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협동조합 1호 정신장애인 카페 

정신장애인 등 50여명 모여 설립

월 매출 1000만원 기대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 1층에 위치한 카페MOA.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 1층에 위치한 카페MOA.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정신장애인이 커피를 내리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정신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 마련한 공간 ‘카페MOA’가 바로 그 곳이다.

지난 8월 11일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문을 연 카페MOA는 ‘MOA사회적협동조합’(이하 MOA)이 세운 첫 번째 카페다. MOA는 정신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협동조합으로,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진 서울시 1호 정신장애인 카페다.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사회복지사 등 50여명이 이 곳의 주인이다.

MOA는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카페를 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카페 자리를 찾는 데에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입찰에서 떨어지기도 수차례였고 때마침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광진구에 개소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정원 일부는 작업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등 병원과의 협력 관계도 꾀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자녀를 둔 한 조합원은 “카페는 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존재”라며 “카페MOA가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5년 정신장애인의 치유와 자유에 초점이 맞춰진 ‘정신보건법’이 제정됐다. 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지나면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인 사회권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와 주거, 의료 서비스와 함께 재활에 대한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서 제외돼 여타 장애인들이 받는 권리와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유일규 MOA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유일규 MOA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유일규 MOA 이사장은 “정신장애인은 장애 영역에서도 ‘왕따’나 다름없다”며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려면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당사자와 가족들이 수혜자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조합 설립 취지를 밝혔다.

모두가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이야말로 이런 취지와 목적에 적합했다. 2년 동안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했고, 수많은 교육과 논의 과정 속에서 조합원들의 생각과 태도도 조금씩 변했다. 올해만 임시총회를 10회 이상 개최할 정도로 참여가 활발하다.

카페를 시작한 지 한달. 아직까지는 출발이 좋다. 하루에 음료 40~50잔 정도면 월 매출 1000만원을 기대할 수 있다. 처음 생각한 최소 유지비용 600만원을 웃도는 액수다. 지금 이대로라면 임대료와 임금은 충분히 나온다는 전망이다.

MOA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12명의 정신장애인이 교육을 이수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카페MOA에서 근무하고 있다. 1호점이 어느정도 자리 잡으면 강남 지역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이밖에도 문서 파쇄 등 정신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영역을 고려하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룹홈, 사회주택과 같은 주거 복지도 이들의 관심사다.

유 이사장은 “과연 이 카페가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까 고민도 있었다”며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처럼 하나씩 함께 해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서울시에는 약 2600개의 협동조합이 있다. 시는 협동조합의 원활한 설립과 운영을 돕기 위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관한 상담은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1544-5077)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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