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재난시대 아동청소년의 권리와 학교
[세상읽기] 재난시대 아동청소년의 권리와 학교
  •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20.05.26 09:58
  • 수정 2020-05-2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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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돌봄이 멈춘 사이, 가족 안의 돌봄 노동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다채롭다. 소셜미디어에는 집 안에서 코로나19를 버티는 간식 레시피나, 놀잇감, 온라인 수업 세팅, 재택 학습을 돕는 방법이 공유되기도 하며, 하루를 무료해 하는 자녀와 짬을 내 산책을 나가는 모습이 게시되기도 한다. 이 고단하면서도 단란한 모습들은 코로나 시대,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족'이 절대적인 재난의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재난지원금 수령부터 온라인 수업 접속까지 ‘전통적 가족주의'에 기반해 사회안전망이 작동하는 지금, 사회적 재생산과 돌봄은 어느때보다도 강력하게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차별만이 그 이유는 아니다. 가족주의 재난대응은 아동과 청소년의 인간답게 살 권리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 개인이 될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이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거나 못할 경우, 그들의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폭은 극히 좁아진다. 일례로 가정을 벗어난 청소년은 재난지원금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없다.

‘정상가족’ 범위 안에 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공간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저연령의 아동의 경우 끼니와 같은 생존권부터 놀이할 권리, 교육 받을 권리, 정보에 접근할 권리 등의 보장은 전적으로 가족에 의하여 결정된다. 유니세프는 코로나19로 인한 아동학대 증가의 위험과,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격리가 길어지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아동이 장기간 온라인 플랫폼에 노출되며 아동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는 현상이 목격되기도 한다. 가족에게, 특히 여성 보호자에게 아동의 권리 보장의 책임을 한계 지을 때 사회적으로 취약한 구성원 모두의 삶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코로나19로 미뤄진 지 80일만에 등교를 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등교가 미뤄진 지 80일 만에 다시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홍수형 기자

 

또한 가족은 누가 ‘학생’이 되느냐‘에 또다른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단순히 물리적 폭력이나 경제적 궁핍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됨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주어진다. 여성은 종종 개인이라기 보다는 누군가의 딸이자 누나, 그리고 어머니로 호출 되고, 이는 온라인 수업에 또 다른 국면을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집에 있다보니 자꾸 학생 보다는 딸로 불리게 되는 상황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한 대학생은 고등학생인 남동생이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와 자신이 수업 들을 때 전혀 다른 부모님의 반응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산적한 집안일을 돕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자신을 부모님이 탐탁지 않게 여겨 수업을 계속 듣기 어려웠는데, 어찌된 일인지 남동생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대학생의 수업이 고등학생의 공부 보다는 비교적 입시보다는 자유로워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안일과 딸의 연결은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다. 돌봄이 여성을 동원하여 사적으로 해결되는 사회에서 딸들에게는 종종 이중의 역할이 요구된다.

이는 ‘학교에 간다’의 의미를, 교육공간의 공공성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학교’를 포함한 청소년 교육 공간은 어쩌면 지식 보다도 사회적 개인으로서 정체성이 부여되는 물리적 공간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지 모른다. 학교에 오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수업을 들을 수 있고, 학생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학생으로 학교에 오면 선생님도 있고, 와이파이도 있고, 전기도, 물도 있다. 건강 시설과 도서관 등 다양한 복지시설과 인프라에도 접근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는 학생들에게 공통의 공간이자 중재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에는 중재의 공간이 거의 없다. 내가 속한 가족의 경제적 상황은 바로 학습권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가 중재의 공간인 것은 아동학대신고 의무자이기도 한 교원들의 개입 가능성에도 있다. 2018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하면 교원을 포함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들의 신고는 전체의 20%에 달한다. 따라서 온라인 교육의 시대, 우리가 맞이한 중요한 도전은 어떻게 수업의 질을 확보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공통과 중재의 공간을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 일 것이다.

이 질문은 사회적 돌봄이 멈춰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는 지금, 오히려 사회적 돌봄이 한 번도 허용되지 않았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학교에, 청소년 공간에, 유치원에,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공통의, 중재의 공간은 모두에게 주어진 적이 없다. 질문은 하나만 오지 않는다.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함세정 하자센터 10대 연구소 판돌·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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