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첫째 자녀부터’

재원은 ‘국가부담 확대’

양육 크레디트 도입 의견도

 

서울 강남구 강남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돌보는 모습.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강남구 강남차병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아기들을 돌보는 모습.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자녀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주는 ‘출산 크레디트’ 제도의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끌어올리고 여성의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재정 부담이 크고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출산 크레디트는 둘째 자녀부터 12개월, 셋째부터 18개월을 국민연금 납입기간으로 추가 인정해 주는 제도다. 소요되는 재원은 국가가 30%, 국민연금기금에서 70%를 부담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고 가입기간 10년을 채워야 연금 형식으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은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등 국민연금 가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연금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최근 여성의 연금 수급권 확보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 차원에서 출산 크레디트 제도의 확대와 개선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다.

먼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이자 당 국민연금공공투자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현행 출산 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해 첫째 자녀부터 적용하고 자녀 당 인정해 주는 납입 기간을 36개월로 늘렸다. 기존에 모든 자녀에 대해 최대 50개월로 혜택 한도를 둔 것도 없애도록 했다. 가령 자녀 3명을 출산한다면 9년의 국민연금 추가 가입 기간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가 70%를 부담하도록 해 국가 책임을 강화했다.

출산 크레디트를 ‘양육 크레디트’로 전환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출산율 제고 효과가 낮은 출산 크레디트보다는 양육을 직접 지원해주는 양육 크레디트가 더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더민주 남인순 의원은 첫째 아이부터 자녀 1명을 낳을 때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1년씩 연장해주고 양육을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양육 크레디트 제도다. 현행 출산 크레디트는 자녀가 둘 이상인 가입자만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산입하도록 하고 있어 자녀가 하나밖에 없는 가입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지원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에선 박광온 의원의 법안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출산 크레디트로 인한 출산률 상승효과가 미비하다는 게 남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출산 크레디트로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받아 연금수령액이 늘어난 수급자는 지난해 412명에 그친다. 출산 크레디트가 출산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도 전무한 상황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출산 크레디트 확대와 개선에 대한 논의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제도 확대가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재정지원이 현재 시점이 아닌 장래의 연금지급 시점에 발생하는 탓에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에 예측하기 힘든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출산 크레디트에 소요되는 재정은 2016년 4500만원 수준에서 2083년까지 199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산 크레디트에 대한 정책 체감도가 낮고 여성 수급권 강화에도 별다른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2039명에게 출산 크레디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7.1%가 제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인지도는 매우 낮지만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은 61.7%로 높았다. 그러나 출산 크레디트 혜택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것 같다’는 문항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23.4%에 그쳤다.

이정우 인제대 교수는 ‘양육크레디트 도입방안’ 연구보고서에서 “저출산 현실 등을 고려해 출산 크레디트 대상 아동을 ‘둘째 아동부터’에서 ‘첫째 아동부터’로 바꿔야 한다”며 “제도가 도입된 2008년 1월 이전에 출산했더라도 가입기간 연장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출산과 육아의 공공성을 고려해 소요되는 재원 분담비율을 국가 70%, 국민연금 30%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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