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즐겁고 유쾌한 기분, 우울하고 슬픈 기분, 짜증스럽거나 불쾌한 기분 등이 있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즐겁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건강한 것이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한 상태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우울증은 생각보다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정신적 질환이다.

그런데도 최근 한 연구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휴식기 없이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가를 내더라도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한 직장 내 편견이 여전하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영훈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최근 1년 사이 직장에 다닌 18세 이상 64세 이하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4%인 74명이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이 중 57.4%가 집중력의 저하를 보였고, 27.8%는 계획성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했다. 25.9%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를 보였고, 13%는 건망증 증상을 보였다.

김영훈 교수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직장인은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 피로감 등으로 인해 단순한 업무 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 내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가능성도 커져 결과적으로는 회사는 물론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울증을 진단을 받고도 계속 일을 하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인지 기능의 장애를 보였다. 이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현대를 살며 사회가 다변화되다 보니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일률적이지 않아 각자의 개성과 창의가 존중되어야 함에도 유독 한국사회는 이 부분에서 경직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직무수행이 힘들면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내거나 결근을 할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함에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나머지 적절한 치료의 시기와 방법을 놓쳐 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현병에 대한 경각심이 팽배해 있고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초기 진화 작업 격인 우울증에 대한 대처를 너무 안일하게 보는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우울증에 대한 여러 사안이 단순히 개인의 고통을 가중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회사에서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이 우울증 치료와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신의학자인 아들러는 인간이 갖는 삶의 목표에 두 가지 측면, 즉 개인이 갖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성을 추구해 가는 것과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자기 삶의 방식을 이어가자고 역설했다.

필자 역시 아들러의 주장대로 우울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관심 또한 필요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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