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이라고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지식정보가 최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산업에서 전문지식과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일하는 여성들

이라면 탄력적인 노동시간의 선택, 남성과 평등한 임금체계 및 승진, 경영

훈련 등에서 다른 여성들에 비해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받을지

도 모른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시공간 개념이 바뀐다는 디지털 경제구조에

서는 출퇴근시간 등 근무시간의 탄력적 선택등이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특히 육아의 고민을 짊어진 기혼여성에겐 절실한 것이다.

그러나 IT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노동시간의 탄력적 적용과 동시에

임금이나 승진 등 다른 기회에서도 평등한 조건을 놓치지 않으려면, 직무의

평가 시 여성적 가치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성의 노동가치를 높게

평가하도록 짜여진 조직문화나 체계 등도 따라서 변화해야 하고, 변화시켜

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디지털기술을 원천으로 하는 IT산업의 노동과정은

점점 일과 휴식과 학습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게 사실이고, 이같은 노동양

식의 변화로 말미암아 어쩌면 다른 업종의 여성들보다 공사 영역의 이중부

담을 더 과중하게 떠안음으로써 ‘끝까지 살아남기’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

기 때문이다.

‘플래닛 잇’이란 사이트의 신경제 섹션에 마리엔 콜바수크라는 여성이

쓴 '일터의 여성'(http://www.planetit.

com/techcenters/docs/new_economy/features/PIT20000229S0028/7)은, IT기

업의 탄력적인 시간운용, 경영(관리) 및 기술훈련 등 IT산업의 여성 종사자

들이 솔깃할 정보들이 게재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IT산업

에의 진출과 ‘진출 그 뒤’를 고민중인 여성들, 그리고 여성인력을 채용한

기업이라면 이런 내용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20년간 아봉사에서 일해왔고, 최근 화장품회사 정보기술 총책임자(CIO)

로 취임한 헤리엇 에델만은 자신이 20년간 일한 아봉사에서는 “일하는 시

간표가 최대한 탄력적이었다”고 말한다. 아봉사는 IT 직원들에게 탄력적인

노동시간, 농축화된 주간 작업, 재택근무, 현장 탁아 등을 허용했다는 것. 일

주일에 나흘을 일하고 이 중 하루는 집에서 근무하면서 회사 탁아소의 덕을

보는 여성 IT매니저 등의 예도 소개돼 있다. 로터스사의 IT 매니저인 한 여

성도 집에 ISDN을 설치해 한주에 사흘을 집에서 일하면서 조산아 쌍둥이인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다가 전일 근무제로 돌아갔지만 실패, 다시 한주에 이

틀을 집에서 일하는 방식을 택했다.

로터스사의 캐슬린 베일리란 웹 개발자도 육아 때문에 한주에 나흘을 압

축적으로 일한다. 그녀는 “한주에 나흘을 일할 때, 시간표 조정은 보다 도

전적인 것이 된다. 나는 내 시간을 매우 생산적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한

다”고 주장한다. 새 기술을 습득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사무실에 나가

동료매니저그룹과 접촉하며 트레이닝을 받을 수도 있다.

시그나사의 IT베테랑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해온 한 여성은 아침 7시

에 출근했다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제너럴 일렉트릭

(GE)사는 정보관리 리더쉽 프로그램을 2년마다 6개월씩 돌아가며 남녀 직

원들에게 실시한다. 이것이 여성들의 승진과 커리어개발에 도움을 주는 건

물론이다.

경영(관리) 훈련도 IT업종의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요소다. 스크왑사에서

IT직원들은 5개월간 ‘경영발전 이니셔티브’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8명의 선도자들이 15명의 남녀직원으로 구성된 스탭들의 경영관리기

술개발을 돕는다. e네이믹스사에서 전통적인 비즈니스들을 인터넷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툴을 모델링하는 사업총괄 책임자(COO) 제이 시몬스의 얘

기를 들어보자.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좋은 전달자이고, 일반적으로 ‘지

도’를 통해 사람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능력이 있다...그렇기 때문에 흔히

좋은 대리인이고 프로젝트 매니저이다...여성들은 다른 견해를 더 잘 경청하

며, 그 결과 이용자들의 필요에 더 부응할 수 있다...IT산업에 오직 기술적

인 직업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다른 많은 재능들을 포괄하며 확장되고 있

다.”

리소스시스템그룹의 대표 폴 다버사는 “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의 혼합과 문화적 균형이 필요한데, 남성중심적 기업은 이런 면에서 나쁘

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히긴스란 여성은 원래 기술과는 별 상

관없는, 필름 프로덕션사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IT조직에

참여, 벤더(제품 공급회사)들에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설명하는 일을 맡았다.

이를 통해 원격 네트워킹, 안전, 조달시스템의 운영방법 등을 자연스레 배우

게 되었다는 것. 그녀 역시 기술이 전부가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능

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신처럼 커뮤니케이션 요령이 가장

중요한 직업이 IT업계에서도 많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밖에 IT업계의 여성들이 받는 급여, 고용보장, 사원 채용

문제 등에 대한 여성종사자들의 의견을 만날 수 있다. 여성들의 능력발휘를

위한 기업의 배려가 어떻게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단서를 던져주는 글이다.

[이인화 뉴미디어부 부장 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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