 훼손하는 일도 종종 있었어요. 한 온라인 서점에서는 ‘민감한 책’이라며 출판사의 광고 제안이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높은 벽과 시선을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들이지만 차갑고 단단한 벽 앞에 가로막히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책 출간 후 독자분들의 굳건한 연대와 지지를 볼 수 있었고, 주변 분들께 저의 부족한 책을 선물해주시는 모습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렵게 용기 내 문제를 고발하고, 그 경험과 기억을 정리해 “두 번째 고발”을 하셨습니다. 아직도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의 투쟁기를 책으로 펴내기까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책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어요. 다만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었어요.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쓰지 않고, 대화하지 않으면 정말 한줌의 흙이 될 것만 같은 절박한 마음이 매순간 들었어요. 병원에 입원해서도, 재판을 마치고도 펜을 들어야만 했어요. 깊은 좌절 속에서 제 외침을 들어주는 건 흰색 종이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순간순간의 기록들이 모여 책 한권 정도의 분량이 되었고, 이후 출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세상을 향한 두 번째 말하기에 주변에서 만류하는 분들도 계셨고, 저 스스로도 부족한 글을 공개하는 게 부끄럽기도 했어요. 그런 고민 끝에 이 고통스러운 기록들이 다시는 이와 같은 부조리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데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출간을 결정하게 됐어요.”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지음|봄알람 펴냄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지음|봄알람 펴냄

 

-책 제목을 이름으로 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생각한 제목들도 여러 개 있었지만, 출판사에서 제안해주신 이 제목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는 미투 이후 이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어디서든 제 존재와 이름이 드러나는 게 너무 두려워졌어요. 저를 죽이겠다, 테러를 가하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저와 제 가족들을 향해 마구 써대는 악플들에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다시는 세상에 제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판에서 사실을 입증하고, 승소했어도 여전히 세상은 제게 동굴에서 나오는 걸 허락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김지은입니다』라는 제목을 정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겪은 부조리한 일은 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저의 흔한 이름만큼이나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모두에게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상한 사람의 외침이 아니라 당신 주변 사람의 일일 수도 있음을 당당하게 호소하고 싶었어요. 그런 상황과 마음을 출판사에서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주셨기에 적절한 제목을 제안해주셨다고 생각해요.”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JTBC 생방송 출연 결행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문제 제기를 한 후 제가 조용히 사라지거나, 사건도 사라지는 것이었어요. 구체적인 그날의 상황은 책에 구체적으로 기록했지만, 가해자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또 다른 피해자가 계속 생겨날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그대로 사건을 알려 저를 지켜달라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야 진실이 거짓으로 바뀌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유명 정치인 수행비서의 얼굴은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미투 이후 어느 방송사에서는 제가 수행할 때 영상에 잡힌 모습을 찾아내어 제 얼굴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쳐서 CCTV 장면이라며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으니까요. 제가 블라인드 뒤에서 미투를 한다면 온갖 억측이 사건을 가리고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밖에 없었어요.

성폭력 사건 본질 그대로, 진실 그대로 수사되길 원해 힘든 결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방송에 출연 한 이후 검찰에도 바로 고소장을 제출했고요.”

-1심 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무죄가 나왔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제가 노동자로서 성실히 살아온 시간들이 모두 피해자답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었습니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보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가해자들의 논리로 사용되고 있어요. 무조건 피해자의 말만을 믿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의 배경과 맥락을 함께 살펴주시길 원했음에도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2심, 3심을 거치며 진실을 굳게 가지고 있다면 입증해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결국 2심에서 유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표현이 재판 전면에 등장했고 사람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무엇인지, 재판에는 어떻게 적용하는지 이야기되기도 했습니다. 대중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동등하고 평등한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수성’이라는 단어 때문에 일부의 분들은 논리가 아닌 감정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냐라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성인지감수성’은 피해자다움에 대한 틀과 인식을 사전에 정해 답을 구하지 말고, 상황의 맥락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보자는 것입니다. 피고용자의 시선, 학생의 시선, 조직원의 시선, 고용자와의 관계, 교수와의 관계, 조직과의 관계를 보고 그 안에서 사실 관계를 보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면 눈 높이와 시선도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이 2018년 8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집회 모습.  ⓒ여성신문 
‘안희정 무죄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이 2018년 8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집회 모습.  ⓒ여성신문 

 

-작가님의 고발로 여성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폭력적인 노동환경, 조직문화가 여성노동자에게 더 가혹한 것 같습니다. 조직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의 부재에 대해 지적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년 전 저는 미투를 했고,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 했어요. 그 과정에 수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며 진실을 입증했지만, 제가 겪었던 일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반복되고 있어요. 피해를 입은 사람을 돕는 일이 나의 일이 아닌, 세상 다른 누군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고발 이후 저와 제 주변 사람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하고, 압박을 가했던 권력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어요. 폭력적인 진실을 은폐하는데 일조한 그 분들이 여성의 인권을 말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제3자의 사건이라면 나서서 정의를 외치고, 위드 유(With You)를 선언하지만, 내 지인이 가해자이거나 내 주변 사람이 대상자가 된다면 태도는 쉽게 달라져요.

