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자녀의 미래 진로설계를 지원하는 학부모 진로교육 발전 방안’을 주제로 연 제6회 진로교육포럼에서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교육부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자녀의 미래 진로설계를 지원하는 학부모 진로교육 발전 방안’을 주제로 연 제6회 진로교육포럼에서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도 수상 혹은 대통령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드디어 여성대통령이 선출될 듯하다. 아직은 기존 질서와 체계의 장벽에 막혀 있지만 재계에서도 많은 여성 리더들이 출현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여성들을 흔히 ‘알파걸’의 전형이라고 부른다.

알파걸은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하거나 뛰어난 첫째가는 여성을 지칭하는 말로 그리스 알파벳의 첫 자모인 알파(α)에서 유래했다. ‘첫째가는 여성’을 의미하는 알파걸은 공부, 운동, 대인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또래 남학생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엘리트 계층의 여성을 지칭한다.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미국 하버드대 아동 심리학자인 댄 킨들런 교수인데 북미지역에 거주하는 113명의 소녀를 인터뷰하고 남녀 학생 900여 명에게 편지로 설문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만든 개념으로 2006년 그의 저서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요즘 사법연수원 등에서 여성들이 상위 성적에 포진한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알파걸들은 성적도 좋지만 다양한 활동에서도 적극적이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성장시키는 성향이 뚜렷하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들은 자신감과 열정으로 넘친다. 학업과 운동뿐 아니라 사회적 성공에서도 남자들보다 더 뛰어나다. 심지어 남자아이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남녀공학을 기피한다. 여자들과 경쟁하면 내신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의 딸도 알파걸이기를 꿈꾼다. 이러한 갈망이 자칫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까운 경우도 흔히 본다.

그런 이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킨들런은 알파걸 출현의 사회적 배경을 지목한다. 첫째, 새로운 법과 사회 정책들이 여자에게 남자들과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했다. 둘째, 알파걸의 엄마를 비롯한 강력한 여성 역할 모델이 점점 많이 등장했다. 셋째, 자녀 교육에 적극 참여한 신세대 아빠들이 딸들의 생각과 감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들이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전통적인 남성적 생활방식을 전수하고 내면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가정에서부터 사회적 불평등을 겪지 않고 긍정적이고 자신 있는 자아로 키웠다는 점이 핵심이다. 할머니, 어머니 세대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을 때 그들에게 돌아간 몫은 ‘드세다’ ‘도전적이다’ ‘되바라졌다’ 등의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남성 위주 사회의 외면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혐’이니 ‘메갈리아 파동’이나 하는 따위의 것들은 그런 점에서 아주 후진적 사회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올바른 알파걸 출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부모가 며칠 집을 비울 때 ‘엄마’는 ‘딸’에게 ‘오빠’ 잘 챙기라고 하는 걸 보면 멀어도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빠가 동생을 챙겨야지, 여자라는 이유로 동생이 오빠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한 알파걸은 무망한 일이다. 민주적 가정에서만 알파걸이 가능하다. 아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딸들을 교육시켜야 남자아이들과의 경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자신 있는 태도로 자신의 재능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다. 어른들의 사고가 민주적이고 개방적일 때 가능한 일이다. 페미니즘이 아니라 휴머니즘이, 그리고 민주주의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일반적일 때 여성의 능력이 온전히 발현된다.

대한민국에서 여성 대통령의 출현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녀가 민주주의 학습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고 삶에서도 그랬다는 점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정의를 조롱하며 왜곡하는 등 반시대적인 양상으로 치닫는다는 면에서 비극이다. 그녀의 무능력과 반민주주의적 사고가 행여 이 땅의 알파걸들에 대한 시각을 왜곡시키거나 여혐의 태도를 조장하지는 않는지 두렵다.

그녀 자신이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지, 주변 참모도 각료도 온통 우월적 사고에 젖은 남성들로 채운 것만 봐도 그 몰이해를 알 수 있다.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여성대통령의 모습은 그런 점에서 안타깝고 반시대적일 수밖에 없다. 반드시 민주주의를 제대로 회복시켜야 하는 당위가 더욱 확실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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