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왜 여성들은 화상강의에서 카메라를 끄는가
[세상읽기] 왜 여성들은 화상강의에서 카메라를 끄는가
  •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20.04.24 08:00
  • 수정 2020-04-23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4월 16일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4월 16일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어느덧 온라인 강의가 6주차에 접어들었다. 나는 포털서비스를 이용해 라이브 방송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슬라이드가 켜진 TV 앞에서 내가 강의를 하는 모습이 핸드폰을 통해 라이브로 전달되면, 학생들은 채팅으로 상호작용하며 수업에 참여한다. 얼마 전부터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채팅을 이용한 소그룹 토론도 시작했다. 라이브 방송으로 토론 주제와 가이드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각자의 분임 채팅방에서 토론을 하는 식이다. 온라인 강의가 도입된 과정과 현 상황을 쉽게 긍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하다보니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되었다.

우선, 내가 질문을 던질 때 응답률이 오프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강의실에서 공허히 흩어지기 마련인 교수의 질문을 손끝들은 잡아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와 인터넷과 함께 해온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입으로 말하는 것 보다 손으로 말하는 것이 편하다. 어쩌면 발화 기관이 손 끝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온라인 채팅이 교수와 눈을 마주치고, 손을 들고, 입을 열고, 주변의 시선을 받아내며, 누군가 다른 사람이 발언하고 싶어하는 건 아닌지 눈치 볼 필요가 없어 참여가 쉽다고 말한다. 심지어 동시다발적으로 말해도 된다. 누군가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꼭 기다릴 필요는 없다. 소그룹 토론에서도 ‘갑분싸’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바로 진지하게 말해도 되기에, 때로 전공수업 토론은 더 깊이 있게 진행되기도 한다. 비언어적 맥락이 삭제된다는 한계와 인간 존재를 대면하는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여전히 염두에 두더라도, 학생들의 이와 같은 반응은 의미있게 지켜볼 만 하다.

의외로 학생들이 좋아하는 또 하나는, 내 집의 귀퉁이를 보는 것이다. 엄숙한 강의실에서 선생은 인간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지식의 전달자이자 규율의 집행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학생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면서, 선생은 자랑할만한 이야기 이외의 인간으로서 모습은 거의 지운다. 하지만 카메라에 비춰 진 나의 개인적 공간들은 학생들에게 인간으로서 선생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내 방과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것에 우리가 큰 걱정 없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여대에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인간으로서 알아가는 것은 배움을 주고 받는데 필수적이다. 그러나 종종 여성은 그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다. 인간으로서 학생 또는 선생이 아닌 대상으로 쉽게 위치지어진다. 화상회의 방식 수업에서 원치않으면 화면을 꺼도 된다는 교수의 말과 동시에 대다수의 여학생들이 남학생과 달리 카메라를 끈 일화가 소셜미디어에서는 넓게 공유되고 있다. 여자대학에 다니더라도 여전히 화상수업 해킹 가능성은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여자대학은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좀 더 넓은 가능성의 공간을 제공한다. 적어도 졸릴 때는 로비 소파에 대자로 누워서 잘 수 있다. 과제에 찌든 인간 외에 다른 대상으로 규정될 것을 덜 걱정해도 된다. 여성학자 나임윤경은 남성중심 학교가 여학생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배제하는 과정을 밝히며 여대가 여학생들의 성장의 기회를 더 넓게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 있을 수 있는 곳에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밝히고, 표현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 특수한 대상으로서 카테고리에 갇히지 않고, 나답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여성이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을 권리를 아주 쉽게 박탈한다. 자신을 표현할 권리,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수시로 무시한다. 그런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착취 당해 마땅한 빌미가 된다. 안전은 때로 자기자신을 소외시키며 사는 댓가를 요구한다.

이는 일상에서 조차 촘촘하게 삶을 규제했다. 왜 화상강의 시스템에서 자신의 카메라를 끄고 마는지 에 대한 답은 한국 사회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착취해온 역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성의 권리 보장은 단순히 안전하게 보호받는 삶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삶을 표현하고, 자신을 말하는 것이 그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결코 침묵할 수도, 자신을 소외시키고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