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6개 로펌과 상담센터 운영

기업들, 김영란법 적용대상 범위부터

‘금품 수수’에 대한 해석 혼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불고기 부라더스’ 광화문점 메뉴판에 김영란 메뉴가 안내되어 있다. ‘김영란 마크’가 표기된 메뉴는 풀코스로 3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불고기 부라더스’ 광화문점 메뉴판에 김영란 메뉴가 안내되어 있다. ‘김영란 마크’가 표기된 메뉴는 풀코스로 3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다는 글귀가 눈에 띈다. ⓒ뉴시스·여성신문

“공직자 아들의 돌잔치에 10만원을 부조해도 될까?” “기사 삭제나 정정 요청은 가능할까?” “국회의원이 출간한 책을 구입해도 될까?”

9월 28일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른 기업 홍보담당자들의 흔한 고민이다. 기업이 몰라서 법을 위반하거나 적법인데도 몰라서 기업 활동을 포기할 소지가 높은 사안과 함께 국민권익위원회 유권 해석이 지연되는 사안도 다수여서 시행상의 혼란을 피하기는 여전히 힘들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의 혼선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광장,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화우 등 6개 로펌과 함께 ‘김영란법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상담센터에 주로 김영란법 적용대상 범위부터 법령상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 회색지대 보완, ‘금품 수수’의 구체적인 해석 등을 물었다.

기업들은 동일한 행위도 사안에 따라 법적용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예컨대 해외에서 개최되는 학술행사 등에 연구참여교수를 대동해 신제품을 발표할 경우 의료법에 근거가 있는 제약업계 행사만 항공료 지급 등 교통숙박 편의 제공이 가능하며, 여타 업계 행사는 불가능하다.

기업이 신제품 설명회를 갖고 참석자에게 5만원 상당의 선물을 돌리는 경우 참석자 중에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이 포함돼 있다면 행사와 무관한 선물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김영란법이 적용되므로 불법이 된다.

한 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10월에 출시될 신제품 홍보를 위해 미디어행사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것이 너무 많아 애로가 많다”며 “과연 법을 지키면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행사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아직 법령 상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어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속히 유권해석을 내리고 사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를 들어 기업마다 교수를 사외이사로 위촉하고, 사외이사 업무수행에 대한 댓가 차원에서 회의 참석 수당을 제공하고, 임원급 예우 차원에서 골프나 휴양시설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외이사 이전에 교수라는 신분 때문에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권익위는 기업 내규보다는 공직자 등에 대한 김영란법이 우선 적용돼야 하므로 기준 이상의 수당이나 편의제공은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 일부에서는 교수 신분이 아니라 사외이사직 신분에서 활동하는 댓가에 대해서까지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수로서 강연을 할때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밖에도 기업들은 당구 게임비는 되고 금액상 같은 수준인 스크린골프 게임비는 안되는 것인지, 함께 술을 마시고 얼마 안되는 택시비를 대신 지급하는 것도 법 적용 대상인지 등 사회상규 해석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조속한 해소를 촉구했다.

대한상의가 기업들이 궁금해 한 질의응답을 정리해 발간한 ‘기업이 알아야 할 김영란법 상담사례집’을 토대로 기업들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Q. 언론사 기자에게 기사 정정을 요청하는 것은 부정청탁인가?

A. 원칙적으로는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언론사 기자에게 기사 정정을 요구하거나 특정 기사를 게재하지 말아 달라거나 삭제해 달라는 요구 내용, 기사를 써달라는 요구내용은 청탁금지법 제5조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권익위는 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요구와 관련해 금품등 수수가 있을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수증죄 등 별도의 범죄의 성립 여지가 있다.

Q.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금품’이란 무엇인가?

A. 재산적 이익과 편의 제공, 기타 사람의 수요·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체의 유형·무형의 이익을 의미한다. 재산적 이익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이 포함된다. 편의 제공에는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이 포함된다. 기타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의 경제적 이익도 들어간다.

Q. 직무관련성이 없는 공직자 친구에게 사적으로 금품을 제공해도 문제되나?

A. 제공 금품의 금액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기본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다. 다만 청탁금지법에서 정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제공은 금지된다.

Q. 언론인, 국회의원 등이 발간한 도서를 구입하는 경우도 금품 제공인가?

A. 원칙적으로 도서구입은 사적 거래의 성격이므로 문제 없다. 다만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다량의 도서를 구입한다거나 도서 가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지불한 경우 등은 금품제공으로 볼 수 있어 청탁금지법에 따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Q. 기자에게 기사 게시를 요청하면서 3만원 이하의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는 청탁금지법 위반인가?

A. 제재 대상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리한 기사를 써달라는 요구내용은 청탁금지법에 규정된 부정청탁 대상직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면서 기사 게시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직접적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의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 의례의 목적’에 해당하지 않아 3만원 이하의 식사라 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Q. 공직자의 아들 돌잔치에 10만원을 부조했다면 문제가 될까?

A. 돌잔치는 경조사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권익위원회는 해석하고 있다. 권익위원회는 경조사의 범위를 결혼(본인, 직계비속)과 장례(본인, 배우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금전의 직접 제공은 제재대상이며, 선물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선물 제공 기준인 5만원에 따라야 할 것이다.

Q. 사외이사인 교수에게 이사회 참여시 지급하는 수당은 제재 대상인가?

A. 제재대상에 해당할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권익위는 급여외 금품등이 교수로서 직무와는 무관하게 사외이사로서 수수한 것이라면, 1회 100만원(연 300백만원)이하의 경우에는 직무관련성이 없으므로 청탁금지법상 제재대상이 아니며, 1회 100만원(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수당의 경우에는 실제 참석한 댓가로서 그 금액이 업계관행이나 사회통념에 비춰 과하지 않다면,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금품에 해당하거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Q. 장관이 1시간20분 사내에서 강연했을 때 강연료는 얼마까지 지급 가능한가?

A. 최대 75만원까지 지급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관의 경우 1시간 상한액이 50만원이며, 1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사례금 총액은 1시간 상한액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강연 초과시간이 길지 않다면 강연료를 추가로 지급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Q. 직원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A. 일반 기업의 경우 이에 대해 별도의 절차를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누구나 신고기관에 신고할 수 있으므로 회사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경우 향후 처벌시 양벌규정 면책 등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신고 이후에도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나 유사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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