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 새로운 역사 썼다” VS “여성운동 승리지만 여성 승리 NO”

‘클린턴 반대’ #ImNotWithHer 이어 ‘마지못해 지지’ #GirlIGuessImWithHer 등장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후 환호에 답하는 힐러리 클린턴. ⓒhillaryclinton.com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후 환호에 답하는 힐러리 클린턴. ⓒhillaryclinton.com

11월 미국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조 바이든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렌 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워렌 의원은 클린턴 후보의 러닝메이트로서 거론되는 유력 주자 중 한명이다.

경선 과정 내내 침묵을 지켰던 워렌 의원은 MSNBC 레이첼 매도우 쇼에 출연해 “이 싸움에 뛰어들 준비가 됐다”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도울 것이며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한 발짝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정당으로서는 여성 최초인 클린턴의 대선 후보 확정은 여성 정치의 불모지였던 미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의 반응은 이보다 복잡하다. 여성 대선후보의 탄생은 환영하지만 클린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정치 칼럼니스트 루시아 그레이브스는 가디언 칼럼에서 “클린턴의 정치 인생처럼 논란은 있지만 새로운 역사를 쓴 것만은 사실이다”라고 환영했다. 1920년 미국 여성들이 투표권을 획득한 지 100년도 지나지 않았고 상원의 여성 비율은 20%에 불과하며 성별임금격차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6월 7일은 페미니스트 운동이 미국 정치 문화를 새로 만들어낸 날”이라며 “가장 높고 단단한 천장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으며 11월이 되면 부서진 유리조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미니스팅’ 설립자인 제시카 발렌티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차별 없는 유토피아’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사고방식의 변화를 일으켰다”면서 “최초의 여성대통령 또한 젠더에 대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에게 투표하여 진출시키는 것은 여성 인권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건강에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대통령은 ‘yes’지만 클린턴은 ‘no’”라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칼럼니스트 케이트 아로노프는 살롱닷컴 칼럼에서 “힐러리의 승리를 여성의 승리라고 부르지 말라”면서 “여성 대선 후보는 여성운동의 쾌거이긴 하지만 이를 여성의 승리라고 볼 순 없다”고 주장했다.

SNS상에서 벌어지는 해시태그 운동도 화제다.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던 소위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은 이전부터 ‘나는 그녀와 함께 하지 않아요’(#ImNotWithHer) 해시태그로 샌더스가 패배하더라도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반대운동을 이끌어왔다. 클린턴의 후보 확정 이후 ‘얘들아 난 그녀와 함께 해야겠구나’(#GirlIGuessImWithHer)라는 해시태그가 새롭게 등장했다. 클린턴에 동의하진 않지만 트럼프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투표해야겠다는 심정을 담은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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