시스템의 부재에 이르기 이전에,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사람에게 나부터 먼저 손 내밀고 도움 주는 일이 선행된다면 우리 일터는 훨씬 안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타적인 예민함 없이는 잘 설계된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직접 경험해야했어요. 더불어 만약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피해자가 고발을 하더라도 비밀이 지켜지고, 노동권과 생존권이 침해 받지 않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폭력적인 노동환경, 조직문화를 참아가면서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에요. 문제 제기 후에도 안전하게 일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변함없이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다면 말하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습니다. 안희정에 이어 현직 지자체장이 성폭력으로 스스로 물러난 두 번째 사례입니다. 이 사건을 접하고 어떤 심경이셨는지요.

“혼란스러웠어요. 여전히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고통스럽기도 했고요. 사건이 발생하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선 긋기에 바쁘고,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 후,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미투가 일어나면 모두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권력형 성범죄는 가해자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피해자와 가해자가 속한 조직사회의 불균형한 힘의 구조가 성범죄라는 폭력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미투 운동 이후 예술계, 체육계에서는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지만, 그 어떤 조직보다 폐쇄적인 공공기관과 정치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특히 면직과 고용이라는 생존권이 오롯이 정치인에게 달려있는, 고용사각지대의 정치권에는 더 많은 보호장치가 필요함에도 모두가 구호만 외치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않았어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치권을 비롯한 공공의 영역부터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지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희정의 다른 피해자들에게 고소나 미투를 권유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라고요. 만약, 2018년 3월5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도 같은 선택을 하셨을까요.

“사실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 미투를 했어요. 권력과 지위의 차이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지만, 저도 똑같이 인간이고,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대의와 조직 앞에 인격이 무참히 짓밟히는 일이 저 이후에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실천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미투 이후 제 삶의 많은 부분이 변했어요. 지옥에서는 벗어났지만 2차가해라는 또 다른 고통을 받으며 2년 가까이를 보냈어요. 하루하루가 너무 힘겨웠습니다. 일부 권력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거짓 주장부터 모르는 분들의 가혹한 악플들까지 제가 견뎌내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들이 많았어요. 인간이고 싶어 미투를 했지만, 정상적인 삶을 한 순간도 영유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같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머뭇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다시 3월 5일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저는 고통 속에 살아왔지만, 그래도 그날 제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김지은씨의 변호인단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공판 후 재판부의 실형선고를 기뻐하고 있다.
김지은씨의 변호인단이 2019년 2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 사건 2심 선고공판 후 재판부의 실형선고를 기뻐하고 있다. ©여성신문

 

-많은 여성들이 ‘먼저 용기 내 말해줘서 고맙다’, ‘우리는 김지은씨에게 큰 빚을 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런 말이 위로나 응원이 되나요, 아니면 부담이나 책임감으로 다가오나요.

“큰 위로와 응원이 됩니다. 사실 제가 드린 것 보다는 받은 게 더 많아요. 그 연대와 지지 덕분에 지금도 하루하루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받은 걸 다시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살아가려해요. 부담이나 책임감이라는 표현 보다는 큰 빚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현실이 녹록치는 않지만, 잘 극복하고 살아내서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일상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요즘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성폭력 피해를 입으신 분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돕기 위해 상담원 과정을 이수했어요.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기 위해 관련된 공부를 계속 하고 있어요. 그리고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도 하나하나 배우고 있습니다. 예전 직장들로 돌아갈 수 없기에 새로운 일을 기초단계에서부터 배우고, 훈련하고 있어요. 이런 배움들이 이어져서 언젠가 정상적인 노동을 하고, 소소한 일상을 영유하고 싶어요.

사람의 온기를 느낄 때 행복함을 느껴요. 비록 얼굴도 모르지만 독자 분이 건네주시는 편지를 받을 때, 주변 분을 통해 직접 만드신 작은 수제 비누를 받았을 때, 오랜 만에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을 때 같이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때 행복해요.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느끼면 하루를 더 살아갈 기운을 얻는 것만 같아요.”

-글을 쓰며 위안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행복하고 감사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힘겨운 기억을 기록하는 글은 이번 책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어요. 더 공부하고, 더 고민해서 노동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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