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 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1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2016 민중 총궐기 대회’ 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만개의 ‘박근혜 퇴진’ 촛불이 10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켜진 이후, 3차 집회날인 11월 12일에는 100만명이 넘게 참가해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를 보여줬다. 5차 집회날인 11월 마지막 주말인 26일에는 전국 50여곳에서 사상 최대인 190만명이 촛불 집회를 가졌다.

시간이 갈수록 촛불은 횃불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국민들의 대통령 퇴진 요구가 상승하는 사이 대통령 지지율은 4%까지 추락했다. 이제 대통령의 정당성은 완전히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4%의 지지율에 담긴 막말은 국격을 추락시킴과 동시에 더욱 횃불로의 진화에 기여하고 있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는 국민의 대표인 김진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막말이 대표적이다.

이에 질세라 4%에 속하는 기업인들이 편승했다.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이 먼저 한 마디 날렸다.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가 제작한 ‘좌파의 최면에 걸린 대한민국’이라는 영상을 통해 “대한민국이 좌파의 최면에 걸려 미쳐 날뛰고 있다” “대통령이 여자 하나 잘못 쓸 수도 있는 거지, 무슨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힐 사건이길래 하야하라, 탄핵하라고 하느냐” “이걸로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해서 되겠느냐. 나라를 망치자는 거냐”고 항변했다.

자라코리아 이봉진 사장도 거들었다. 최근 한 강연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했는데, 참가자 중 한 사람이 그 발언을 트위터에 게재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여러분이 시위에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하는 4900만명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여러분은 공부나 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도 5%면 배터리도 교체가 되는 세상에서 국민의 뜻은 외면한 채 4%의 지지율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각계각층의 소수 기득권자들이 국격을 추락시키고 있다.

그러나 나날이 거세지는 촛불집회는 대통령과 그 비선‧비호세력으로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오히려 상승시키고 있다. 5차 촛불집회에 대한 외신 보도를 보면 “첫눈이 내린 추운 날씨에도 수많은 인파가 서울 중심가를 채웠다”(뉴욕타임스)며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라는 점, 그리고 청와대를 포위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박근혜 체포, 감옥으로 보내자”고 외친 구호가 “시위 장소로부터 1.5km 떨어진 청와대에도 들렸을 것”(AFP통신)이라는 점, “농부, 승려, 대학생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음”(BBC방송)에도 “한국 국민이 평화롭고 축제 형태로 집회의 새 장을 열었다”(중국 신화통신)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전히 평화로운 집회가 이어졌다는 점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며칠 전만 해도 외신들의 청와대 비아그라 폭로를 통해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가 조롱받고 비웃음을 당해 국격이 한없이 떨어졌다. 그러나 5차 촛불집회를 전하는 외신의 태도는 사뭇 달라졌다. 정부는 형편없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위대하고 놀랍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추락시킨 국격을 국민이 연대해 평화의 방법으로 쌓아올리는 이러한 모습은 슬프면서도 지극히 감동적이다.

이러한 평화의 연대는 단단한 민주공화국 구축의 기반이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촛불집회 에너지를 바탕으로 식물정권을 퇴진시킨 후 하루빨리 새 정부를 선출해 대한민국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온 대한민국의 역사는 최악의 세계사,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최고의 세계사를 국민과 더불어 속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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