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 몰카 있는데 남자화장실은 왜 없을까

여자화장실 출입금지를 차별이라 징징대지 말라

 

변태남 천지… 여성들은 남성 출입에 예민할 수밖에

남자들이여, 제발 성범죄 근절 위해 노력 좀 해라

 

부산교통공사는 9월 22일부터 도시철도 1호선에서 출퇴근 시간 ‘여성 배려칸’을 공식 운영 중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열차 ‘여성 배려칸’ 내부 모습. ⓒ부산교통공사
부산교통공사는 9월 22일부터 도시철도 1호선에서 출퇴근 시간 ‘여성 배려칸’을 공식 운영 중이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열차 ‘여성 배려칸’ 내부 모습. ⓒ부산교통공사
  

하나. 2012년 7월, 남성연대라는 단체가 제천에 있는 한 도서관에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도서관 직원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결국 로비에 발도 못 붙인 채 물러나고 만다. 달랑 6명만 나타난 것도 그렇지만, 들어가려는 의지도 그리 강하지 않았으니, 일과성 퍼포먼스라 봐도 될 것 같다.

제천도서관 진입 시도한 남성연대

남성연대가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도서관이 남성의 출입을 금하는, 여성전용 도서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여기가 무슨 조선시대입니까?”라는 그들의 말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제천도서관은 왜 여성만 출입이 가능한 도서관을 지었을까.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김학임이라는 여성분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된 나머지 11억 상당의 땅을 제천시에 기부하면서 여성이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기부자의 뜻을 따라 제천시가 만든 게 바로 이 도서관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남성의 출입을 막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남성들은 역차별이라고 징징댔고, 이에 남성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남성연대가 총대를 멘 것이었다. 그들은 “남자들이 내는 세금이 이 도서관 운영에 쓰인다”고 주장했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이건 번지수가 틀렸다. 여성들만 다니는 이화여대에도 국가의 세금은 들어간다.

정 억울하다면 남자들끼리 모금을 하거나 남성 재력가에게 부탁해 남성전용 도서관을 지어달라면 될 게 아닌가? 재력가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니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그런 노력을 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네이버 지식인에는 여기에 대한 답변이 달려 있다. “남성전용 도서관을 만들면 아무도 안 옵니다.”

둘. 2016년 6월부터 3개월간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1호선에서 출퇴근 시간에 한해 ‘여성전용칸’을 운행했다. 성추행의 위험이 높고,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지하철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여성전용칸은 바람직하다. 실제로 전국 지하철 성범죄 발생건수는 2013년 1307건, 2014년 1356건으로 하루 평균 3명 이상이 성범죄를 당한단다.

여성들의 반응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지하철을 탄 시간이나마 성범죄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신기한 건 남성들의 반응이었다. ‘한국 여성은 잠재적 꽃뱀’이라며,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성추행범으로 몰릴 것을 걱정해온 그들이라면 당연히 이번 결정을 환영해야 하건만, 신기하게도 남성들은 분노에 차 있었다.

지하철 남성전용칸 왜 안 생길까

이들은 도대체 왜 화가 났을까? 9000개가 넘는 댓글을 대충 훑어보니 남성들이 분노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역차별’을 당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제 하다하다 남녀평등을 넘어 여자들이 원하는 건 여성상위 시대네”라든지 “내가 내는 요금으로 운영되는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이 있다면 남자에겐 요금을 깎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이 이를 대변한다.

일부 남성은 남성전용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밑에 달린 댓글은 정곡을 찌른다. “남자끼리만 있으면 냄새나서 타기 싫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게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남성의 일부만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보기엔 피해를 본 여성의 숫자가 너무 많다. 하지만 위에서 든 두 가지 이유만으로는 이들의 분노를 설명하는 게 미흡하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는 이런 시스템이 점차 확산돼 남자와 여자가 점점 격리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남성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신체 접촉까진 아니더라도 여성을 눈으로 보는 게 힘든 출퇴근길의 즐거움인데, 그걸 못하게 되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너무 속이 보이니까 괜히 “역차별” 운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남자들이여, 여자가 좋으면 좋다고 해라. 그리고 성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 좀 해라.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이 성범죄니까.

셋. 2014년 1월 24일, 남성들의 징징거림이 폭발했다. 모 일간지에 따르면 한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발만 넣었는데,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을 수강하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남성들은 분노했다. 여자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범죄가 아니고,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범죄라니, 이거야말로 역차별이 아니냐는 것이다.

“역차별” 한국남성들 징징댐은 계속된다

전혀 그렇지 않다.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고 해서 누구나 벌금 100만원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남성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일을 보던 중 여자화장실에서 소리가 나자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 후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일을 보는 친구를 위해 망을 봐주던 여성에게 걸린 거였다. 그는 법정에서도 “호기심에 여자화장실 쪽으로 갔다”고 증언했는데, 이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중 “자신의 성적 목적을 만족시킬 목적으로”라는 조항에 해당된다.

이 법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적용되며, 설령 여성이라 할지라도 호기심에 못 이겨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면 이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다. 실수로 잘못 들어갔다면? 당연히 무죄다. 이 모든 걸 다 생략하고 ‘발만 넣으면 100만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모 언론사 기사야말로 이 사태가 확산된 원인이었다.

하지만 선동을 한다고 홀랑 넘어간 남자들에게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생각해 보라. 여자들은 평소 화장실을 갈 때마다 몰카에 찍히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 장면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변태남이 천지인 세상이니, 아무래도 여성들이 남성의 출입에 대해 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반면 여성들은 남자가 소변 혹은 대변을 보는 모습에 흥분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남자화장실 몰카는 있지도 않을뿐더러 누가 찍어도 유통이 잘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남성들이 자기 성기를 봐달라고 바바리를 입고 여고 앞으로 가겠는가? 즉 여자가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과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르며, 이걸 이해하는 데 특별히 높은 아이큐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여자화장실에 못 가게 하는 것을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목메어 우는 것을 보면 이렇게 탄식할 수밖에 없다.

“오호 통재라. 요즘 한국 남성의 상징은 징징거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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