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파트너십 총괄하는 서황욱 구글코리아 전무

월 10억명 60억 시간 보고

분당 400시간 영상 올라와

모바일로의 환경 변화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

 

서황욱 구글코리아 전무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서황욱 구글코리아 전무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실 사진기자

“지난해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이 ‘무한도전’보다 줄곧 높았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경쟁할 필요는 없었다. 동시간대 방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바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이제 전국노래자랑이 무한도전뿐 아니라, 드라마 ‘닥터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뮤직비디오와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서황욱(45·사진) 구글코리아 전무는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콘텐츠 간 경쟁과 구도의 패러다임 완전히 달라졌다”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는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전무는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미국 남가주대 영화대학원에서 미디어 비평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삼성SDS 디지털콘텐츠 신규사업기획과 벤처투자,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내 MSN 사업부 콘텐츠파트너 제휴 업무를 거쳐 2006년 구글코리아에 합류했다. 그는 현재 유튜브 코리아와 그레이터 차이나(Greater China, 중국·대만·홍콩) 파트너십을 총괄하고 있다.

서 전무가 몸담고 있는 유튜브는 2005년 베타서비스를 시작해 10년만에 월 10억명의 사용자가 60억 시간의 동영상을 시청하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금도 1분당 400시간 이상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는 유튜브는 76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에서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시청자의 유튜브 시청시간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2015년 3월 기준),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내 시청시간의 70%는 모바일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모바일 시청시간이 데스크톱 시청시간을 넘은 첫 국가다.

유튜브는 지리적 경계와 전통 미디어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 누구나 동영상을 보고 만들고 이를 통해 스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서 전무는 유튜부가 10년 만에 전 세계 문화 콘텐츠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유튜브의 성장은 이용자와 크리에이터(창작자), 광고주라는 세 주체가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창작자, 광고주라는 삼각축이 모두 이익을 얻고 성장할 수 있는 ‘유튜브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 유튜브의 성공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튜브는 2007년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2010년 저작권 보호 시스템 콘텐츠 검증 기술(CID)을 개발해 배포했다. 같은 해에 이용자가 광고를 볼 것인지 그냥 ‘건너뛰기’ 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트루뷰’ 광고도 시작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창작자는 플랫폼을 무료로 활용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용자는 동영상을 볼 때 원하는 광고만 볼 수 있으며, 광고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실한 타겟 광고를 할 수 있다.

 

서황욱 구글코리아 전무 ⓒ이정실 사진기자
서황욱 구글코리아 전무 ⓒ이정실 사진기자

서 상무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싸이는 자신의 콘텐츠와 매칭된 영상 처리 방법을 광고 수익화로 설정했다. 현재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 26억건(2016년 7월)을 넘겼는데, 여기서 나오는 저작권료 외에 다른 이용자가 ‘강남 스타일’ 음원을 사용해 패러디나 리액션 영상을 제작해 올리면 해당 영상에 광고가 붙도록 했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원 저작권자인 싸이에게 돌아간다. 광고를 붙여 해당 영상의 조회 수가 올라갈수록 원 저작권자가 더 많은 광고 수익을 가져가도록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제 유튜브의 영향력은 기존 미디어를 뛰어 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 사이에 인기 있는 인물 1~5위는 모두 ‘유튜브 스타’였다. 10위 안에 든 연예인은 가수 브루노 마스(7위)와 테일러 스위프트(8위)뿐이다.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도서관, 양띵 등 유튜브 1인 미디어 스타의 인기는 아이돌 버금간다. 팬클럽이 결성되고 코카콜라, CJ제일제당 등 대기업 광고 모델로 기용되고 TV 프로그램의 MC로도 나선다. 이들은 게임, 코미디, 메이크업, 고민 상담, 먹방(먹는방송), 유아교육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기존 미디어를 위협하고 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성장은 멀티채널네트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를 비롯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이끌어 내는 등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꿔놨다.

서 전무는 최근 유튜브에서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외국인들의 반응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외국인들은 K팝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을 주로 소비했는데, 최근 1~2년 사이 80~90년대 음악부터 발라드나 록 등 다양한 음악을 보고 있다”며 “K팝 가수들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리메이크한 예전 곡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찾아보게 되고, 춤을 따라하면서 댄스 스튜디오 채널을 보는 식으로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팬덤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가 온라인 동영상 광고를 보는 인식도 변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광고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서 전무는 “지난 해 유튜브 인기 영상 상위 10개 중 4개가 광고주가 직접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였다”면서 “광고가 콘텐츠가 되고, 광고주가 크리에이터가 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음악, 게임, 뷰티, 요리, 코미디, 키즈 등 더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전무는 오는 9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제2회 아태W 위기경영포럼’에서 ‘미디어 환경변화와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최근 IT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패러다임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다양한 영역에 미칠 시사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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