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네덜란드에서 찾아온 둘째딸 백민주화씨가 오열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9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에서 네덜란드에서 찾아온 둘째딸 백민주화씨가 오열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 조간신문을 통해 부녀 사진, 모녀 사진 등 두 가지 사진을 접하면서 가족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새삼 하게 됐다. 같은 신문의 한 면에서는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채 316일 만에 세상을 뜬 아버지의 죽음 앞에 선 딸의 모습이 실렸다. 그리고 또 한 면에서는 3년 전 서울 경마공원에서 열린 승마경기 중 건네는 어머니의 음료를 받아 마시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한 사진은 현재의 것이고 하나는 3년 전 것이지만 공권력을 가진 국가의 책임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와 가족의 관계 그리고 자칫 소홀히 넘겨갈 부녀간, 모녀간의 평소 가족관계의 한 단면까지 보여줬다.

부녀든 모녀든 신문에 가족이 크게 등장할 때는 가족이 분명 사적 차원을 넘어 공적 차원으로 국가의 문제와 연결됨을 보여준다. 물론 가족이 국가와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국가와 사회가 가족에 영향을 주는 게 더 많다. 거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국가정책과 사회변화가 가족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가정책과 사회변화가 가족 구성원의 개인화와 가족의 탈제도화 그리고 여성의 탈가족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새 가족을 등장시키고 있다. 1인가구 형태로 홀로 사는 독신자 가족, 공식적으로 결혼식이나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동거 부부, 실험 또는 계약결혼 가족, 재혼에 의한 재결합 가족, 비동거 가족, 공동체 거주 가족, 심지어 동성애 가족 등 다양한 가족 유형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가족의 등장에 따라 가족 내 배우자 관계, 자녀 관계 등 가족 관계도 변화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가족 변화는 불가피하게 많은 가족 문제를 발생시킨다. 여성취업의 증가에 따른 자녀양육과 가사노동 분담 문제가 대표적이다. 자녀양육과 가사노동의 분담화와 합리적인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에는 가족 내 다른 누군가가 전통적 여성의 몫을 떠맡게 되어 또 다른 지배와 종속의 가족관계가 생성된다든지, 또는 부부 중심의 생활방식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소외시켜 자녀 과보호에 못지않게 자녀의 정서불안정 등이 가족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급속한 사회변화는 이러한 가족 유형과 기능의 변화 외에도 가족 전체에 빈곤과 갈등에 의한 해체, 보호와 양육의 과부하 등의 역기능 문제를 야기해 국가가 지속적으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한다.

한편 현대사회에서 가족은 상부상조의 복지 기능을 많이 상실했으나 사회의 기본 제도이자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가족이 한다는 점은 여전히 중시되고 있고, 사회문제 해결을 일차적으로 가족이 담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족 자율성을 고취해 나가도록 하는데 대한 국가의 책임도 매우 크다.

현대국가에서는 가족의 자율성 문제와 사회복지 문제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인데, 이는 주로 가족정책과 직결된다. 가족의 자율성 문제는 좀 더 자유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사회체제 구축과 연관되고, 사회복지 문제는 좀 더 평등을 중시하는 경제적 분배와 관련되기 때문에 결국은 자유와 평등을 모두 중시하는 민주복지국가가 돼야만이 국가의 가족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 선 오열하는 딸의 모습과 승마 경기 중 건네는 어머니의 음료를 받아 마시는 웃는 딸의 모습에서 부녀 사랑과 모녀 사랑은 동일하게 읽히지만 우리 국가가 가족에 끼친 영향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희비가 대조돼 눈앞에 생생히 나타난 그 배경과 원인을 유추하면서 덩달아 비통함과 울분의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고 휘몰아침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나만이 가졌던 체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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